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5 번 글: 『여인전사』「이름 없는 여자」- 6 |
| 글쓴이: 무넝이 |
글쓴날: 2002년 01월 24일 22시 02분 |
읽은수: 2238 |
고모의 머리칼은 그네가 간절히 원했던 연인을 유혹하는 한편, 다른 많은 남자들의 시선도 끌었다.
숙부들, 사촌들, 조카들, 오래비들도 여행과 여행 사이에 집에 들렀다면 그네를 봤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호기심을 억제하고 있었기에, 밭에서 둥지를 튼 새처럼, 누군가에게 시선을 들켜 깜짝
놀라게 될까 봐 두려워 집을 떠났는지도 모른다. 고통스러운 가난, 그것이 남자들이 고향을 떠난 첫
번째 이유였다. 그러나 그들이 복작거리는 집을 떠난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고모는 어쩌면 가족들이 아낌없이 베푸는 사랑 때문에 버릇이 나빠져서 거울을 늘 들여다보곤 하는,
유난히 사랑 받는, 금지옥엽 외동딸이었는지도 모른다. 남편이 떠나고 나서, 친정붙이들은 그네를
시집에서 다시 데려올 기회를 얻어 기뻐했고, 고모는 친정에서 잠시 한 번 더 어린 딸처럼 살아갈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쪽발이들에게 총검으로 머리를 찔린 이후로 제 정신이 아니어서"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고 전해진다. 자기 벗은 성기를 저녁 식탁에 올려놓고 껄껄 웃곤 했다고 한다. 어느 날엔가는
서양식의 커다랗고 두꺼운 갈색 외투에 여자 아기를 감싸서 집에 데려왔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들
중 하나와, 아마도 막내인 아버지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여자 아기를 맞바꾼 것이었다. 할머니가
다시 아이를 다시 되바꾸어 오게 했다고 한다. 드디어 딸이 생겼을 때, 할아버지는 딸에게 푹
빠졌다. 여자 아기와 바꿔치기 당할 뻔한 것을 잊지 못하고 혼자서 끝까지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아들인 아버지, 아버지 한 사람쯤을 제외하고는 아마 가족 모두가 외동딸을 사랑했을 것이다.
새로이 성인남자, 성인여자가 된 형제자매들은 남성적인 색(色)도 여성적인 색(色)도 지우고 수수한
몸가짐을 보여야 했다. 어지러운 머리 모양과 어지러운 눈빛, 색다른 미소는 오대(五代)가 한 지붕
아래에 사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가족에게 위협이었다. 누가 누구인지 구별을 해야 할 때면 가족들은
서로 얼굴에 대고 큰소리로 외치거나 방에서 방으로 고함을 질렀다. 내가 아는 이민자들은, 이쪽
밭에서 저쪽 밭으로 소리치며 친근감을 표시하곤 하는 마을, 그런 마을을 몇 년이나 떠나
있었는데도, 조용조용한 미국식 말투가 익지 아니한 채여서, 목소리가 크다. 나는 어머니가 공공
도서관에서 크게 떠들거나 전화에 대고 소리지르는 것을 말릴 수가 없었다. 똑바로 걷고 (무릎을
뻗고, 발가락이 중국식으로 여자답게 안을 향하게 하지 않고 앞을 향하게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나는 미국식으로 여성적인 사람이 되려고 했다. 중국식 의사소통은
큰 소리로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소곤거려야 하는 사람들은 아픈 사람들 뿐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저녁 식탁에서는 "버림받은 사람"이든 아니든 아무도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입에서 한 마디 나올 때마다 동전을 하나 치의 복이 나가는 것이었다. 모두들 조용한 가운데
양손으로 음식을 나누어주었고 감사히 받았다. 딴 짓에 몰두하다가 밥그릇을 한 손으로 받는 아이는
모두가 곁눈으로 노려보았다. 한 순간, 모든 사람들은 주의를 온전히 한 곳에 기울여야 했다. 그곳은
아이들과 연인들이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수 없는 곳이었으나, 고모는 은밀한 목소리를 냈고,
누군가 한 사람에게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그네는 아이를 낳고 죽어가면서도 남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남자도 자신과 함께 벌을 받게
하라고 하지 않았다. 씨 뿌린 자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그네는 소리 없이 아이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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