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1 번 글의 답장글: RE: RE: 판단의 자료가 될 수 있는 것... |
| 글쓴이: 어리버리 |
글쓴날: 2000년 08월 31일 01시 10분 |
읽은수: 330 |
얼마전 징반모가 "참으로 오래간만에"
따발따발대며 문제 삼았던,
손숙과 여장관의 인천방송 인터뷰 내용을 찾아보라...
장관에게 필요한건 "전문지식" 뿐 만이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들이 한데 모여 빛을 발하게 하는 건
"일반지식"임을 까먹지 말라...
징반모가 퍼다 나른,
여성계의 거목들인 두 여성분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서,
그 사고 수준의 탁월함(?)에 즐겁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p.s
없음...
: 작년 이맘때 쯤 손숙 환경부장관이 부적절한 사건으로 사임한일이 있다. 이 일을 두고 본인은 "여성으로서 장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살아온 사고방식과 한국사회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이야기한다. 혹자 중 손숙장관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여성장관 죽이기이다, 배우라고 장관 못하란 법 있느냐, 처음부터 미운 털이 박혔더니 언론이 그예 손숙을 물러나게 하고 말았다, 라고 음모론을 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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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음모론을 보면서 어설프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손숙장관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밝힌 점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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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환경전문인이 아니다.
: 2. 환경에 관련된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이제까지 정책을 제시한 바 없다.
: 3. 취임 후라도 장관으로서의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공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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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분은 레이건을 예로 드시면서 전문인이 아니라도 정치인을 할 수 있다 라고 이야기하신다. 사실이다. 그러나 레이건이 정치인으로 입문한 뒤에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그랬다면 그는 세금도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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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이 여성장관을 곱게 안본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신문에 나온 사설들을 찬찬히 보시기 바란다. 그러나 사실을 살펴보면 손숙만큼 언론이 키워준 사람도 없다. 단지 라디오 진행자여서가 아니고 멋있는 여성, 성공한 여성으로 이제까지 손숙이 이미지 구축을 해올 수 있었던 것에는 언론의 역할이 컸다. 동아일보는 "손숙씨, 이럴땐?"이라는 고정란을 만들어 손숙씨를 카운셀러로 데뷔시켰고, 각 신문사에서 손숙씨에 대해서, 그녀의 인생과 행보에 대해서 한두어줄 좋게 안걸쳐준 곳이 없다.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이 그녀의 이미지메이킹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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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손숙씨가 "게임의 법칙"을 잊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한 정치인을 지지하는 연극인"과 "정치인"은 다르고 그 행동의 룰도 다르다. 장관자리에 앉고서도 공연에 떠났다면 게임의 룰은 바뀌었는데 자기 식대로 계속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언론이 손숙씨의 러시아 공연을 따라가서 아니 취재할 수 없다. 그것은 손숙씨가 자초한 것이다. 손숙씨가 언론인이라고 가정해보자. 국내 최초, 어쩌면 세계 최초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직 장관이 무대에 서서 연극을 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알고싶어하지 않을 것인가? 그런 취재거리를 따라가서 취재않는 언론사는 바보 이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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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숙씨가 러시아 공연을 마친 후에도 언론의 보도방향은 손숙씨에게 호의적이었다. "감동의 도가니" "문화 교류에 한몫" "대사중 '러시아놈 믿지 말고...'는 자진 삭제하는 슬기를 보이기도..."사실 좀 심하지 않나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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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녀가 결정적으로 게임의 법칙을 잊었다는 것이 나중에 드러난 것이다. 한 나라 장관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이것을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언론이 아니다. 여성장관이 아니고 중성장관이든 양성장관이든 남성장관이든 사실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유인촌씨가 장관이 되었고 그가 공개적으로 돈을 받았다고 한대도 언론은 안쓰고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사진기자들 앞에서 돈을 받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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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자는 말한다. 