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0 번 글: 여성단체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 제6탄 |
| 글쓴이: 반골 |
글쓴날: 2000년 10월 07일 12시 08분 |
읽은수: 543 |
좀 오래된 글이지만, 여기서 지적한 문제들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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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강승관 (ksquare@nownuri.net) Access : 98 , Lines : 335
[ "여성단체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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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한 유령이 떠돌고 있다. 군가산점이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의 모든 진보적 세력들, 즉 여성단체와 민주노동당 한겨레신문 등은 이 유령을 사냥하기 위해 반남성동맹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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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현재 군가산점을 놓고 벌어지는 첨예한 대립 속에서 군가산점 폐지론의 손을 들어준 '진보적' 세력들, 즉 여성단체와 민주노동당 한겨레신문 등에게,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고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그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을 담고 있다.
필자의 주장이 틀릴 수도 있다. 아니, 솔직히 틀렸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그 모든 '진보적' 세력의 심정적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권리들도 그들에게 진 빚이며,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그들의 발전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 필자는 감히 그들에게 힘을 몰아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비판하려 한다. 현재의 상황은 그들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오히려 비진보이고, 아픔이 있겠지만 그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철저히 까발리고 비판하는 것만이 진정 그들을, 대한민국의 진보를 위한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의 주장은 틀릴 수 있다. 틀릴 경우, 필자만 미친 놈이 돼 버리면 된다. 그러나 필자의 주장대로 그들이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진보운동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부디 신중한 검토를 바란다.
이후의 글에서 비판대상이 되는 '진보적' 세력들을 편의상 '여성단체'라고 총칭해서 부르도록 하겠다.
이 글은, 읽는 사람이 다음 두가지에 동의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1) 군가산점 폐지론은 군가산점 찬성론에 비해 논리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2) 군가산점 찬성론은 우월한 논리성에도 불구하고, 폐지론 측으로부터 논쟁상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매도당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성실하게 위헌판결 이후 양측의 주장과 반박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위의 가정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
혹 동의하지 않는다면, 필자보다 양측논리를 비교하는 데 부지런하지 못했던 경우일 것이다. 그동안 여성단체의 성명서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던 논리들은 이미 4대 통신사 정치토론장 및 기타 관련 사이트에서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박살난지 한참되었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직접 찾아보기 바란다.
그렇다면, 왜 여성단체는 이처럼 논리성이 떨어지는 주장을 한달이 넘도록 굽히지 않으면서 군가산점 찬성론을 매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일까.
다음은 여성단체가 현재 보이는 행동양식에 대한 의도추정이다.
1) 문제 자체의 부분적 논리성은 떨어지더라도, '남녀평등'의 대의 자체가 옳기 때문에 밀어붙여야 한다.
2) 논리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맞대응을 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으니, 대응을 하지 말고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지도록 해야한다.
필자가 여성단체의 수뇌부가 아닌 이상, 위의 추정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가정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여성단체가 보여주고 있는 행동양식을 이해하려면 위의 의도로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여성단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주장을 펼쳐 보도록 하겠다.
1. 여성운동은 이미 치명적 타격을 입고 있다.
주장을 하기에 앞서, 필자는 '이미' 여성운동이 치명적 타격을 입고 있는, 여성단체의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라고 현 정세를 진단하고 싶다.
군가산점 문제를 둘러싼 여론의 향방은 굳이 재론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지금까지 수행된 그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심지어 여성들만의 통계에서도 여론은 군가산점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쟁점토론' 시간에서 90%의 결과는 모두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일단 여론이 여성단체의 주장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뿐인가. 이미 수많은 성명서와 언론보도에서 '사이버 테러'로 묘사된 남성들의 폭거는 이땅의 남성들이 최소한 '심정적', '감성적'인 측면에서 여성단체에 적대적임을 보여준다. 이유야 어쨌건 그들은 스스로를 조직화하여 집단적으로 여성단체를 타격하고 있으며 그 기세는 위헌판결 이후 한달이 지나도록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헌재판결의 '피해자'인 군필자들은 위헌소송의 청구와 진행과정상의 논리적 헛점을 집중 공격하여 그들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논거들로 중무장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건 그들 중 최소한 일부는 남성만 징병하는 현 병역법에 대한 위헌소송을 진행중이며, 한편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여성단체가 추진중인 여성고용할당제 30% 확대실시에도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적어도 권력을 쥐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사실상 헌재판결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국가봉사경력가산점제의 실시와 군필자 우대조치의 확대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니, 여성운동은 군필자를 포함한 국민여론의 반발로 지지기반을 잃었고, 군가산점 찬성론자들의 논리에 정당성과 명분을 잃었으며, 그나마 정부/여당의 제시안으로 헌재판결로 얻어진 실익마저 곧 박탈될 판이니, 이 어찌 총체적 난국, 최악의 상황이라고 표현하지 않겠는가.
