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밥맛 없다.
고등학생일때 교복자율화에 대한 토론을 했다. 난 내가 어떤 의견이라도 그럴 듯하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고 딴에 '자랑'이라고 떠벌리고 있었는데, 게시판에서 그런 작자를 보면 '꺼져라'라고 소리치고 싶어 미치는 걸 보면 그런 태도 참 비겁하다.
토론이란 걸 할 때,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면 발언하지 않는 편이 정당하다. '당신들 의견이 박약하잖아, 난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이런 반대의견 나오면 어쩔 거야?'라는 식의 태도라니 가증스럽다. 거기에 덧붙여서, '나는 답을 알아, 알아, 알아'라는 식이라면 진짜 밥맛없다.
가끔 편견에 편승하여-그저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주어지는 어떤 이득을- 누리려는 것도 끔찍한데,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그런 사고방식들에 부응하여 발언하겠다고 결심하다니 자기 자신이 경멸스럽지는 않나?
맘먹은 도둑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위장하기로 작정한 토론자하고는 토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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