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가기 전에 애인 관계라.
전 정리하라는 쪽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군대 가는 사람이 기다려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그게 남자를 위한 어떤 종속을 바라는 걸로 생각하는 것에도
거세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는 바를 말해보죠.
여자의 입장, 남자의 입장에서 있을 수 있는 두 경우만...
남자가 군대를 가는 시점.
서로를 사랑합니다. 이런 상태를 괜히 잃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한 심정입니다. 그리고 여자의 입장에서도 기다리겠다는
생각을 하는게 당연합니다. (안기다리겠다는 사람이 이상하다는
말을 하는게 아니라 현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고싶어하는게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고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지요. 당시의 입장에서(!) 이건 어느 한
쪽의 희생을 원하는게 아니라 서로 감정적으로 원하는 바입니다.
여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보죠.
여기서 기다림을 말할 때 자기가 이 기다림으로 인한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어떤 신념을 갖고 (사랑에 대한
믿음이라던가) 기다리는 경우가 있는데, 스스로 원하는 것이므로
타의에 의한 종속이 아닙니다.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미처 예기치 못했던 허전함과 다른 사람의 유혹에
마음이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가 많은 편이지요.
사랑은 일상의 자연스러운 관계인 만큼 마음이 변하는 것을
뭐랄순 없겠지요. 하지만 그 전까지의 기다림은 남자가 불쌍해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스스로 기다린다
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쪽은 고립되고 한쪽
은 대인관계 유지를 계속 하므로 감정이 유지되는 쪽이 힘들다는
것도 이해를 해야겠지요.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이 간절히
요구하는 걸 거절하기도, 자신의 감정이 변할거라는걸 믿기도
어렵겠지만 저는 기다리지 말라는 쪽의 입장이지요.
남자의 경우를 볼까요.
사랑을 위해서는 충분한 자기애가 필요하다고 하지요.
그러나 군대에서는 자기애 따위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군대생활은 사회와 고립된 상태에서의 문제해결과
욕구충족이지요. 이로 인해 변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첫째는, 힘든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생활 외에는 한사람
만을 바라보게 되는거죠. 물론 여유가 있고 자기애가 있는
사람의 충실한 사랑은 충분한 배려가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절제 없이 빠져들기 쉬워서 일반인(정상 사회생활을 하는)에겐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고, 여자가 편지와 전화로만 계속되는
만남에 권태를 느껴도 어떻게 달래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아낌 없이 이렇게 빠져드는 감정이 충격을 받으면
(헤어짐) 그 충격에서 헤어나기가 힘들지요.
군대의 그 생활 속에서 이성간 사랑이라는 '사치스러운 감정'을
허락해주는 유일한 창이 애인이니까요.
둘째는, 모든 감정에 일일히 신경쓰기에 군생활이 고되기 때문에
감성이라던가 아픔, 아름다움이나 슬픔의 뉘앙스 등을 접어버리
고 해야만 하는 일과,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생활에
익숙해져 감성적인 사고를 '불필요한 낭비'라고 생각하고
센스리스 해지는 경우입니다. (군대 갔다 오면 사람 된다는 말도
사소한 일에 상처 받고 필요나 의무가 아닌 감정에 의한 인간
관계에 신경을 안 쓰면서 상대적으로 매일 만나는 가족에 대한
절충과 배려가 높아져 듣는 말 같구요. 에또 내무반에서 싸우면
영창가니까 참는걸 배우겠죠.) 이건 사람의 성격이 변하는건데
그래서 애인과 성격차로 다툼도 많이 하게 되고, 해주는 거 없이
무리하게 많이 바라기만 할 수도 있고, 사랑 그딴거...라고 생각
하게 될 수도 있겠죠. 군화 거꾸로 신는 경우도 이렇게 사람이
변하는 걸로 인해 여자 보는 눈이 바뀌거나 사랑이란 감정이 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대충 이렇게 두 가지씩의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 꼭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건 아니고 두 가지가 모두 영향을 미치겠지요.
윗 글의 경우와 요소들을 많이 생각하는 저는 군복무간의 연애
관계 유지를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한쪽에선 쾌락에 대한 희생이, 한쪽은 엄청난 절제가 필요하고
보장돼 있지도 않으며 여기저기 더 큰 고통의 복병을 숨기는
일이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윗글은 여자가 보면 '여잔 얼마나 힘든지 아냐 그리고 남자가
부담스럽게 구는거야'라는 말이 나오게, 남자가 읽으면 '남잔
얼마나 힘든줄 아냐'라는 말이 나오게 썼습니다.
고로 양측에게 띠꺼운 글이라는 건데 -_-
둘다 만족 시키긴 어려울 것 같고, 어쨌든 중간 입장을
고수하며 쓴거로 봐주시고.
중요한건 생활공유라는 겁니다. 만약 남자친구 복무중 여자가
함께 생활을 했다면 힘든 앤 많이 달래주었을 것이며, 남자가
여자 혼자 힘들어할 때 곁에 있었으면 그 힘든거 안타까워하며
아픔공유했을 거라는 겁니다.
주제 넘게 영원한 사랑을 논하진 말고...
얼렁 제 성격 파악하고 본전유지나 하자는 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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