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을 쓰는데 시간이 좀 걸린 이유는, 과연 어떻게 하면 디아블
로님이 범하고 계시는 잘못을 말장난이나 말꼬리 잡기가 아닌 다
른 방법으로 이해시켜 드릴까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비판할 디아블로님의 글들은 대개 논리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명
백한 오류임에 분명하지만(따라서 이런 주장은 가산점제 위헌판
결과 같은 정당한 법적 승리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전무하지만),
이런식으로 나갔다가는 디아블로님을 비롯해 디아블로님의 글에
대해 "잘썼다"는 찬사를 보내는 몇몇 팬들께서 "얼마나 할말이
없었으면 기껏 말꼬리 잡기냐? 졌으면 졌다고 말을 해라"는 별
객관성 없는 상황판단을 가지게 될 것 같아서요. 해서, 가급적
이면 디아블로님과 같은 분들이 공감하실수 있도록, 말의 형식
적인 오류를 중심으로 물고 늘어지는 비판은 가급적 줄이도록 하
겠습니다. 하긴, 언제는 현실이 건전한 논리대로 돌아갔느냐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제가 비판에 있어 논리나 오류를 내세우는 부분이 있는것
은, "디아블로님은...한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에 틀렸다"를
주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러한 오류를 마치 논리인양 착각하
시는 부분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입니다. 신이 왜 이땅에 악을
허(許) 했는지, 악이란 왜 본질적으로 그른것인지에 대해서는
철학적 논쟁이 분분 합니다. 그러나 악인이 선인으로 둔갑되는
사회가 되먹지 못한 사회라는 사실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줄로
압니다. 답글을 위한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이정도로 해 두
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하나 정리해 보자면, 논점은 간단합니다. 얼마전 위헌 판결이
난 가산점제도는 그 수혜자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군필자
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다수 이에 속하지 못하는 비
수혜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런점에서 존속 자체가 하나
의 불평등 아니겠느냐는 문제입니다. 애당초 제가 디아블로님
에게 드린 질문이나, 디아블로님이 저에게 반론 형식으로 답
하실 부분은 "과연 이러한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가산점제도가
존속해야 한다면 그 명분은 무엇인가" 입니다. 일단 뒤로 미
뤄둔 "폐지냐 대안제시냐"는 문제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폐
지냐 대안이냐"는 어법 자체가 조금 우스운 것도 있고 뒤에서
따로 지적하겠지만 저의 폐지 주장에 대해 대안 제시 이후 폐
지를 고수하시는 디아블로님의 생각은 그 다지 타당성이 없는
것이라 앞서 말한 논점을 중심으로 진행 하기로 하겠습니다.
올리신 1127번 글을 완전히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토론 자체와 무관한 내용이 너무 많아요. 예를들어서 장문의 글
가운데 최소절반 이상 되는분량이 가산점제 폐지에 앞장선 모 여
성단체에 대한 비판인데, 저랑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아마 폐지
에 동참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을 가지고 알고보면 똑같은 족속일
것이라는 지레 짐작을 하신 모양인데, 저에 대한 사상 검증은 가
급적 제가 뱉은 말 한도내에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해하는데 힘들었던 두번째 이유는 디아블로님 께서는 몇가지
사회적인 가치들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계시다는 점
입니다.
"군가산점 문제는 사회적인 권리관계의 부정이다" 저는 이 문장
에 대해 액면 그대로 동의를 합니다. 군가산점 문제는 "원론적
으로 의무 이행자와 불이행자 간의 문제이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도요. 따라서 누군가 이를 무시할 경우 당연히 "같은것은 같게
다른것은 다르게라는 상대적인 평등의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도 동의를 합니다. "의무 불이행자가 의무 이행자와 같은
권리를 주장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니까요.
먼젓번 글에서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전 토론에 있어서 어설
픈 수사학적 표현을 지양하자는 쪽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온건
한 사고와 사상을 가진 한사람의 시민으로서, 윗 문단에서 인용
한, 디아블로 님이 말씀하신 네가지 사항에 대해 순수한 의미에
서 동의를 합니다. 단 한가지,동의 못한다기 보다도 의문 스러운
것은 과연 저것이 (현행)가산점제의 존속에 대한 지지 근거로 작
용할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첫째,군가산점 문제는 군필자들간의 대등해야할 사회적 권리에 대
한 부정입니다. "군필자들간의 사회적 권리 동등"은 이어지는
제 주장에 대한 일관된 전제에 속합니다.
