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8 번 글: 찜찜한 마음 |
| 글쓴이: 프리야 |
글쓴날: 2002년 04월 12일 07시 39분 |
읽은수: 1271 |
페미니즘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던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나온 "최보은이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얘기를 듣고서 그 다음날 문제의 그 기사를 읽은데서부터 나의 관심은 시작되었다.
매사에 한가지 일에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없는 내가 왠지 그녀의 이야기에 끌리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근데 아무리 그래도 박근혜는 너무했다"하는 단순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사이트를 헤메며 최보은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읽어보기 시작했고 그래도 그중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두개의 글을 이 게시판에 옮겨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찜찜하다. 같은 여성으로서 최보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라고나 할까(그녀는 왜 미안한대? 뭐가 미안한대? 하겠지만^^) 최보은이 희화화되고 또 한편으로 그녀의 글 중에서 박근혜 부분만 지나치게 확대재생산(여기에 글을 퍼다놓은 나도 거기에 기여를 한걸까?)된 것에 대해서는 나는 못마땅하다.
내가 처음 그녀의 이야기에 끌린건, 그동안 자신이 여성으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그녀의 진솔함과 용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순전히 자신의 경험에서 도출된 결론, 혼자 해보니까 이 빌어먹을 세상 도저히 안되겠더라, 여자덜아 뭉쳐보자, 그런 순수한 문제의식 때문이었지 나에게 그녀의 말, 박근혜가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 표를 줄지도 모른다, 치마만 두르면 표를 주겠다, 라는 말은 사실 처음부터 냉소적으로 들렸다. 정말 그녀가 말하고 싶은건 그게 아닐텐데.. 하는 그런 작은 희망..
적어도 그녀는 성공한 누구누구처럼 '여자들이여, 나처럼 당당히 성공해라'라고 말하지 않았다. 난 사실 어딘가 허술한 듯하고 부족한 듯한 것에 대해 애정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내게 그녀의 이야기는 정치적 발언이라기 보다는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준, 그리고 여전히 나에게는 열려있는 텍스트이다. 그럼 그걸로 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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