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0 번 글: 誤讀의 힘 (1) |
| 글쓴이: 무넝이 |
글쓴날: 2002년 05월 13일 18시 45분 |
읽은수: 978 |
때때로 나는 역사 속의 악녀, 측천무후(주2)나 아들을 실명시키고 여제가 된 비잔틴의 황비(주3)에
매료된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가
수천년간 지속된 가부장제의 압력을 뚫고 나와 이름을 남기려면 선함만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가장 잔인한 남자보다 더 잔인한, 가장 냉혹한 남자보다 더 냉혹한 그 무엇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자기 욕망 외에는 아무 것도 안중에 없는 여자만이 역사에 열녀나 효녀 같은 가족의 부속이 아닌
“자기”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여자들은 본받아야 할 인물로서 내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여자들은 한 인간이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外界의 무게를 뚫고 나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한 그 外界의 무게가 뚫고 나가는 한 인간을 온전히 내보내지 않고 어떻게
뒤틀어버리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다. 권력을 가진 여자들이 뒤틀려 있는
것은 이미 많은 기득권을 가진 지주의 아들보다 똑같이 소작인으로 출발해서 마름이 된, 그래서
致富한 인물이 더 자기 이익에 물불 안 가리는 인간일 가능성이 높은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런
마름은 인간으로서 본받을 것은 없을 수 있으나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봉건적 계급관계를 온몸으로
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의 집약체이며, 모순의 집약체로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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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이 글에 등장하는 측천무후나 비잔틴의 여제 이레네, Shakespreare, 花木蘭에 대한 자료는
한 친구가 내게 가르쳐 준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나는 직접 책에서 그 친구가 가르쳐 준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나에게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이것저것 가르쳐 준 그 친구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주2) 측천무후는 원래 당태종 이세민의 후비였다. 태종 사후에 그 아들인 고종이 다시 이 여인을
후비로 삼았는데 이 여인은 점차 세력을 확대하여 황후에 올랐다. 산동성 출신인 측천무후는
동향의 신흥세력을 지지세력 삼아 고종 사후에는 여제로 등극했다. 실권을 쥐고 있는 기간 동안,
전면에서 황제로 나서기도 하고 배후에 있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서 본인이 낳은 아들 둘을
독살했다는 설도 있다. 결국은 손자인 현종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는데 영향력이 워낙 강했던
탓으로 물러난 후에도 숙청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태종의 후비가 다시 아들인 고종의 후비가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아직 당대에는 선비족 등
북방민족의 문화적 영향이 당나라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측천무후는 대체로
전통적인 중국 정사에서는 악녀로 묘사되나 그녀가 왕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안 당나라의 제도가
흔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상당한 능력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주3) 이레네는 9세기의 비잔틴의 황후였는데 아들을 실명시키고 그 왕위를 빼앗았다. 아들을 해친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성녀로 추앙되고 있는데 그 아들이 성상파괴 (예수상, 마리아상,
성인상 등을 말함) 운동 세력을 대표했는데 반해 본인은 성상수호 세력이었던 데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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