이번 '군가산점 정국'을 통해 여성단체는 무엇을 얻었는가. 그깟 언제 되살아날지 모르는 군가산점 폐지?
그에 비해 잃은 것은 지지기반이다. 군가산점 문제를 거치면서 여성단체를 지지했던 편은 이미 여성단체의 편이었던 사람들이었으되, 여성단체에 거세게 반대했던 편은 최소한 잠재적 지지기반이었던 대다수 남성들과, '군가산점 찬성하는 여성들의 모임'에서도 볼 수 있듯 여론 조사에서 남성들에게 심정적 동조를 보였던 여성들이었다. 대중의 지지는 진보단체에게는 곧 생명줄이 아니던가.
그나마 한가지 다행인 것은, 한겨레신문을 포함한 제도 방송/언론들이 반대논리를 철저히 매도하고 논리성이 떨어지는 여성단체의 주장을 여과없이 반복함으로써 그들의 비논리성과 명분없음이 사이버공간을 제외하고는 쉽게 드러나지 않도록 감춰주고 있다는 것이다.
총선이 다가온다. 낙천/낙선운동은 전국민적 호응을 얻으며 군가산점 관련 논쟁을 사회적 관심사로부터 서서히 몰아내고 있다. 이러한 쟁점이동은 여성단체에게 이로울 것인가? 필자가 주장하듯이 현재의 상황이 여성단체에게 있어서 '최악의' 상황이라면, 쟁점이동은 단지 여성단체에게 치명적인 상채기만을 남긴 채 더 이상의 해명이나 만회의 기회 없이 대표적인 실패한 운동으로서 역사의 페이지에 묻어버리게 될 것이 아닌가. 최악의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기에는 시간이 얼마 없는 것이다.
2. 군가산점 찬성론의 폭발력은 논리성에서 나온다.
언제나 여성단체는 군가산점 찬성론의 폭발력이 '남성들의 기득권 수호의식'에서 나온 치졸한 것이었다고 비난해 왔다. 그 어디에도 이미 정제된 모습을 갖춘 찬성론을 조리있게 반박하는 내용은 없었다.
과연 그렇다면, 어찌해서 군가산점 찬성론은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를 얻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언론 등에서 그 '치졸함'에 대해 매섭게 질타를 받으면서도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욱더 강해지는지 알 수가 없다.
군가산점 찬성론의 폭발력은 '이번만은 여성단체도 무언가 잘못했다. 최소한 과정상 문제점이 많았다.' 라는, 여성단체의 논리성과 명분에 대한 의구심이 대다수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전술했다시피 여성단체는 한달이나 되는 기간동안에도 그러한 의구심을 해명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반대논리를 철저히 무시해 왔기 때문에 찬성론의 심정적 지지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단체의 허술한 논리적 헛점을 공격해 자신들의 논리를 가다듬어 여성단체의 그것과 차별화시켜 왔으며, 여성단체의 주장에 대한 철저한 논박으로 사이버공간을 가득 메움으로써 그들의 기반을 더욱 더 강화시켜 왔던 것이다.
이처럼 군가산점 찬성론의 폭발력은, 그들의 논리성으로부터 나오는 정당성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여성운동, 진보운동. '운동'이 무엇인가.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행위가 아니던가. 현 정세에서 사람들, 여성단체에 적대적인 군가산점 찬성론자들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논리성이다. 거창한 진보적 대의로서의 '남녀평등'으로써 부분적인 논리적 허술함을 덮어보려는, 또는 찬성론자들의 논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고립시킨 채 자신들의 논리만을 반복선전해 영향력의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무마하려고 했던 그 모든 시도들은 전혀 효과가 없었음이 입증되고 있지 않은가.
군가산점 찬성론의 논리적 정당성을 인정하고, 그에 정면 대응해 찬성론자들의 논리에 치명타를 입히거나 반대로 자신의 논리적 허술함을 인정하고 후퇴하기 전까지 '최악의' 상황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 최악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3. 여성운동과 제도정치권 쓰레기들의 공통점.
진보운동의 제일타겟은 언제나 무능하고 부패한 제도정치권 쓰레기들이었으나, 현실적으로 그들보다 금전적인, 혹은 권력상의 어떤 우위도 지니고 있지 못한 진보단체들은 자신들의 논리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한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고 성과물을 쟁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 군가산점 국면에서 그들 여성단체가 보여준 모습은 소름끼치리 만치 제도정치권 쓰레기들이 전통적으로 써왔던, 그리고 진보세력의 비판의 대상이었던 구시대적 방법들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놀라움을 넘어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1) 법에 대한 여성단체의 태도.
