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1 번 글: 군가산점 폐지, 무엇이 문제였나 - 제5탄 |
| 글쓴이: 반골 |
글쓴날: 2000년 10월 06일 09시 26분 |
읽은수: 664 |
군가산점 폐지론 비판
출처: 싸우 토론장.
나우누리 '함께살기'님의 군가산점 폐지론 비판 및 쟁점정리 아래의 글은 제가 나우누리 plaza에 올린 글입니다. 참고가 되실까 해서 올려봅니다. 한 개인에 대한 반박형식이지만, 군가산점 폐지론 반박논리를 한번 정리해 본 글이기도 합니다.
『열린광장-네티즌 추천 열린광장 (go PLAZA)』 18804번
제 목:함께살기님의 군가산점 폐지론 비판 읽음:348
올린이:ksquare (강승관 ) 작성:00/01/24 19:07 추천:00/01/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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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살기(최종규)님의 군가산점 폐지론에 대한 반박문 ]
함께살기님의 글을 읽고 이렇게 공개편지를 띄웁니다. 이 글은 플라자에 올려질 것이며, 함께살기님께 메일로 보내지게 될 것입니다. 함께살기님에 대한 공개질의서로서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군가산점 찬성론을 한번 정리해 보았으니 함께살기님의 글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먼저 수고가 많으시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함께살기님의 아이디는 그동안 플라자에 가끔씩 상당히 가치있고 좋은 글들 올려주시는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군가산점 논쟁에도 관심가져 주시고 글 올리시며 많은 질문에 답변하시느라 조금 지치신 것 같은데, 제 글 하나 더 보태지는 것이 혹 귀찮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적할 것은 해야겠기에 이렇게 메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군가산점 찬성론자로서, 플라자에 몇개의 글을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반박글 위주로 쓰고 있지요. 딴지일보 반박글, 한겨레 신문 반박글 등을 쓰다가, 어떤 분이 함께살기님이 이러이러한 주장을 어느 게시판에서 하신다는 글을 읽고 열린광장의 함께살기님 게시판으로 가서 군가산점과 관련된 모든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함께살기님의 글에 반박글을 쓰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우선, 플라자를 '쓰레기장', '이성을 잃은'으로 묘사하셨더군요. 저는 헌재 판결 이후부터 추천게시판의 모든 글을 빠짐없이 다 읽었습니다. 그러나 함께살기님의 플라자에 대한 평가는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함께 버리는 오류를 생각나게 하는군요. 감정적인 글들만 보지 마시고, 그 안에 묻혀 있는 논리정연한 양측의 주장들에도 관심을 가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옥석같은 글들 찾아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정도 성의도 보이지 않고 플라자의 생산적인 논의 전개과정까지 무시하신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살기님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그에 대한 근거는 뒤에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군문제 개선에 대한 보완책으로 내놓으신 내용은 상당히 눈길을 끄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군가산점에 대한 함께살기님의 주장은 논리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함께살기님의 글에 대한 반박편지들에는 감정적인 내용도 많지만, 거칠은 문체로나마 군가산점 문제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또한 많이 보이는데, 그에 대한 함께살기님의 반박 역시 많은 부분 논리적이지 못했습니다.
함께살기님의 글에 대해서 제가 '비논리적이다'라고 했는데, 이 글의 후반부는 저의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펼치는 주장들의 대부분은 이미 플라자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다듬어졌던 논리라는 것 역시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함께살기님의 많은 글들을 보면 답변을 하면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게 되는 상황을 피곤해 하시는데, 플라자의 군가산점 찬성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이 진정 옳은지 알고 싶으시다면, 반대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의 논리도 주의깊게 검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이 되신다면 반드시 추천게시판에 가셔서 10페이지가 넘는 글들만이라도 꼼꼼히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역시 군가산점 찬성론을 펼치기 위해서 헌재판결 이후 추천게시판의 모든 글, 한겨레신문의 모든 기사, 여성단체들의 모든 성명서, 딴지일보 기사 등 많은 글을 읽어야 했습니다. 물론 저의 게으름 탓에 함께살기님이 그리 오랫동안 군가산점 폐지론을 펼치신 점을 미리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이제 알게되어 함께살기님의 모든 글을 읽고 이렇게 반박글을 쓰고 있으니, 함께살기님께 군가산점 폐지론을 펴시려면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최소한은 알아주시길 부탁드리는 것이 무리한 부탁은 아닐 듯 싶습니다.
