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 타이스/ 게으름의 미학 / 2002/ 설치
일상으로부터의 "멈_춤"을 찾아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나의 갈등은 시작된다. 며칠 밤을 새워 만든 기안문에도 상관의 한마디. "이 정도 밖에 안돼? " 그말을 듣고서도 난 아침은 먹는 둥 마는둥, 전철역을 향해 구두가 벗겨져라 전철을 향해 뛰어가면... 간신히 스트라이크! 지각은 면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노라니... 비집고 들어선 전철 창유리로 아줌마 다 된 내가 서있다.
으아! 저건 내가 아니다. 내겐 재충전이 필요하다..
광주비엔날레와 게으름의 미학
그 곳에 베르트 타이스라는 작가가 있었다. 내가 아는 미술지식으로는 클림트의 관능적인 유디트나 키스까지가 전부이다. 제대로 된 현대미술이라? 내가 그런걸 본적이 있던가..
비엔날레 제 1전시실 주 출입구 지붕을 우연히 쳐다보다 이국적인 색채가 강하게 풍기는 나무와 기물들로 눈길을 끄는 쉼터가 있음을 발견했다. 지붕이라 어찌 보면 잃어버린 공간일 수 도 있는 장소에 베르트 타이스라는 작가가 작품을 설치했단다.
우리는 입구 오른쪽 있는 계단을 통해서 그의 '아담한 정원'에 올랐다. 그곳에는 편안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있고, 바닥에는 모래가 깔려있으며, 야자나무가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전시장 지붕에 마련된 열대 휴양지의 쉼터, 그리고 넓은 시야를 두고 관망할 수 있는 공원의 풍경, 이곳에 있으면 마냥 쉬고 싶어지고 게을러지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겼다.
졸음이 쏟아진다!
그래 이대로 좋다. 게으름의 미학, 느림의 미학 뭐라든 좋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 새로운 문화적 충격이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난 좀 당황하고 말았다. 왜냐구? 작품이 없는 것이다. 뭐가 작품인거야? 큰 운동화, 유실물 보관소, 온통 무언가를 말하는 공간들로 가득차있다.
상상을 했겠나? 전시를 보러갔는데, 전시장으로 들어가니 다시 작은 집들로 가득하다고... 듣고 보니 대안공간, 파빌리온이란다. 개별작가들의 공간도 있고...
대안공간은 기존 미술관들에 저항하여 프리스타일로 자신의 예술적 비젼과 작품들을 나누는 공간을 말한단다. 파빌리온은 우리말로 정자라서.. 그냥 앉아 쉬고 대화하고.. 그냥 살아가는 삶의 한 공간에 내가 들어가 있으면 그게 예술이란다.
예술이란 참 간사한 듯 싶었다. 어떤 작품은 마냥 낯설기만 한데, 어떤 작품은 그대로 내게 쉼을 주니... 내 것으로 잡히는 것 같으면서 금방 사라져가는 그 무엇과의 씨름이 한창이다.
뭐 어떤가? 작가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표현하고,
나는 내 식대로 그 사이를 거닌다.
그것으로 족한 것이겠지.. 난 이 새롭고 낯선 경험을 그 느낌 그대로 즐기기로 했다.
광주비엔날레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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