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ine Hong Kingston의 『여인전사--귀신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The Woman
Warrior--Memoirs of a Girlhood Among Ghosts) 중 첫 단편인 「이름 없는 여자」(No Name
Woman)을 번역해보았습니다. 이미 어느 출판사에서 『여인전사』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우연히 손에 들어온 원본이 매력적인 내용이어서 여름 휴가를 기회로 번역을
시작하였습니다. 오역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서는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너그럽게 생각해
주십시오.
여러 마님들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4로 15장 가량 되는 분량인 까닭으로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10회 정도로 분재할 생각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까다로운 문장을 번역할 때 도움을 준 친구 이소라와 재미있는 총평을 해 준 후배
최석문에게 감사하고 싶군요.
주인 마님들과는 얼굴도 모르면서 이렇게 게시판에서 활개를 치고 있으니 계면쩍기도 하지만,
뭐랄까,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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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해서는 안돼," 어머니가 그랬다. "네 아버지에게는
중국에서 자살한 누이가 있어. 그네는 집안의 우물에 뛰어들었지. 네 아버지에게는 남자형제 밖에
없다고 그러는 건, 그네는 태어나지도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란다.
"1924년에 우리 마을에서 17건의 혼례잔치를 서둘러 치르고 며칠 지나지 않아--'객지'로 나가는
젊은이들이 모두 책임지고 집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했으니까--네 아버지와 아버지의 형제들과 네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형제들과 네 고모의 새 신랑은 모두 금으로 된 산이라 불리던 미국으로
가는 배에 올랐지. 그게 네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행이었어. 운이 좋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갑판 위에서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지. 그 사람들이 밀항자들을 먹이고 지켜주어서
밀항자들이 쿠바, 뉴욕, 발리, 하와이에서 내릴 수 있도록 해 주었어. 서로들 그랬단다, '우린 내년에
캘리포니아에서 만날 거야.' 모두들 돈을 집으로 송금했지.
"어느 날 함께 옷을 입으면서 네 고모를 본 기억이 난다. 그 전에는 네 고모의 배가 그렇게 멜론처럼
툭 튀어나왔는지 몰랐었거든. 그렇지만 다른 임신한 여자들처럼 웃옷이 땡기고 검은 바지의 흰
윗부분이 웃옷 밑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는 '임신했구나'하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남편이 떠난
지 몇 년이나 되었으니 임신을 했을 수가 없는 거였거든.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우리는
임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어. 초여름에, 아이를 낳을 수 있을 때가 아닌데, 산달이
되었어.
"마을 사람들도 날짜를 세고 있었지. 아이를 낳을 날이 되자 마을 사람들이 밤에 우리집을 습격했다.
어떤 이들은 울부짖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톱처럼, 이(齒)에 등(燈)을 달고, 열을 지어 벼이삭을
뜯으면서 우리 땅을 갈 짓자(之)로 가로질러왔다. 등(燈)은 무너진 논둑 사이로 빠져나가는 검은
물을 휘저으면서 배로 늘어났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포위해 옴에 따라, 몇몇이 흰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우리가 잘 아는 남자 여자들이었을 텐데. 머리카락이 긴 사람들은 머리를
얼굴 앞으로 풀어 내렸더구나. 머리칼이 짧은 여자들은 머리칼을 쭈뼛 세웠고. 어떤 이들은 이마며
팔이며 다리에 흰 띠를 묶고 있었어.
"처음에 그들은 집에 진흙이며 돌을 던졌어. 그리고 나서는 달걀을 던지고 우리 집 가축을 도살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짐승들이 지르는 소리--수탉, 돼지의 소리, 그리고 황소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깊은 곳에서 울리는 울부짖음--가 들리더구나. 캄캄한 밤, 친숙했던 사람들이 난폭한
머리 모양을 하고 우리 창문 밖에서 너울거렸지.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에워쌌어. 눈에서
탐조등처럼 빛을 쏘아내는 채로 어떤 얼굴들은 멈춰 서서는 우리를 유심히 들여다봤어. 머리에
탈을 쓴 사람들이 손을 창틀에 편편히 펴서 붉은 자국을 남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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