매우 자신있게 주장을 펼치시고, 때로는 욕도 하셨더군요. 그러나 비논리적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고선 시작하겠습니다. 김준식씨의 글에 대한 답변에서 '미국보다 낫다' 부분에 대한 반박. 실수였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전혀 질문의 의도와 상관없는 답변이었습니다. 눈에 확 띄더군요.
논리성은 갖춰져야 합니다. 뭐 때로는 논리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번 군가산점 문제의 본질만큼은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에서 군필자들이 보여주는 거센 반발의 폭발력은 함께살기님이나 여성단체와 언론들이 질타하는 감성적인 요소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군가산점 존치의 논리적 정당성에도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간과하고는 군필자들의 폭발적인 반발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적 정당성에 대해서, 여성단체를 포함한 그 어느 단체에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고 있지 않은 상황이 더욱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군가산점 찬성론/폐지론, 어느것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딴지일보 한겨레신문 여성단체 진보노동당 성명문 그 어디를 봐도 군필자들의 반발은 '남성의 기득권 유지'로, '사이버 테러'로 매도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군가산점을 찬성하는 여론조사의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우누리 플라자 추천게시판에서 이미 오래전에 군가산점 폐지론의 근거들은 모조리 논박되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러나 조금만 성의를 보인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찬성론자들의 목소리는 '사이버 공간' 외에는 보이지 않고, 나머지가 모두 단합해서 이들을 '쪼잔한 폭도' 정도로 몰아붙이고 있으니 기가막힐 따름입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처럼 문제 자체의 논쟁을 회피하고 여론을 호도하려 주장하는 집단들이 마치 이 사회의 진보를 추구하는 양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함께살기님의 글 역시 군가산점 찬성하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내용이 매우 많이 보입니다. 인용해 볼까요?
"그래서 군 가산점을 그렇게 붙잡고 매달리고 싶어하십니까?
제 눈에는 이렇게만 보입니다. '난 잘 먹고 잘 살 거야. 그래서 다른 사람은 시험에 떨어져도 나만은 붙어야 해' 하고 생각하며 그 가운데 여성과 장애인은 함께 일하면 불편하고 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고, 가끔씩 잘 빠진 후배 여직원 허벅지도 쓰윽쓱 문지르고 엉덩이도 만지고 가슴도 주무르고 싶은데 이렇게 하면 이젠 성추행이니 뭐라 하고 커피 한 잔도 안 타오고 말야.. 이 따위 여성들을 뽑으면 뭐해?
장애인은 또 어떻고. 이 녀석들은 죽지도 않고 어떻게 살아 있나 몰라? 늘 신경 거슬리지 일은 똑바로 안 하는 것 같지.. 어휴..
당신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당신들 생각 아닙니까?"
색안경 그만 벗으시고 군가산점 찬성론이나 조리있게 논박하시길 권합니다. 함께살기님은 군가산점 폐지가 '진보'라고 생각하시며 자신을 사회진보에 앞장서는 것처럼 한참 멋부리시고, 군가산점 찬성하는 사람들을 위와 같이 강한 어조로 비난하셨는데, 함께살기님이 진정 옳으시다면 문제가 없겠거니 와, 만약 틀리셨다면 그 모든 비난과 매도는 곱절이 되어 함께살기님에게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군필자들의 폭발적인 반발의 발단과 이어지는 재생산의 중심축에 있는, 아직까지 논박되기는 커녕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그들의 논리적 정당성에 대한 온전한 비판 없이는 군가산점 문제에 있어서 무엇이 정녕 제대로 된 진보인지 한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 함께살기님의 글에 드러난 비논리성에 대해서 비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살기님의 글은 양은 많지만 그 상당수가 '남녀성차별' 또는 '장애인 차별'의 현실에 대한 예를 들며 그 차별현실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군필자=남성은 이처럼 남녀구도로 볼 때 기득권자인데, 군가산점으로 여성과 장애인에게 또 피해를 주어서야 되겠느냐? 라고 주장하십니다.
