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잘 봤습니다. 어쩌겠어요.... 쩝! 제가 저장이라도 해 둘걸... 그때는 겜방에서 널널하게 쓴 거라 길게 썼는데, 지금은 친구방에서 전화비 날리며 쓰는 거라 대충 빨리 써야겠네요.
저는 페미니즘에 단지(!) 약간의 주목을 갖고 있는 남성입니다.(꼭 밝혀야 될 이유는 없지만서두) 근데 작년엔가(?) 시작된 부모성함께 쓰기 운동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을 갖고 있어 혹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이트가 있는가 궁금해서 문의합니다. 제가 몇군데 들어가봤는데, 작년에 주제로 토론한 곳이 있지만 현재는 시들한 것 같더군요. 지금은 문화운동으로서 생명이 다한 것인지, 아니면 얼마간 보편화되었다고 판단되어 시들한 것인지... 물론 전자라면 약간은 아쉬운 일이고, 후자라면 판단의 착오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제가 아직 열심히 찾지 않은 탓이겠지요.
제 입장은 함께쓰기 운동에 부정적인 편입니다. 왜냐하면 그 운동방식은 현실적이지도 근본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운동방식은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한다는 고민을 항상 안게 됩니다. 대중적인 유효성과 운동의 본질성의 보존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쓰기 운동은 양계혈통에 대한 인식의 문화운동방식의 한형태로 이해되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혈통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하게 되는 운동방식은 일단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의 형태로서는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부계혈통만을 중시하는가 양계혈통을 공히 중시하는가라는 지점이 아니라 그것이 견결히 지켜내고자 하는 가부장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운동의 방식은 성이라는 제도적 관습에 대한 거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런 주장이 대단히 과격하고 사회적으로 거부감이 심하리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함께쓰기 운동방식이 이런 운동의 방식 만큼이나 대중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과격하다는 주장의 비판의 유효함은 약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즉, 함께쓰기 운동 역시 대중성보다는 오히려 그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있기 때문입니다. - 함께쓰기 운동에서 주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시대의 문화운동임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즉, 그런 방식은 제도화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죠.
또 한가지 의구심은 함께쓰기 운동은 상층여성운동의 방식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왜 궂이 성을 고수하고자 할까요. 물론 성을 폐지하자는 것이 과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 그것은 위에서 이미 얘기했습니다.- 저는 다른 혐의를 두고 싶습니다. 성이라는 것은 자기의 정체성을 가족과 계보에서 찾고자 하는 하나의 방식일 것입니다. 물론 예전에는 상속의 문제와도 관련이 되었을 것이구요. 따라서 그것은 가족과 계보, 그리고 재산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배경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일정한 지위의 상징으로 드러날 수 있는 계층, 계급에게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 물론 단순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어떤 지배적인 의식은 일단 형성되면 그 이후 모든 계급, 계층에게 침투하는 법이니까요.
실제로 함께쓰기 운동이 여성의 운동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 운동방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 자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운동방식이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를 좀더 명확하게 보여준다면, 그리고 운동이 가질 수 있는 연대의 에너지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갖는 힘은 어쩌면 과격하다는 이유로 배척받는 것 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 글은 달딸에 계신 분들에게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최소한 원칙적인 면에서는 동의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세부적으로는 다르겠지만.
다만 어디에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몰라 그냥 이곳 게시판에 글 하나 올립니다.
이 글까지 날려버리시는 건 아니겠지요. 그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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