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 번 글: 불효막심 |
| 글쓴이: 하늘 |
글쓴날: 2000년 04월 23일 16시 33분 |
읽은수: 835 |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어디입니다하고 대답하면 알아주는 pride를 가진 집안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도대체 몇번이고 물은질문을 하시는 이유가 뭐죠.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집중하고 있는사람 방해할 정도로?'
'아버지의 질문도 그렇게 대단합니까?'
'아버지한테 기본이란 뭐죠? 아버지 기분에 맞으면 효도고 그렇지 않으면 불효입니까?'
오늘 아침 '아버지'한테 한 대거리입니다. 아버지한테 있어 세월은 따스함보다도 사람다루는 기술에 있어 노련함이상의 의미 아닌듯 그분의 '경륜'을 극복하기 힘들었습니다.
아버지한테 'stand up to' 해야만 스스로가 성장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불효자식인지라 이렇게 감행하고 말았습니다. 형식은 감정싸움이지만 속내에는 가족내에서 주도권을 앗기지 않으려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본능이 숨어 있지요.
그런 아버지 밑에서 훈련받은 저인지라 이번에는 스스로를 헤치지 않고 대거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아버지는 늘 말씀하시죠. 먼저 성내는 이가 지는거다.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치 않고 의도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참다운 능력이다 라는 의미입니다.)
아버지의 말로 '어릴때' 저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다정다감한 따스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친구가 제게 '고아원 원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겠습니까? 물론 저의 심성이 부모님의 따스한 배려와 사랑안에서 자라났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사회에 나갈때가 되니 아버지는 '양육권'을 기초로 제게 이제와 다른 태도를 가르치시고 있습니다.
압니다. 아버지의 단련은 제가 어딜가도 '절대 기죽지 않는' 태도를 지닐 수 있게 해 주셨으니까요. 하지만 가슴이 쓰라리네요. 그러한 '억지'가 ... 사람들과 '어울림'이 아니라 '입지를 세운다' 혹은 '일가를 이룬다'로 표현되는 영역확보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기본삶의 형식이라는 것이...
어려서부터 싸움을 싫어하고 변함이 없고 사람을 잘따르던 아이는 이렇게 세상을 배워 나갑니다. 아마 아버지도 잘 알고 있을것입니다. 지금 자식이 행하는 전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당신께서 가르친 바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것도 충분히 아셨을 겁니다. 그 부메랑이 당신의 '노화'를 재촉할 것도... 그럼에도 얼마남지 않는 당신의 경험과 에너지로 최선을 다하시겠죠... 그게 마지막 가르침이라고...
자식이 마지막으로 넘을 벽은 바로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를 극복해야만 자신을 세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었을때 스스로 자기가 낳은 자식에게 울타리가 되고 종국에는 벽이된 모습을 발견할 것입니다. 이렇게 순환되는 과정... 이것이 우리의 현재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정쩡한 운명론자가 되었네요... 아래에 '주정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과는 사뭇 다를테지만 아버지에 대한 자식의 느낌은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도 도저히 못견딜때에는 그러한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시거나''수명이 다하길'바랬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하나 아픈것은 아버지를 통해 세상의 삶을 배우면서 '감수성'이라는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과 가까운 따스한 감정... 애정을 갖는다는 점이 무척 '좋'았는데 자꾸 그걸 잠시간 접어두라고 하는군요. 적어도 세상을 살면서...
여기말로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란 이렇게 혹독한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저의 사회적 성이나 생물학적 성때문에 고민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남성중심세계에서 성장과정'을 통해 무수히 본래의 감성을 꺽여야 했다는 사실을 볼때 같은 과정을 거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글이 길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속내를 드러내니 맘이 시원하군요. 장을 마련해주신 달딸에 감사의 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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