그리고 군필자에게 보상은 필요하나, 군가산점은 제대로 된 보상이 아니고 '껍데기 보상'이라고 주장하시면서, 이러한 잘못된 제도는 폐지해 버리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하자시면서 대안적인 제도를 제안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함께살기님의 주장의 축은 위의 두가지가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나씩 비판해 보겠습니다.
1. 군가산점 문제와 남녀성차별 현실의 연관성.
군가산점 폐지의 근거로 남녀성차별 현실을 드는 것은 함께살기님 뿐만 아니라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글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여성과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이고, 남성은 강자이며, 군필자=남성 이므로 군필자가 강자인데, 이미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장애인에게 피해를 주는 군가산점은 없어져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군필자 = 남성 입니까?
군가산점, 여성고용할당제, 국가유공자 가산점 등은 시험점수와는 무관하게 사회적 평등을 도모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남녀성차별 현실이 심하니까 여성고용할당제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평등을 위해 각종 법규를 만들고, 군복무로 피해를 입은 군필자들을 보상하기 위해서 군가산점 만든 겁니다.
군필자 가산점은 군복무로 2년이 넘는 인생을 차압당한 국가유공자와 다름없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평등을 유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군필자는 국가유공자입니다. '군필자를 위한 대응논리'를 보세요.)
군복무를 한 사람들에게 군가산점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논하는 데 남녀성차별 현실이 왜 들먹여져야 합니까? 군필자의 '상당수'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군필자=남성=성차별현실에서 사회적 강자'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등식을 성립시키는 것은 복잡다단한 사회계층간의 복잡한, 그러나 제대로 된 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한 길과는 거리가 멉니다.
대립구도는 군필자-군미필자입니다. 남녀성차별을 문제삼으려 했다면 공무원 시험에 '여성가산점제'나 '남성감산점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면 모르겠어도, 군필자와 군미필자의 평등을 도모하던 제도의 존폐를 논하는데 남녀성차별 현실을 들먹인다면 이는 군필자와 남성을 혼동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할 평등을 대충 '군가산점'과 '여성권익향상'을 바꿔치기함으로써 얼버무리려는 위험천만한 태도입니다.
군복무한 남성과 군복무안한 남성중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사회적 강자입니까? '여성고용할당제'가 '남녀성차별' 측면에서의 평등을 도모하려고 만들어진 제도인 것처럼, '군가산점'은 '군복무' 측면에서의 평등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군가산점 폐지로 간호장교 출신의 여군 제대자가 낙방을 한 것이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문제 자체의 구도를 본다면, 여성성차별 현실을 나열하는 것은 기껏해야 '참고사항' 이상도 이하도 아닐진대, 이를 군가산점의 존폐를 논하는데 거리낌없이 언급하는 군가산점 폐지론자들은 아직까지 문제의 본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군요.
2. 군복무라는 의무에 보상이 필요한가? 그리고 군복무는 '피해'인가?
사실 헌법청구인들의 주장에 남녀성차별이 주된 근거로 나타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의 주된 핵심은 '의무에 일일히 보상해 줄 필요는 없다.'라는 식으로 표현된 구절이었습니다.
의무에 보상이 필요하다라는 주장에는 저와 함께살기님이 별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함께살기님을 포함한 많은 군가산점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근거 중에, 군복무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딴지일보에서 말했듯 '군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로부터 발생하며, 군문화/군생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상당부분 줄일 수 있게 되리라는 주장에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군대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군복무 자체의 속성상 군복무가 위험하고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국가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살인기계로서 2년이 넘는 세월을 차압당하는 군필자들의 희생에 의해 국민 모두가 평화를 보장받는다는 사실은 군복무라는 의무의 차등적 이행에 대해 어떻게 하면 평등을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거기다가 군복무만큼 '차별의 양'을 예측할 수 있고, 보상받아야 할 자와 그렇지 않아도 되는 자(실은 보상을 해야할 자)의 구분이 명확한 것도 없습니다.