그것은 뇌물이 아니었다고. 뇌물이라면 그렇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주었겠느냐고. 돈 받아서 극단과 나누었다고. 거기에는 전경련의 음모가 있지는 않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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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대표로 돈을 받아서 자기 근처 사람들을 위해서 돈을 쓰면 뇌물이 아닌 게 되는 건가? 그렇게 치면 전두환도 할 말 있다. 내가 돈받아서 혼자 먹지 않았다, 다 부하들 거둬먹이고 했지...라고. 김영삼 전통도 그런 말을 했었다. 내가 받은 돈은 정치자금으로 썼지 내 사사로운 부의 축적 안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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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이든 아니든 장관이 다른 사람에게서 돈을 받는 것을 너무 '당연시'한 것은 아닌가? '있을 수 있는 일' 로 여긴 것은 아닌가? 남의 돈의 무서움을 손숙씨는 잊은 것이다. 이게 바로 게임의 룰을 잊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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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손숙장관이 퇴임하면서 "여성으로서" 장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힌 것도 사실은 유감이다. 자기가 잘못해서 물러났다고 하면 깔끔하기나 하다. "여성이라서"라는 이유를 붙임으로써 손숙씨는 자기의 능력때문이 아니고 사회가 잘못 되어서, 라는 여운을 남겼다. 이건 사실 여성계를 이용하는 발언이라고 보여진다. 여성이었기 때문에, 자기 잘못은 없고 여성으로 장관하는 게 워낙 이나라에선 어려워서, 라고....손숙씨가 여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장관되는 데 메리트로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손숙씨 물러난 자리는 또 여성이 채우지 않았는가? 그러면 그 뒤에 올 여성장관에게 그 발언은 뭐가 되는가? 악담이 된다. "여자가 장관하는게 이렇게 어려워...너라고 별 수 있냐?"라는. 예를 들어서 동성연애자가 장관하다가 장관을 그만두었다고 하자. 물러나면서 "동성연애자가 장관을 하는 게 이 나라에선 어려워서..."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동성연애자가 채웠다고 하자. 그러면 다음사람은 뭐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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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모론도 있다. 언론이 전경련과 짜고 한 건 한 게 아닌가 하는....그렇게 음모론을 꾸미자면 나도 그런 황당한 소설 하나쯤은 쓸 수 있다. "손숙씨는 평소에 정치인들과 교류를 가지면서 돈봉투 오가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장관이면 돈봉투를 당연히 받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장관이 된 뒤에도 격려금조의 돈봉투 무게가 무거워지는 것을 당연시 여겼고, 그래서 남들 다 받는 거 그것도 자기가 안먹고 극단에 나눠준 거 문제 삼는 언론이 야속했다고. 그래서 "딴 놈들 먹은 거나 나 먹은거나 다른 게 뭐냐. 내가 여자라서 그렇구나. 여성장관 해먹기 어렵다" 소리가 나온 것이었다"는, 완전 100% 소설을 지어낼 수도 있다. 전경련은 원래 손숙씨 주던 격려금에 십시일반(십시일반이란 표현은 원래 한술씩 보태어서 밥한공기 만든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한 술이 2백만원이란 이야기다) 모아서 준 것이다. 전경련이 좀 돈이 많은가, 2만불은 사실 돈도 아닌데 그걸 꼬투리 잡을 줄은 몰랐다는 옛날 이야기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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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뒤에서 돈을 받았다면 언론은 잠잠했을 것이다. 물증이 없어놓으니까. 그런데 남들 보는 앞에서 카메라 플러쉬 받아가며 돈봉투를 받았다. 이걸 안때리면 무엇을 때릴 것인가? 언론이 막강하다고 하는데 증거없이 장관을 물러나게 할 정도까진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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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분들은 정치인들 돈받는 것 하루이틀 이야기인가, 왜 손숙씨만...돈 준 쪽은 가만 두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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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전경련의 관계자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다른 정치인들이 돈을 받는다고해서 손숙씨의 금품수수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당나귀 하나에 나귀 하나를 더하면 당나귀 하나 나귀 하나이다. 누가 잘못을 하고 내가 잘못을 하면 잘못 두개이다. Even이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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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행동이 어디가 그릇되다는 것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채 그녀는 또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죄송함을 느낀다, 라고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녀가 죄송함을 느껴야 할 상대는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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