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3 번 글: 공포에 관해 |
| 글쓴이: 페하 |
글쓴날: 2002년 07월 24일 06시 25분 |
읽은수: 1593 |
동거인은 프로젝트 모임때문에 외출하고 홀로 빈 집에서 이것 저것을 하다가
샤워를 하는 중이었다,
쏟아지는 물소리의 막바지에 섞여 문 소리가 나는 것 같았고,
동거인인가..생각하며 잠시 귀를 기울이는데 더이상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여기저기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 오는 바람탓에 뭐가 떨어지는 소리였나..?
..문득 무서워졌다..누가 침입한 것은 아닐까..
덜컹하는 맘에 온몸에 비누칠을 한 채로 욕실문을 잠그려 시도했지만
잠기지 않았다..욕실문을 잠그려 시도한 적이 없어서
잠금 장치가 망가져 있단 것을 여태 몰랐다니.
불안한 마음으로 샤워를 후다닥 끝내고
물을 잠근 후 다시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주위는 조용..
아마 바람에 창문이 닫기는 소리였으리라.
원인 없는 공포감이었다. (Panik)
맘은 가라앉지 않은 채, 머릿속에선 한 가지 상상이..
어떤 사람이 원인 모를 증오로 침입한 건 아닐까..
왜? 앉아서 놀란 맘을 진정시키며 생각했다.
정당하지 않은 폭력에의 무작정의 공포감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은.
내가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에선 에선 열흘정도 전부터 시끄럽다,
어떤 한 넘이 연달아 끔찍한 욕설들로 도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어떤 멍청한 넘이..다. 그치만 이것이 나에게 간단하지만은 않고 게다가 끔찍한 이유는,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정당하지 않은 폭력에 대한 기억들을 일깨우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서 연유하는 뿌리 깊은 공포심을.
여러가지 카테고리안에서의 기득권자들..
이런 저런 이름의 "아저씨들"과 일부분의 "남자 대학 선배들"에게
난 그들의 딸이어서, 그들의 여동생이어서
그들의 "충고"를 들어야만 하는 존재였고, "왜?"라는 물음은 불가능하였다.
(그들의 의견상)"욱.. 하는 성격"의 소유자를 상대로 만나면
반복되는 치욕스런 욕설이나 올라가는 손앞에 공포를 느껴야 했고,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이거나 그 작고 큰 폭력은 공포를 만들어 냈고,
그들은 내 뱃속에 뿌리를 깊게 틀고 앉아 이처럼 어떤 한가지 사실을 대했을때
연상 작용으로 인한 공포 상황을 만들어내나보다.
다행히 곧 돌아온 동거인덕에 공포에 질린 난 위로를 받았고,
거실의 열려 있던 창문이 바람에 소리를 내며 닫힌 소리였을거라
만장 일치로 합의를 보았으니,
반복되는 확인을 통해 뿌리 깊은 공포는 언젠가 치유될 수는 있겠으나,
이로 인해 외부로부터 주입된 근원적이고 통괄적인 수치심은
스스로의 집중되고 반복적이고 끈질긴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 인터넷 사이트의 그 글에 대한 반응들은 반반이었고, 논리적이고 똑똑한 반박글들도 읽었으나..
지금 생각하는 것..그 것이 남자인 그 필자들에게도 나처럼 생생한 경험이었을까..
그렇다면 부당한 것에 대한 울분이었을까, 아님 나에게처럼 살아 있는 공포이기도 하였을까.
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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