'여성성차별'이라는, 한편으로는 모호하지만 명백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그대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여성고용할당제는, 그 혜택을 받는 여성이 정말 성차별을 많이 받는 여성인지, 아니면 운이 좋게 별로 피해를 크게 받지 않은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그에 반해 군복무 문제야말로 피해상황과 그 양을 헤아림이 훨씬 명백하고, 보상받아야 할 집단의 구분이 뚜렷하므로 사회진보를 외친다면 이들의 사회적 평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3. 군가산점이 여성과 장애인에게 피해를 주는 차별적 제도인가.
앞에 언급했듯이, 문제의 구도는 군필자-군미필자이므로 여성과 장애인이라고 하는 것보다 군미필자라고 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우선, 군필자는 '이미' 군복무를 수행함으로써 피해를 입었음은 명백합니다. 그 피해에 의한 수혜는 군필자 미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누렸으며, 군복무에서 배제된 것은 미필자에게는 '특혜'와 다름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미필자들에게 군복무 기회 자체가 없었으므로 부당하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 헌법소원 내용에도 있음 - 국가봉사경력가산점제나 여성징병제 찬성하세요. 몸이 안돼서 군복무 못하는 장애인은 당연히 다른 형태로 보상할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은 아니지요.)
한쪽이 특혜를 입으면 다른 한쪽은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군필자들, 군미필자들 때문에 '이미'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 국민이 모두 군대에 갔다면 군필자들의 피해는 훨씬 더 적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라는 것이, 남북분단상황과 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감수해야할 위험성과 기본권의 침해를 피할 수 없다는 면에서 헤아릴 수 없이 큰 것입니다.
이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은 당연히 군미필자의 피해를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군미필자의 피해없이 보상하라는 논리가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군필자가 피해를 입고 군필자들이 보상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릅니까? 호봉제, 세제혜택 등 마치 군미필자가 아닌 '국가'가 보상하는 것인양 내놓아진 대안들. 그 세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옵니까? 나온다면 군미필자 주머니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럼 그것은 피해 아닙니까?
군복무가 '국가'에게 피해를 입은 것이니 '국가'에게 보상을 요구하라구요? (이 부분은 함께살기님의 논리를 비판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러면 '국가'와 '군필자'간의 문제인 '군복무'는 군미필자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는 말입니까? 군복무가 있기에 군필자든 군미필자든 이렇게 한가롭게 떠들 수나 있다는 사실을 잊으셨습니까? 그리고 그 군미필자와 아무런 상관없어 보이는 '국가'로부터의 보상은 군미필자의 세금으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듯 군가산점이 군미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보상안인 군가산점의 '양'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만점을 맞고도 떨어질 수 있다는 현실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군가산점을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입니다. 군가산점의 취지 자체는 옳으나, 그 현실적용에 문제가 있다면 공무원 시험을 출제하는 기관에 시험의 변별력을 높여달라고 주장하든지, 아니면 군가산점을 좀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 일입니다.
즉, 타협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구인들이 선택했던 것은 '헌법소원'이었고 헌법재판소가 선택했던 것은 재고의 여지가 없이 즉각적 효력을 발휘하는 '위헌판결'이었으며 이에 대해 함께살기님, 여성단체, 한겨레신문을 포함한 폐지론자들은 논리적 헛점과 과정상의 조급함에 대해 비판하기는 커녕 '남녀평등을 앞당긴 성과물'로써 감싸안기 급급했으며 반대자들의 논리적 비판에 대해 철저하게 매도와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함께살기님은 최소한 무대응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이 어찌 '남녀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진보를 가장한 경직된 위선으로서의 폭거를 2000년 남한사회에서의 진보의 모습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4. 군가산점의 정당성.
군가산점은 군필자와 군미필자의 차별적인 군복무수행에 의해 발생한 '기회의 불평등'을 평등하게 하도록 마련된 장치입니다. 역사적으로 뭐가 어쨌건간에, 현재 군가산점이 가지는 긍정적인 의의는 위와 같습니다.
군복무한 사람과 군복무하지 않은 사람(여성과 장애인이라고 안했습니다)이 같은 선상에서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불평등입니다.
왜 하필 군가산점이냐? 호봉제 등 다른 것으로 하면 안되냐라고 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일리가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러나 군가산점의 긍정성은 검토하고 넘어갑시다. 일단 공무원이고 교원이고, 시험에 합격해서 붙지 않으면 호봉제고 뭐고 소용이 없는 겁니다. 여성고용할당제나 국가유공자 가산점 역시 시험의 당락에 직접적으로 개입합니다. 군가산점이라고 다를 것 없습니다.
