님이 느끼셨다는 소심함이라는 말... 휴~ ~ ~ 한참을 멍하게 있었습니다. ...
예전에 김득구라는 권투선수가 있었습니다. 그 선수는 세계챔피언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그 당시 챔피언과의 경기에서 KO패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링 위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한국을 떠날 때, 관을 하나 가지고 간다고 했답니다. 상대선수가 들어가든지 아니면 자기가 들어가든지. 그리고는 ...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지요. 전 그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에게 링은 무엇일까? 링 위에서 맞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맞는 것을 즐긴 것일까, 아니면 찢어지는 가난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열린 기회의 공간일까? 아마 그는 그 링이 끔찍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정말 오르기 싫은 사각의 링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얼마전에(몇달 전인 것 같은데) 김득구 선수의 그 경기와 그 이후 가족들의 근황 등을 보여주더군요. 눈물이 나더만요. 전 그때 그에게 링은 대단히 절망적인 공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눈물이. 저는 사실 그 경기 이후 권투는 전혀 본 적이 없습니다.
이성의 비관주의, 감성의 낙관주의.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그렇지 못한 편입니다. 찬이성 더운가슴, 이 역시 좋은 말이지요. 물론 항상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다만 그러려고 하는 편이죠. 저는 낙천적 태도와 겸손한 태도를 지니고 있지 못한 사람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아무것도 실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욕을 많이 먹지요. 형처럼 고집 센 사람이 겸손 운운은... 그럴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 항상 안타깝네요.
님의 말처럼 저는 소심한 편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구른 가락으로 근근이 버티기는 합니다.
삼국지를 읽어보셨겠지요. 누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저는 공명입니다. 공명은 자신이 나와도 통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천하 삼분론이 그의 주장이었지요. 그러나 그는 자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근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맥도 못추던 유비에게 가지 않고 조조에게 갔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그가 천하 삼분론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통일은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궂이 유비에게 간 것은 당시의 명분론이었겠지요. 그것의 시비를 가리거나 현대적 평가 등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어쩌면 실패할 운명을 회피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읽었던 이론지 여는 글에 정운영선생이 인용한 바이런의 말, "사람은 싸움에서 질 줄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 당위와 현실적 행위가 일치되면 좋으련만 항상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갈등은 제 감정과 이성간의 괴리에서도 느끼곤 합니다.
그런 괴리에 의한 갈등을 참으로 손쉽게 해결하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그 행복한 선택이 그다지 쉽지만은 않군요. 저의 소심함은 그런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됩니다. 제 글에 붙는 다만, 하지만, 또는 ( )글 등등은 내용의 엄밀성과 오해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해주세요. 이런 얘기들 - 저는 님과 같이 그리 따뜻한 시선을 가지지 못한 편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서. 저는 며칠전 님의 글을 죽 훑어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글이 주는 따뜻함이 좋더군요. 언제나 그런 따뜻함을 간직하시기를 바랍니다.
게시판에 관한 의견은 ... 나중에 글을 올릴 기회가 있다면, 그때로... 저도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이유가 떠올라서요. 그리고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정치에 관한 제 입장입니다. 저는 정치라는 것이 여당/야당의 이권다툼의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는 가장 인간적인 세상을 위한 끊임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기성의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제가 바라고 바라는 노동(자)의 정치는 그 말의 과격함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은 님의 주장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백하자면 님의 글을 읽으며 제 글의 무력함을 느낍니다. 님이 얘기하는 것들 (글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 : 남자들은 너무 '강함'이라는 우상아래 짓눌려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자에 대한 관심은 나는 너보다 강하니 내가 너를 보호해줘야 하는 비뚤어진 생각을 떠나 나도 약자고 소수다는 동류의식이 먼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맞으면 저사람은 내 형젠데, 소나 돼지가 도살장에 끌려가면 저것도 나처럼 생명이 있는데 하는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분노와 연민 그런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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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히 죄송한 말이지만 저는 전쟁이나 범죄하면 남자가 떠오릅니다. 정말 강하다는게 무슨 의미일까요? 강함이 비뚤어지면 소유욕이나 지배욕이 되고 심지어 폭력으로까지 바뀝니다. 우리는 좀더 겸허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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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정치적인 글은 잘 안올라오지만 약자에 대한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성찰이 있습니다. 자기글을 쓰면서도 나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요? 남자들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걸 부끄러워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요기까지의 글 모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어려운 말이 없지만 참으로 설득력있게 들립니다. 그래서 님보다 어려운 말이 많이 들어가는 제 글이 참 비참하게 보이네요. 저도 사실은 노력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육화된 글을 쓰는 것이 여전히 제게는 힘에 부치는 것 같습니다. 예전 전태일평전을 읽으며, 가졌던 생각이지요. 자신의 진지한 경험에서 우러난 진솔한 글은 어떤 글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평전이 제 힘들었던 1년을 버티게 해줬으니까요. 님도 읽지 않으셨다면 꼭!
