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6 번 글: 페미니즘 |
| 글쓴이: 아기페미 |
글쓴날: 2002년 02월 02일 01시 15분 |
읽은수: 1103 |
저는 고등학생입니다.
여중을 나오고, 여고를 다니고 있죠.. 수도권은 거의 공학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희 지방은 아직 공학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는 남자친구들은 거의가 남중을 나오고, 남고를 다니고 있지요.
중학교때부터 참 궁금했습니다. 왜 남자아이들은 학교 이름을 쓸 때 "XX중학교"라고 쓰는데 왜 저희는 "XX여자중학교"라고 두 글자나 더 써야 하는지. 편의를 위해서라고 억지로 이유를 댄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쓰면 공학과 남자학교가 구분이 안 가잖아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나마 인터넷에서나마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고, 여러 페미니스트 분들의 글을 보면서, 제가 이제까지 알아도 한참 잘못 알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면 모든 제 친구들이 같이 비분강개 해 줄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더군요..
친구들과 호폐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 친구중에 한명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도 안 된다. 그런걸 가지고 따지고 드느냐. 어짜피 의식의 문제지
그런 제도 뜯어고친다고 뭐가 되느냐."
친구들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성을 다 쓰는 페미니스트들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너무 웃기지 않냐.""그래.. 진짜 웃기더라." "괜히 설친다고 뭐가 되느냐." 워낙 많은 친구들이 모여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용기 없는 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남자친구들에(남자인 친구란 말입니다)게선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500년동안 그렇게 살던걸 어떻게 여자들은 50년만에 바꾸려고 하느냐. 말도 안 된다.""성폭력가지고 왜 그러느냐. 여자도 다 원하지 않느냐.""너 그 사고방식 고치지 않고서는 절대 시집 못갈걸."
여기 계신 분들에게 이런 말들은 지겹겠지만, 제가 처음으로 그런 말들을 들었을때는, 충격이었습니다. 옆집 아저씨가 아닌, 저의 친구들이 그랬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아직도 장래희망을 말하라면 "결혼"을 꼽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나는 솔직히 인생의 목표가 남자다."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이 옆에 있습니다. 편하게 사는 여자들..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줘서 가사노동을 손수 할 필요도 없고, 가계부를 쓸 필요도 없으며, 생각없이 쇼핑만 하고 남편의 능력을 마치 자기 능력인 것 처럼 뻐기고 다니는 여자들의 허세는 사회에서 피흘리며 내팽겨쳐진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위에 서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겨야 할 사람은 삼류 마초가 아니라, 부드럽고 냉정하며 똑똑한 마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훌륭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명의 아내를 밀어내고, 한 명의 여성이 되기 위해서 저는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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