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 번 글의 답장글: RE: 나의 변태 체험기 |
| 글쓴이: 흐린날 |
글쓴날: 2000년 04월 04일 17시 44분 |
읽은수: 1065 |
내나이 스물세살, 막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지하철 역에서 최초의 '성희롱'을 당했다.
시간은 열한시쯤?
야간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던 길에,
한 늙으수레하고 약간 나사가 풀린듯한 아저씨 하나가
웃음을 흘리며 마주오고 있었다.
막 지나치려는 순간, 그건 정말 1초도 안걸린 순간이었는데,
이 아저씨 멀쩡한 처녀의 가슴을 막 손으로 주물럭 거려버린
것이다.
뭐랄까. 망치로 뒷머리를 한대 맞은 듯한, 감전된 듯한,
손발이 딱 굳어버려 꼼짝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그 아저씨는 느믈느믈 웃으며 돌아서서 가버리고 있었는데,
나는 아무소리도 낼 수 없어서 그냥 꼼짝없이 서 있었다.
가늠할 수는 없다. 몇분이나 흘렀을까. 몇초가 지났을까.
그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으니까.
너무나 기분이 나쁘고 그때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던
내 무력함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경험은 약이 된 것같다.
그 후론 그렇게 만만하게 당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내나이 스물 다섯,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이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계단쪽으로 걸어가려는 참이었다.
내린 문을 되돌아보는데, 문앞에 붙어서 있던 스물남짓
어린 놈 하나, 나를 보며 혓바닥을 쑥 내밀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차문이 닫히도록 기다렸다.
그리고 그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점잖게 올려줬다.
나의 득의만만한 미소에 그넘은 머리를 푹 숙이며 항복하는 것이다.
내나이 스물 여섯,
서울고속터미널 가는 길에서였다.
고속터미널 뒷길, 거기 상당히 한적하다.
바로 그 길에서 어떤 잘 생긴 총각 하나 바지를 내리고
열심히 딸따리를 치며 지나가는 여자들을
애처럽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여자들은 대개 비명을 지르거나 고개를 돌리고 재빨리
도망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왜 참을 수 없이 웃음이 터져나왔을까?
나는 그 총각 앞에 마주서서 손가락으로 그 거무스름하고
애처러운 그 물건을 가리키며 배꼽이 빠져라고 웃어줬다.
정말 유감이었다.
내 웃음이 멈추기 전에 그 총각가 당황스럽게 옷을 추스리고
달아나 버린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최초의 그 늙은 아저씨에 대한 적개심이
좀 변했다.
그 늙은 아저씨나, 그 젊은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짓을 하지 않으면 만족을 얻을 수 없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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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별로 자랑스럽지도 않은 그 물건 꺼내 공공장소에서
자랑하는 게 변태가 된다하면, 우리나라 진짜 변태 천국이다.
그저 아무데나 적당한 장소만 나오면 시도때도 없이
그 물건들 꺼내 방뇨들하니 말이다.
그런 경험으로 따지자면 내나이 아홉살에 나는 처음으로
'변태'를 봤다. 어쩜 뻔뻔스럽게 애들 보는 앞에서
돌아서지도 않고 방뇨를 할 수가....!!!!
화장실 문화 많이 개선됐다지만, 아직도
이런 남자들 많은거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 화장실의 양적 수준에 문제가 있는지, '참는 기술'에 관한 국가적 연구가
덜 돼서인지, 한국 남성의 유전인자에 결함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대한민국 정부는 '변태천국' 오명 듣기 전에 화장실 인프라에
더욱 신경써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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