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넷세상을 접하게 된 것은 사실 2달이 채 되지 않는답니다. 첨엔 무지 신기해서 여기저기 들어가보기도 했는데, 점점 싫증이 나더군요. 아니, 사실은 여러 게시판의 난무하는 욕설들을 보며 물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물론 게시판이 배출의 기능을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정정도 양해할 수도 있지만, 때론 끔찍하게 생각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사실 이런데 글 올리는 거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다른 의견에 대해 끝까지 자기 주장 고집하는 것도 별로 유쾌한 대화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충분히 자신의 입장이 개진되었다면 그 정도에서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 생각합니다. 쟁점게시판이 따로 있다면 또 모르지만.
재언님 의견 충분히 공감합니다. 오늘은 단지 제 의견에 대한 몇가지 변명만을 늘어놓으려고 합니다.(그래서 리플이 아니라 글쓰기로 합니다)
우선 가부장제에 대한 재언님의 의견은 전체적으로, 그리고 거의 전적으로 공감을 합니다. 저는 예전에 야학을 했었는데, 야학에 오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마찌꼬바라고 불리는 소규모 재봉, 봉재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임금체불은 물론이고 퇴직금도 제대로 못받는 경우가 많았죠. 대부분의 공장 분위기는 매우 가부장적이고 자신의 권리박탈을 당연하게 여기는 노동자들도 많았답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가부장제적 분위기에 대한 지적에 대해 저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또한 현재 가부장제에 대한 강력한 진지가 부계혈통제와 관련된다는 점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지점은 이것에 대한 비판적 운동으로서의 함께쓰기운동이라는 형태의 유의미성이라는 지점입니다. 저는 부계혈통제의 문제점을 간과하고자 내지는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또한 누구에게 권력이 있는가라는 점에 대해서도 저는 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입장의 거의 유일한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방식의 문제겠지요. 이 부분은 이전 글의 반복에 불과하게 되니까 생략하겠습니다. 즉, 저는 운동의 배경, 운동의 취지, 운동의 목적에 모두 동의를 합니다. 다만 운동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고, 또 한가지는 운동에 또다른 혐의를 두는 것도 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점입니다. 이점에 대한 다른 비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이 부분은 앞의 글에 있습니다)
두번째는 제 글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변명과 약간의 모험적인 글쓰기입니다.
저는 여성단체가 정치적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정말 열심히 운동하셨던 여성단체회원분들께는 본의아니게 실례를 했습니다. 사실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전적으로 게시판을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이었습니다. 4.13일을 전후한 날짜의 게시판에도 거의 총선에 관한 얘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약간은 감정적인 글이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근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거든요(이 부분은 정말 오해에 기초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분이 정정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알기로는 페미니즘의 조류에도 여러가지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근데 이번 총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단체들은 대부분 잘 알려진 단체들 - 어떻게 보면 일정한 수준에서는 제도화되어있는(저는 개인적으로 이들 중 많은 단체가 상층 부르주아여성운동단체들 중심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이 중심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달딸 같은 곳도 총선에 관심을 가졌는지... 좀더 나아간다면 이런 곳에서도 이번 총선에 관심을 가졌는지... 저는 어쨌거나 이런 정치적 문제는 누구보다 피억압자(성적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문화권력이든)가 민감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단지 저의 불성실 때문인가 궁금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한 정보는 사실 거의 없거든요. 사족으로 덧붙인다면 재언님이 지적하신 부분, 즉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그 토양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제가 의구심을 갖는 부분은 최소한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운동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식이 정치적 영역(문화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과의 항상적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여성 일반을 두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마지막 부분인데...
재언님이 제시한 사례 고맙게 읽었습니다. 전 처음 알았거든요. 그런 사례들이 정말 많겠더군요. 제가 얘기한 것은 주장의 신뢰성에 관한 원론적인 입장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앞의 글에서 조항이라는 것에 방점을 둔 것도 언어의 적확함에 대한 내용이었을 뿐입니다. 실제로 두번째 사례는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역시 관습의 문제가 아닌지.(아~~~~~~~~~! 정말 이 부분은 주변적인 문제라서 많은 얘기를 하고싶지는 않지만서두!) 또한 관습이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 저 역시 동의합니다. 이것도 앞의 얘기와 연결되는데, 조항의 문제점보다 관습적 문제가 많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한 것이지, 제도적 개선의 중요성을 무시하거나 간과하고자 했던 얘기는 아닙니다. 이 점은 오해 없으시기를...
저를 이해하기 좋으시도록 말씀드리자면 저는 노동운동과 노동정치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개인적 사정으로 정당원은 아니지만 후원회원으로 있습니다. 제 중심적인 논지는 페미니즘이 가질 수 있는 정치적 측면에서의 진보성이 다른 영역과 강한 연대성을 갖기를 희망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점에서 현재의 함께쓰기운동이 적절한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는 점입니다. 이 점 역시 앞의 글에서 밝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마칩니다.
저는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국지적이고 부문적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이 점에 대해서 다시 얘기해보고 싶네요.(이것 역시 제 오해에 기초한 것은 아닌지 두렵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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