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9 번 글: 『여인전사』「이름 없는 여자」- 10 |
| 글쓴이: 무넝이 |
글쓴날: 2002년 02월 15일 15시 01분 |
읽은수: 2013 |
이 이야기를 듣고 20년이 지났지만 나는 고모의 일에 대해 내용을 자세히 알려달라고 한 적도 없고,
고모의 이름을 가르쳐달라고 한 적도 없다. 나는 자세한 내용도, 고모의 이름도 모른다. 죽은 자들의
혼을 달랠 수 있는 사람은--역전된 조상 숭배라고 할까--마찬가지로 죽은 자들을 더 심하게
괴롭히면서 쫓아다닐 수도 있다. 고모는 그 때 당장 마을 사람들로부터 습격 당한 데에서가 아니라
가족들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망각해 버린 데에서 진정으로 벌을 받고 있었다. 고모에게 배신당한
가족들은 너무나 화가 나서 고모가 죽은 후에도 영원히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항상 배고프고 항상
곤궁한 고모는 다른 귀신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구걸하거나, 살아있는 자손들로부터 제사상을
받는 다른 귀신으로부터 먹을 것을 잡아 빼앗고 훔쳐야 했을 것이다. 사려 깊은 사람들은 조상들의
혼이 시달리지 않고 잔치를 즐길 수 있도록 다른 귀신들을 집밖으로, 마을 밖으로, 꾀어내기 위해
교차로에 떡을 남겨두는데, 고모는 그 떡을 차지하기 위하여 거기 몰려 있는 귀신들과 싸워야 했을
것이다. 귀신은 평안할 때에는 자손들에게 종이로 지은 성장(盛裝)이며 죽은 이를 위한 돈, 종이 집,
종이 차, 고기며 쌀을 영원히 받을 수 있으므로 귀신이 아니라 신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귀신들을 위해 향(香)은 연기와 불꽃이 되어 전해지고 밥그릇 그릇마다 김과 향이 피어올랐을
것이므로. 모 주석은 우리 중국인들이 가족 외의 영혼도 돌보게 하려고 누구의 조상이든 훌륭한
군인과 노동자의 혼백(魂魄)에 종이로 된 제물(祭物)을 바치라고 장려하고 있다. 고모는 영원히
배고픈 채이다. 죽은 자들 사이에서도 재화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고모는 나를 따라다닌다--집이며 옷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50년을 무시당한 후에,
이제야, 나만이 종이 몇 장을 바치고 있으므로, 고모의 혼은 나에게로 끌려온다. 고모가 항상 내게
호의적인 것은 아닌 듯 하다. 나는 자기의 일을 떠벌리고 있고, 고모는 원한을 품고 마실 물에 빠져
자살한 귀신이니 말이다. 중국인들은 물에 빠져 죽은 자들을, 머리칼이 늘어지고 피부가 부은 채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잡아당기려고 물 밑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울고 있는 귀신들을, 항상
무서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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