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있을 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부당할 자리가 지금의 가부장제, 호주제, 부계혈통제 속에 여성의 자리가 어머니의 자리가 있기는 한가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성이건 어머니의 성이건 버려버리자고 말하려다가, 한번 자리잡고 있었던 아버지의 성을 버리는 건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한번도 존재한 적 없던 어머니의 성을 버리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하구요.
운동의 시작은 이름을 부치는 데서 출발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리를 주는 거, 명명하는 거, 존재하게 하는 거...
님께서 부계혈통이건 양계혈통이건 '혈통'이란 부분에서는 결국 가부장제와 맞닿아 있다고 하는 부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건 어머니건 혈통의 어떤 장점들을 모두 거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에도 동의하게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죽이는 신화들의 아버지의 자리와 지금 어머니의 자리, 특성을 물려주지 못하는 밭일 뿐인 어머니의 자리, 이혼하고 아이를 양육하고 있어도 동거인의 지위일 뿐인 어머니의 자리, 과연 지금 아버지의 성이건 어머니의 성이건 모든 성을 거부하자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존재하는 것과 애초에 존재한 적 없는 것...
존재하게 한 다음에야 부인할 수도 있지요.
성을 버려버리자는 대신, 나 지금껏 쓴 아버지의 성 대신 같은 햇수만큼 어머니의 성을 쓰고는 그 다음, 내가 원하는 성으로 나머지를 살겠어요,라고 한다면 공정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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