여성단체는 위헌판결을 낸 헌법재판소 판결문의 주된 논지가, '군복무는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이므로 국가가 이를 일일히 보상할 필요는 없다.' 라는, 전체주의적 망발에 기초해 있었음에도 헌재판결에 대해 일제히 환영성명을 발표하며 여권신장의 성과로 자축하기에 바빴다.
또,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국민회의 당정안으로 채택된 국가봉사경력가산점제도에 대해, '헌정질서 파괴'니 '사법권 수호'니 하는 수사어를 사용하며 맹렬히 비난하였다. 물론, 남성들의 사이버 테러에 굴복한 총선용 정책이라고 단정지으며 일고의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다. 더욱 더 우스운 것은, 그들이 그토록 비호하려 노력해 마지 않던 헌법재판소가, 공식적으로 국가봉사경력가산점제도에 대해 이는 또 다른 제도이므로, 위헌성 여부는 다시 위헌소송이 걸리면 그때 다시 판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다.
심각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는 의무에 대한 보상을 부정한 헌법재판소의 파쇼적 판결논리는 무조건 환영이고, 최소한 겉으로나마 '국가봉사의 기회를 평등하게 주겠다.'는 취지의 국가봉사경력가산점제는 법질서를 파괴하는 타도의 대상이라는 말인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낙천/낙선운동이 선거법 87조를 명백히 어기고 있다는 것은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이 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고 낙천/낙선운동에 대해 법질서 수호 운운한 한나라당이야말로 진보세력이란 말인가?
헌법재판소가 여성운동 위헌이니 당장 해체하라고 하면 환영문 발표하며 기꺼이 해체할텐가? 아니, 당장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남성징병위헌소송이 위헌으로 판결나고 남녀구분없이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된다면, 그때도 열렬히 환영하며 헌정질서 수호를 외칠 것인가?
이 땅의 진보운동세력에게는 법 자체가 개혁의 대상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자기들은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필요할 때만 법질서 수호를 외치는 것은 저들 쓰레기들의 전매특허로 남겨놓으면 족하다. 여권신장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만을 가지고 판단하며 논리성과 일관성이 없는 '사법권 수호'를 일제히 외쳐대는 여성단체들은 지금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져있는 것이다.
2) 반대논리를 무시한 여성단체의 여론몰이식 대응방식.
그 어디 수많은 여성단체의 수많은 성명서 중에 군가산점 찬동세력을 '남성들의 기득권 수호'의 쪼잔함으로만 매도하고 있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필자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고, 군가산점 찬성론의 정제와 확산에 동참한 한 사람으로서 군가산점 찬성론의 논리적 우월함은 사이버 공간에서는 쉽게 확인될 수 있게 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극히 최근까지 여성단체가 위와 같은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군가산점 찬성론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거나 둘 중에 하나일진대, 몰랐다면 직무유기이자 불성실함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알면서도 외면했다면 이는 더더욱 진보단체로서의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군가산점 찬성론의 논리성 자체에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지만, '남녀평등'이라는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면, '진보운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동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현재 아무리 '남녀평등'만을 외쳐봐야 최악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운동의 방법은 그들이 상실하고 있는 논리성을 회복하여 이제부터라도 군가산점 찬성론자들의 여성단체에 대한 논리적 의구심을 해소하려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이 진정 제대로 된 운동방식이 아닌가.
설사 그러한 '김빼기 전술'로 군가산점 폐지를 수호해 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갈길이 먼 '남녀평등'의 대장정에서 군가산점 찬성론자들의 싸늘한 시선과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호주제 폐지가 남녀평등을 위한 지상과제이고, 논리적 타당성과 여론의 지지까지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여당과 제도언론이 시기상조, 국민정서 운운하며 여성단체들의 논리의 의도를 호도하고 여론몰이식 김빼기에 나설 경우, 대중들에게 무슨 낯으로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할 텐가.
이미 군가산점 찬성했던 사람들은 여성단체의 대응방식으로부터 그들은 '진보'가 아니고 여성권익향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도권 쓰레기들과 똑같은 방법을 써서라도 얻어내고야 마는 '여성만을 위한 여성들의 집단행동'쯤으로 낙인찍힌 여성운동에 대해 등을 돌린지 오래일 텐데 말이다.
4. 사회적 약자의 역할.
