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田英壽(나카타 히데토시)현역 아시아권 선수중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다.(한국의 차범근 이후로..) 축구의 엘도라도라는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에서 당당히 주전선수로 활약하고 있
다. 현란한 개인기, 넓은 시야, 강인한 체력, 정확한 패싱, 강
한 프리킥, 나이(23세)에어울리지 않을정도로 노련한 경기운
영... 흠잡을데 없는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반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축구를 즐
기고 싶어하고' '즐길 줄 아는 선수'이기 때문이다.(뭐 큰돈 버
니까 그런거겠지라고 비아냥대신다면 어쩔수 없다.)
어제 한일전... 한국선수들은 기필코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죽을
힘을 다해 싸웠고 결국 이겼다. 1:0 으로... 나도 얼굴이 뻘개져
가며 한국을 응원했고, 한국이 이겨 너무 기뻤다. 일본선수들도
예전처럼 비장하진않지만(미우라, 이하라등이 주축이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선수들도 한국은 기필코 이겨야한다는 각오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한일전의 부담감때문인지 거친 플레이
를 펼쳤다.(이제 일본 신세대선수들에게 한일전은 그냥 별의미없
는 A매치일뿐인것 같다..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렇게 바싹 긴장한 한국과 일본선수들 틈바구니에서 나홀로 룰
루랄라 하며 공을 찬 재밌는선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카타였
다. 한국선수 두세명이 몸을 날려가며 거칠게 수비해도 요리조
리 피해가며 공을 다뤘고, 시종일관 웃으며 한일전을 '즐기고 있
었다'...그에게 경기결과는 중요한것이 아니다. 그에겐 한국의
베테랑 선수들과 함 겨뤄본다는 그 자체가 너무 즐거운것이
다...
지난 98 프랑스 월드컵 지역예선때 일본이 한국에 2:1 역전패하
고 카자흐스탄과 1:1로 비기며 본선진출이 어려워지고 있을때 그
는 당당히(?)기자들에게 이런말을 했다.
" (한국과의)경기 내용에 만족한다. 기자들이 왜 그리 비난하는
지 모르겠다. 프랑스 월드컵에 진출못한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공을 찬다는 사실에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선수다. 그저 경기 자체를 즐길 뿐이다.(많은 돈을 받
으면서..) 그래서인지 그는매너도 좋다. 내가 그의 경기를 여러
차레 봤지만 그가 거친 파울하는 모습을 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의 A매치 출전경력에 퇴장이나 경고가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
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항상 생글생글 미소를 머금고 경기
에 임한다. 상대방선수중 개인적으로 낯이 익은 선수가 교체로
들어오면 웃으며 악수를 청한다.(경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선수
들 플레이가 험악해지건 말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
물론 그가 일본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간과
할 수 없는 사실이나, 암튼 내가 봤을때 그는 그저 '축구를 무진
장 좋아하는 축구소년'이다.
나카타같은 축구를 즐길줄 아는 선수가 우리나라에도 빨리 나왔
으면 좋겠다.
덧글: 다행이었다. 어제 한국이 이겨서... 우리 선수들은 현해탄
에 빠져 죽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한민족의 우수성을 보여준
자랑스런 전사로 다시 삼단변신해버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