A라는 사람이 군복무하지 않고 26살에 합격한 것과, B라는 사람이 군복무하고 2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사실 공백기는 2년이 훨씬 넘지만) 28살에 합격한 것이 평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합격 이후의 특혜와는 별도로, B는 자기 인생에서 2년을 손해본 것입니다. 2년을 공무원 활동을 못했고, 그만큼 월급도 못받았을 겁니다. 합격 이후의 보상과는 이것은 별도의 문제입니다.
군가산점의 형태이든, 아니면 변형해서 '군필자고용할당제' 같은 형태이든 간에, 시험의 당락에 혜택을 주는 것이 '기회의 평등' 측면에서 최소한 고려할 만한 긍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평등'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이지, 청구인들의 소송내용에 언급되듯이 '군필자의 특혜'를 위한 제도가 아니란 말입니다. 설사 특혜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이고. 이처럼 군가산점은 다른 보상안이 갖고 있지 못한 나름대로의 긍정적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페지론자들의 주장 중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이, 군가산점은 기껏해야 군필자들 중에서 일부만 혜택이 가는 제도 아니냐. 군필자 모두에게 보상이 가는 제대로 된 보상안을 논의하자. 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러한 주장이 어떻게 '그러므로 군가산점은 일단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로 이어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군가산점 폐지론을 조목조목 반박해 왔고, 군가산점 제도 자체의 긍정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음에도, 또한 모두가 인정하듯이 군필자에 대한 거의 유일한 보상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폐지시킨 것이 어찌 진보의 이름으로 옹호될 수 있는지, 한심할 따름입니다.
함께살기님의 글에도 언급되듯이 여성고용할당제 등에도 문제의 소지는 있습니다. 물론 폐지론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여성고용할당제 역시 남성들에게 '피해'를 주는 제도임은 분명하죠. 그렇다고 즉각 폐지해 버려서 시험에서 떨어지는 사람 나오게 만들고, 자 이제부터 제대로 된 남녀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여 남녀가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여 여성고용할당제 같은거 필요없게 하자. 라고 주장한다면 여성단체들이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군필자들이 하루아침에 당한 것이 바로 똑같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군가산점 폐지론자들이 벌여온 주장들. 문제가 있을 수 있을지언정 '여성권익향상'의 취지로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진보적'이라는 수식어는 허용할 수가 없습니다. 진보가 뉘애기 이름입니까? 그 정도 허술한 논리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결국, 군가산점 찬성론자들의 논리적 반격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않는다면, 혹은 못한다면, 진정 이 땅의 여성운동은 '여성 밥그릇지키기 운동'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라면, 남성들 밥그릇 뺏는 일이라면 논리적 정당성이고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고 뭐고 밀어붙이는 운동, 아니, 집단행동.
함께살기님이 우려하셨던, '그나마 겨우 자리잡고 움트려 하는 대한민국 시민단체 싹을 잘라버리는 일'은 여성단체 스스로 자신들의 논리적 정당성을 갖추고 반박하려 노력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한번 여성단체에 등을 돌려버린 군필자들을 다시 그들의 잠재적 동지로 돌리기 위해서는 군가산점 문제부터 제대로 풀어야 합니다. 설사 여성단체의 논리가 100% 옳다 할지라도 남성이건 여성이건 여론조사만 했다 하면 군가산점 찬성의 압도적 승리로 나타나는 국민의 여론을 감안한다면 이렇게 가만히 자신들의 그동안의 노력의 성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될텐데, 논리적 허술함을 자랑하듯 성명서에 반복하며 논리정연한 형태를 갖추어가는 반대논리는 폭도로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떠먹여줘도 뱉어버리는 태도나 다를 바 무엇이 있겠습니까. 함께살기님 진정 여성단체의 발전을 바라신다면, 그들의 '남녀평등실현'의 취지만을 보고 무조건 옹호할 것이 아니라 그 남녀평등실현을 한답시고 다른 사회적 약자를 짓밟는 그들의 비논리성과 안이함에 비판의 화살을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진정 그들이 제대로 된 진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말입니다.