약자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 강화의 과정은 약자가 입만 벌리면 받아먹을 수 있는 떡고물을 만들어 주는 것과는 또다른 것이다. 약자에게 떡고물을 만들어 주는 것은 '자선운동'이고, 약자를 진정한 강자로 만들어 주는 '진보운동'과 구별된다.
약자는 진보적일 확률이 높다. 사회적 부조리에 의한 억압과 착취에 짓눌린 사회적 약자는 자신의 처지를 통해 사회적 모순을 깨닫고 몸을 내던져 사회적 부조리에 집단적으로 대항하여 스스로 권리를 쟁취하며, 나아가 자신만의 해방이 아닌, 전 사회적인 진보를 이룰 세력으로 조직될 확률이 높다.
약자는 힘에 있어서 약하지만, 약자이기 때문에 모순을 온몸으로 체험함으써 그에 대항하도록 강제하는 감성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약자에게는 정당성이라는 무기가 필요하다. 자신들의 권익향상이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닌, 진정한 사회진보를 위한 것이라는 정당성은 약자의 집단을 강고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강자의 일부를 그들의 노력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무기이다.
물론 강자도 나름대로의 정당성, 정통성이 있기 때문에, 약자가 자신의 정당성이 강자의 그것보다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논리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최소한의 조건이다.
여성운동은 남녀라는 성구분에 의한 사회적 차별현실에서 약자인 여성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진보운동이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여성운동이 자신의 운동을 밥그릇 싸움과 구별되는 진보운동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광범한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정말 자신의 모든 활동에 대한 논리성 확보는 최소한의 요구조건인 것이다.
현재 대다수 군가산점 찬성하는 사람들이 여성단체를 비난하는 이유는, 그동안 진보운동인 줄 알았던 여성운동이 이번 군가산점 논쟁을 거치면서 단지 여성들의 밥그릇싸움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기 때문이며 이렇게 된 원인이 여성단체의 논리적 허술함과 독선적 태도때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은 여성고용할당제 30% 확대실시 주장도 진보적 운동으로 바라보지 않고, 여성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반대할 것이다. 누굴 탓할 것인가.
5. 진보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여성단체가 그동안 '남녀평등'의 대의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해서 그들이 언제나 '진보적'일 수 있는가?
'진보성'이라고 하는 것은 한두구절 강령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의 진보적 운동으로 영구히 수여되는 훈장도 아니다. 진보를 외치는 단체는 끊임없이 자신의 진보성을 대중들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특히나 요즘 같이 사이버 공간 등 자유로운 상호 토론의 공간이 널리 확대된 시기에, 자신이 벌이는 운동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 확보와 설득은 기본이다.
여성단체가 과거에 했던 공적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지금 여성단체의 행각은 '진보성'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성'을 해도 너무하게 상실하고 있다. 군가산점 폐지라는 작은 실익을 얻었을지 모르나 큰 대의명분과 지지기반을 송두리째 잃고 있는데, 이 어찌 대한민국 진보운동의 손실이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6. 마지막 기회.
지금까지 필자가 주장했듯이, 여성운동은 현재 최악의 상황이고,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금까지의 고된 노력을 통한 성과물까지도 한꺼번에 날려버릴 위기에 처해있다. 논리성 확보를 외면한 그들의 한달 간의 노력은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가산점 문제'에 보여준 여성단체의 실망스러운 모습으로부터 여성운동을 여성들의 밥그릇싸움으로 낙인찍은 대중들에게, 여성단체가 진보적이라는 선험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감싸고 돌아봐야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지 않았는가. 그런 방법이 먹혀서 여성단체를 편들어 줄 사람이라면 오래전부터 이미 편들고 있을 것이다.
감싸고 도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유일한 대안은, 더욱 여성단체의 비논리성을 공격하여 그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운동의 허술함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글의 목적이기 도 하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실익을 잃을지도 모르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나, 적어도 지금 이미 입고 있는 이미지의 손실을 그나마 최소한으로 줄이고, 잘못된 것을 계속 밀어붙이지 않고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여 바로잡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앞으로 펼칠 운동이 진정 '진보적'일 수 있기 위해 더욱더 신중하고 철저한 활동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이야말로 여성운동이 현재와 같은 사면초가의 위기를 극복하여 오히려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호기로 삼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쟁점이 이동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잃어버린 명분과 정당성에 대한 해명의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필자의 판단이 전부 틀렸기를 바라지만, 만에 하나 군가산점 파동으로 인해 여성운동이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지 않기를 바라면서, 위기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면서 긴 글 이만 마친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말씀 드립니다.
- 나우누리 k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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