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 번 글: 달딸에 보내는 긴글...(야옹님 필독하시구 비판바랍니다) |
| 글쓴이: 하늘 |
글쓴날: 2000년 05월 01일 20시 04분 |
읽은수: 938 |
가끔 내 글에 대한 딸기씨의 의문제기와 같은 종류의 반론을 받는경우가 빈번한데 이 경우 매우 당황스럽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나의 문제제기는 상대방의 지금의 사물에 대한 인식을 어림짐작으로 파악, 규정하고 "이것이 이렇게 잘못되었다" 라고 말하기보다는 인식되는 사물 자체를 두고 해석가능한 모든 현상을 뭉뚱거려 바라보는데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주제와 관련하여 예를 들면 남성중심주의적 조직사회라고 불리우는 우리사회를 인식하는 방법론 중 하나인 페미니즘 시각을 주욱 펼쳐놓고 난도질하듯 이것은 옳고 그르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이 주제로 삼고있는 '우리사회의 속에서 여성-사회적 성으로서'이라는 객체 속에 페미니즘이라는 매개를 거치지 아니하고 바로 뛰어들어 사회와 개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역동적인 모습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어패가 있지만 저의 글의 관심은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들의 활동 그자체에 있지않고 '여성을 억누르는 구조를 가진 사회와 그 속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개인들의 행위가 일궈내는 현상' 자체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달딸의 행위를 상벌을 주는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설혹 오류가 있더라도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페미니즘 자체가 주체/객체. 미시/거시, 구조/행위 의 명확한 이분법상에서 인식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페미니즘 자체가 근대 인식론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여성으로서 생물학적 사회적 정체성을 찾으려는 개체로서 노력 자체가 자연과 나를 명확히 구분지으려는 우리가 속한 근대시대의 보편적인 전통이자 기본 행동양식을 차용하고 있기때문입니다.
지금의 이야기는 진행에 따라서 보다 넓게 진행 될 수 있기 때문에 범위를 좁혀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관심사는 이를 바탕으로 둔 페미니즘이나 이를 바탕으로 둔 활동가들의 전개가 아닌 성행위 자체에 대한 해석이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행위는 타성이 타성을 일방적으로 리드하고 그렇기 때문에 '주도권을 쉽사리 내주는' 쪽은 자신의 주체감이 훼손되는 행위가 아닙니다. 부연설명은 하지는 않겠습니다. 전 이 과정에서 달딸을 탓한적도 없고 남성주도의 성행위를 페미니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를 탓한적도 기술한 적도 없습니다. 또한 더더군다나 달딸이 '여성상위의 성행위가 페미니즘적으로 옳은 성행위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성행위의 주도권 소유여부가 행위자 간 주도/종속으로 귀결된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물론 이것이 주체/객체, 주도/종속 여성성/남성성 의 이분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인식 그 자체를 사물의 본질로 여겨 구분지워진 둘사이가 서로 의사소통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물론 달딸이 그러하다는 것이아닙니다. 몇번의 서한을 통해 '달딸에는 적이 없으며 피아의 구별은 무의미하다'라는 확신을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달딸이 잊고 있는 것은 '남성중심주의적 조직사회에 억눌린 여성성'에 골몰한 나머지 우리사회를 변화하기 어려운 구조적 성질을 지닌 객체로 바라 볼뿐더러 그러한 구조속에서 구조에 영향을 주려는 '여성 행위자 의 역동성'이라는 현상 마저도 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무시'하고 있다는점입니다.(저는 지금의 진단이 기우에 불과하기를 건방진 태도이기를 바랍니다.) 이는 구별과 이분법 자체가 가진 내적인 한계에 기인합니다. 달딸이 종래의 태도로 계속 진행하는 한 이러한 태생적 한계는 벗어나지 못합니다.
구조로 고착되려는 사회를 비판하고 그 속에서 억눌리는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자각하고 이를 실랄하게 풍자하는 과정으로서 달딸의 웹진발간 등의 일련의 활동은 분명 정치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옳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회나 개인이나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당구공이나 유기체 모양 그 자체로 활동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오류(이를 물상화(reification)의 오류라 하죠)를 범하지 말고 지금의 여성이 달딸이 사회와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두듯 사회 자체도 억눌러 왔던 타자에 대해 고려하고 억압을 풀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제도라고 파악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 저의 말씀이 즉 '다윗을 보살피는 골리앗'으로 사회라는 개념이 지금은 받아들이기 터무니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나 개인의 본질은 바로 그것이며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과 대가가 치뤄지더라도 그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딸기님께서 "우리가 언제/왜 그러는데?"하고 억울해 하더라도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달딸 본지의 여성운동가와의 인터뷰에서, 게시판에 올려진 '언니'들의 글들에서 그리고 과거의 여성운동가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글에서 심심치않게 정치적으로 유용하게 쓰여질 적대감이나 분노를 바라봅니다. 물론 분노나 적개심을 당장에 버려라는 말도 억누르라는 말도 아닙니다. 이러한 사실-- 아마도 사실 딸기님께서 아시지 못하셨더라면 그건 딸기님이 미쳐 혹은 무심히 스쳐지나갔다고밖에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바은 정체성이나 현상인식이나 피해자로서 당하는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굴레 너머 분명 합일의 형태로 나타날 무언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많은 활동가들이 스스로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의 문제제기가 소임을 다했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활동이 지속되는한 지금의 한계를 넘나드는 오류와 문제점은 늘 상존할 것이고 아마 서로간 의사차나 견해차가 달라 끊임없이 같은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마찰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저의 글에도 오류는 많습니다. 합일을 상상한다는 측면에서 합일은 애초에 변증법에 어긋난다든지 (synthese가 되자마자 antithese를 기다려야만 한다는 그 어마어마한(^ ^))분노나 적개심을 유용한 정치적 추동력으로 바라보면서 늘 그 반작용 때문에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본다던지 구조와 행위자간의 균형된 영향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를 행위자로서 정체감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다는지한는 구성주의(structurationism)의 고전적인 비판들...
저또한 제 논의의 잘잘못을 익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며 지금의 글을 끝맺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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