님은 제게 남자들도 여자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얘기하지는 마세요. 전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남성이 더 논리적이라고도 더 정치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치에서의 남성성의 지배 등이 문제일 뿐입니다. 여자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 내지는 남자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 등은 적절하지 않다고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런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올바른 정치성은 그것이 진보를 지향해야 하고, 그렇다면 그것은 이중 삼중의 억압을 받는 이들의 의식적 정향이라고요. 그렇다면 님은 저보다 더욱 올바른 정치적 성향을 지닐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이것은 극히 추상적 가능성으로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이쯤에서 다시 문제되는 것은 그 배후에 있는 거대한 틀이겠죠.
님의 글은 어쨌거나 제게 남성적 글쓰기의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당분간은 개인사정으로 거의 글을 올리지 못할 것 같은데, 가끔씩 들어올 때 좋은 글 많이 남겨두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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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중에 이런 부분이 있더군요. 여성운동하시는 분들이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선거때 달나라 게시판에서 정치성 글을 별로 볼수 없었다. 이것에 대한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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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 조PC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선거가 있기 얼마전에 잠깐동안 어떤 게시판에서 글을 올렸습니다. 내용은 별거 아니였습니다. 선거날 무조건 투표해야한다, 그런 내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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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은 글을 잘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제가 글을 올릴때는 잘차려진 밥상위에 초라한 간장종지 하나 올려놓는 것 같아 서글플때가 많았습니다. 아, 나도 어려운 책 좀 많이 읽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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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그때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그들만의 천국이 아닌가. 밖에 나가면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그곳엔 온통 정치 얘기뿐이었습니다. 전 그 자체가 불만은 아닙니다. 단지 이렇게 아는거 많고 글 잘쓰시는 분들이 사회적인 문제, 더 나아가서 약자에 대한 관심도 가져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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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은 너무 '강함'이라는 우상아래 짓눌려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자에 대한 관심은 나는 너보다 강하니 내가 너를 보호해줘야 하는 비뚤어진 생각을 떠나 나도 약자고 소수다는 동류의식이 먼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맞으면 저사람은 내 형젠데, 소나 돼지가 도살장에 끌려가면 저것도 나처럼 생명이 있는데 하는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분노와 연민 그런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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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히 죄송한 말이지만 저는 전쟁이나 범죄하면 남자가 떠오릅니다. 정말 강하다는게 무슨 의미일까요? 강함이 비뚤어지면 소유욕이나 지배욕이 되고 심지어 폭력으로까지 바뀝니다. 우리는 좀더 겸허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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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정치적인 글은 잘 안올라오지만 약자에 대한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성찰이 있습니다. 자기글을 쓰면서도 나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요? 남자들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걸 부끄러워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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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이 논리적이고 정치적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남자들도 여자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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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PC님, 친절히 답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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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저는 leng님의 글을 읽으며 저처럼 소심하신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전 너무 심각하다고. 그게 절 비웃기 위해 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왠지 그말이 저에겐 난 그래도 내 친구들보단 덜 때묻었단 말로 들렸습니다. 왠지 동류의식같은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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