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현관에 카드키가 달려있고,
튼튼한 대문에 남이 올라올 수 없는 2층 원룸에 살고 있지만,
6개월 전만 해도 반지하에서 자취를 했더랐죠.
그 자취방은 문을 열면 바로 방이 나오는 구조였는데,
그 문이란 반절 가까이 불투명한 유리였어요-_-;;
그리고 창문은 누가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지만,
가끔 이런 저런 이유(수리 등)로 남자들이 지나다녔어요.
내 방에서는 무릎 약간 위까지의 발이 보이죠.
어쨋든 좀 신뢰성 없는 방이었다는 얘기에요...^^;;
저도 샤워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덜컹! 하고 소리가 났는데, 순간 내가 문을 잠궜는지
안잠궜는지 기억이 안나는 거에요.
그때의 공포란.... 온 몸의 소름이 한번 쫙 오르더군요.
겨우 덜덜 떨면서 욕실 문을 열어 확인하는데
정말 '공포' 그 자체였어요. 놀이기구나 공포체험같은
공포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생생한 공포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엉엉 울었어요. (전 동거인이 없거든요^^) 근데, 남자친구가
제 기분을 잘 이해해주지 못해서 속상했어요.
남자친구에게는 현실적으로 여자라서 생기는 불이익이나
부당함에 대해서는 분노할 수 있는 이해심.....이랄까..
안쓰러움이랄까....뭐 그런게 있었지만,
'상상의, 일어날 가망성 거의 없지만 일어날 가망성이
없지도'않은 일에 대한 제 무서움은 이해하지 못하고,
과민하다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한적한, 또는 흥청대는 밤길을 걸으면서 여성들이
느끼는 무서움에 대해서도 한참 설명을 해줘야 했던
일이 있어요. (아직도 잘 이해못하는 것 같지만)
그리고 가끔은 '너의 피해망상이야'라고 하죠.
맞아요. 피해망상일 때도 많지만, 그런 망상을
갖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여자들의 상황이라는 게 있잖아요.....
남자친구는 피해망상은 없애버리고, 적극적이고 당당하고
활기찬 내 모습을 기대하고 있어요.
부응해주고 싶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어떤 일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움츠러드는 것은.....하..
뭐, 너무 공감해서 주저리...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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