5. 군가산점을 대체하는 보상안의 문제점.
매우 뛰어나고 참신한 대안 내 놓으신 점 먼저 인정해야겠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돈 들어가는 것이든 안들어가는 것이든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군 개혁'과 '군필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입니다.
먼저 묻고 싶습니다. 기껏해야 청사진에 불과한 그 제도들 언제 효력을 발휘하나요? 각계각층이 내어놓은 보상안들 조금씩 다 다른데, 언제 합의해서 예산 마련하고 관련법규 만들고 시행에 들어갑니까? 이미 군가산점 폐지로 시험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은 속속 발생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군가산점'은 예산이나 개혁없이도, 군미필자의 권리를 떼어 군필자에게 얹어주는 손쉬운 형태로 군필자와 군미필자와의 평등을 도모하던 제도였습니다. 그 제도의 최소한의 정당성이나, 폐지 과정의 논리적 모순 및 과정상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없이 비판해 왔습니다.
그렇게 현실적이며 유일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진정 '정의'입니까? 어떤 유예기간도 없는 전격적인 '폐지'가? 기껏 내놓는 대안들이 거창한 군 개혁과 사회보장제도 확충입니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국가봉사경력가산점제를 그 긍정적 취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해보지도 않은 구구절절 시행상 예상되는 문제점을 들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합니까? 국가봉사경력가산점제가 임채정 의원 혼자만의 발상이었다고 반대합니까? 그러는 여성단체나 기타 폐지론자들의 대체 보상안은 얼마나 졸속이며 급조된 것입니까?
군 개혁이나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틀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군 개혁과 군필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 확충, 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거 개혁하다 보면 우리나라 정말 민주사회 될 겁니다.
뭣하러 여성고용할당제 같은 제도 운영합니까? 남녀고용평등을 위한 좀 더 거창한 제도 찾아보면 많을 겁니다. 장애인 관련 법규? 좀 더 강화하고 시행 제대로 하면 될 것 아닙니까? 통일은 어떻습니까? 통일하면 군가산점이니 뭐니 하는 문제의 근원이 없어지겠네요. 말은 참 쉽습니다.
긴 말 안하겠습니다. 개혁은 현실성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야 합니다. 어떤 제도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그 제도가 과연 시행 가능한 것인지,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은지, 언제 시행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역시 중요한 것입니다. 사회정의를 바란다면, 그나마 유일한 보상책이었던 군가산점을 어떤 식으로든 형태를 바꿔서 유지해보려 시도하지 않고 보완제도의 시행시기와 관계없이 '이거 사실 좋은 제도 아니다. 더 좋은 제도 있다.'라고 폐지해 버린 작태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당장 시험에서 혜택을 보게될 일부 여성들을 위해 일을 벌여놓고 문제가 커지자 말빨로 비난을 회피해 보겠다는 의구심을 피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상 반박을 마칩니다. 처음에는 함께살기님의 주장을 인용하고 그에 대해 반박을 적는 형식으로 하려다가, 너무 지엽적인 내용이 반복될 것 같아서 위와 같은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각 구체적인 주장에 대한 반박을 원하신다면 기꺼이 반박문을 써 드리겠습니다.
이상의 내용은 물론 제 머릿속에서만 나온 것이 아닙니다. 나우누리 플라자를 포함, 많은 분들의 좋은 글들과 논의과정을 보면서 제 나름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미처 전달하지 못한 좋은 의견이 많을 것이나, 조금만 성의를 보여주신다면 좋은 의견들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줄로 믿습니다.
여성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다 여권신장이고 남녀평등이 아닙니다.
'남녀평등'이라는 대전제로 무조건 옹호하려는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 군가산점 논쟁은 그 시작인 청구인들의 헌법소원부터 모순 투성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은 저의 딴지일보 비판글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물론 그 이후의 전개과정 및 여성단체들의 태도에도 헛점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정당한 비판을 가하지 않고 '남녀평등'을 내세워 눈감아버린다면 이땅의 진보단체들은 진정 위기를 자처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발전된 논의를 위해, 그리고 함께살기님이 퍼부었던 그 비난의 화살들이 함께살기님 자신을 향하지 않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리면서 이만 긴 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 나우누리 k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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