현실적인 부분을 보면,제도적 발상 자체가 과거 군사정권 시절
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그
시대 가산점제의 제도적 근거중 하나는 그것이 정부측 입장에서
돈 안들이고 생색내기가 쉽기 때문이지 사회적 분배 관계를 고
려 해서라거나, 대한민국 남성들의 병역의 의무에 대해 높이 쳐
주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만일 현행 가산점제가 사회적 분배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면,왜
하필 그 유일한 수혜자가 공무원 응시 군필자로 제한되어야 하
는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둘째, 현행 가산점 제도는 원론적으로 의무 이행자와 불이행자
간의 문제입니다. 똑같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디아블로님
께서는 아마도 이를 과잉 단순화 해석하신것 같습니다.즉"여성
들 한테 군가산점 안주는 이유는 군가산점이라는게 원래 병역
의무 수행하는 사람들한테 주도록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와 같은 취지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위 문장에는 몇가지 가려진 진실들이 있습니다. 즉, 이
러한 명제-"가산점제가 의무 이행자에게 주어지고 불이행자에게
는 주어지지 않음이 평등이다"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함
수 관계가 성립해야 합니다. 즉 위에 쓰신 디아블로님의 말씀을
풀어 해석해 보자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는 한,모든 의무 이행자들에게 대등한
대우가 주어진다는 가정 하에) "가산점제는 의무 이행자에게
주어지고 불이행자에게는 주어지지 않음이 평등한 것이다"
라고 해야 정확한 것입니다. 노동을 하는 사람은 돈을 받고,하
지 않는 사람은 받지 않는것이 어느모로 보나 옳은 일이죠.저는
개인적으로 가산점제 폐지로 인한 여성들의 혜택에 대해서는
무관심 합니다. 백보 양보해서, 여자들은 병역의 의무를 수행
하지 않았으므로 그로인한 어떠한 혜택도 아서는 완된다는 디아
블로님의논지를 잠시나마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똑같은
노동을 하고도 누구는 받고 누구는 안 받는다면, 그것이 불평등
이라는 면에 있어 "일한 자에게도 주고 일하지 않는 자에게도 주
는"불평등과 질적으로 무슨 큰 차이가 있는 것인가요? 이 점에
대한 해명 바랍니다.
이 두가지를 사항을 통해 중간 결론을 내리자면 디아블로님께서
는 지금 소위 자기 모순의 오류라는것을 범하고계십니다. 인문계
열 전공이시니 교양시간에 형식 논리학에 대해 공부하신 적이 있
으시리라 믿고요. 혹시나 자기 모순, 혹은 자가 당착이라는 논리
학적 헤프닝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왜 생산적인 토론
에서 이러한 어법이 지양되어야 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 모순(혹은 자가 당착)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말이 옳다 틀리다를 떠나 뭘 주장하고 있는게 아닙
니다. 예를들어 볼까요? "슈퍼맨은 실존 인물이거나 혹은 가상
의 인물일 것이다" 이 문장은 형식적으로 참입니다. 왜냐하면
"혹은"이라는 말로 두 명제를 대등하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지
요.
이러한 오류의 형식적인 면을 벗어나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연결된 두 문장 가운데 후자가 옳지요. 만일 슈퍼맨 대신 빌 클
린턴이라는 단어를 대입한다면, 이번에는 전자가 옳고. 따라서
이러한 오류를 비판함에 있어서는 크게 두가지 면에서의 접근
이 필요합니다. 우선 형식적인 오류의 비판이고, 다음이 내용
면에서의 비판인데 이 글에서는 적어도 형식적인 오류에 대해서
는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용면에서"
변명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대체 디아블로님이 진짜로 주장하
시는건 어느쪽입니까?
이것 말고도 글의 부분부분적인 내용에 대한 몇가지 비판할 사
항이 있는데, 이후 시간나는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지적한 것은 다름아닌 바로 그 명분과 디아블로님이
주장하시는 "그 제도"간의 지향점의 불일치에 관한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 디아블로님의 예의 그 성실한 답변을 부탁드리면서 맺
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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