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6 번 글: 반환점에 선 金 대통령 |
| 글쓴이: 어리버리 |
글쓴날: 2000년 08월 11일 21시 46분 |
읽은수: 431 |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 정치 경제 사회 안보면에서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 정치는 표류하고 있고 김 대통령의 정치력은 아무런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이미 정권쟁취 차원의 포문을 열고 있고 여당은 「김대중 이후」의 당권과 대권을 향해 이전투구에 몰입하고 있다.
경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대사태로 대표되는 오늘의 경제상황은 IMF 때의 위기를 재현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현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중에서는 「대우가 김영삼 정권의 아킬레스였다면 김대중 정권의 마는 현대」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IMF의 고비를 이겨낸 김 대통령의 신통력과 집중력은 「남북」에 너무 소진되었는지 「현대」에 와서 맥이 빠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의약분업이라는 「긁어 부스럼」은 자칫 이 정권의 정권 재창출 노력에 결정적인 찬물을 끼얹을 기세다. 의사도 분기탱천하고 약사도 돌아앉고 환자도 고통받는 이 정책을 이 정부는 과연 무슨 이득이 있다고 강행해서 사회를 이 지경으로 어지럽히고 있는지 통탄해하는 국민이 너무나 많다. 「차라리 정부라는 것이 없는 것이 낫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남북문제에서 비롯된 안보상황 역시 대단히 불안하다. 김 대통령이 남북문제에서 안보와 관련해 무엇을 얻어냈는지는 몰라도 지금 남쪽은 주한미군 철수와 반미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대통령은 『북한과 화해와 협력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보가 튼튼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튼튼한 안보는 주한미군이고 한·미동맹이다. 그런데 그것을 마다하는 「안보 배척」 상황에서 남북협력은 사상누각이다.
여기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김 대통령의 사태를 보는 통찰력과 시국을 판단하는 현명함에 어떤 고장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의 정치적 장점은 논리정연함, 현명함, 그리고 응집력과 끈기였다. 현명한 판단 아래 논리를 세우지 않고는 어떤 일도 시작하지 않았으며 한번 시작한 것은 끝까지 추구하는 응집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서 김 대통령이 보인 대응이랄까 처방은 그의 이런 장점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치도 티격태격, 「현대」도 우왕좌왕, 「분업」도 지리멸렬, 그리고 안보도 실종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열어 갈 내각의 면모를 보면 거기에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며 실패하더라도 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이 후반기의 안일에 치중하다가 전반기의 업적을 퇴색시켰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김 대통령은 안전 위주의 길을 택한 것인가. 그것은 그의 「사람 풀(pool)」이 한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매일 정해진 인맥에 「같은 말」만 하는 사람들을 접하고 있다. 「듣기 좋은 말」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말밖에는 할 말이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폭넓은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지만 「단체」로 만나 「헌사」만 듣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니 그의 인재 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 풀을 가지고는 오늘의 정치 경제 사회 안보의 어려움에 도전해 볼 사람들을 찾아낼 수 없다. 게다가 김 대통령은 자아가 강한 사람이다. 이 자아의 뒷면은 자칫 폐쇄적 고정관념으로 비칠 수 있다. 한마디로 김 대통령은 이전의 총명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밖으로 눈을 돌리는 현명함, 좋은 사람을 찾아 목말라하며 삼고초려하던 야당 당수 시절의 적극성이 권좌 2년 반의 김 대통령에게는 더 이상 절실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김 대통령은 이제 정확히 임기 2년 반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해인 2002년에 지자체 선거, 월드컵 축구, 아시안 게임(부산) 그리고 차기 대통령선거가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효율적인 통치기간은 앞으로 1년 반 남짓한 시간이다. 김 대통령은 시간이 별로 없다. 남북화해 못지않게 내정의 쇄신에 힘쓰고 안보를 다지는 데 무엇인가 보여주지 않으면 그의 후반기는 대단히 불투명할 것이다. 이것도 역시 펀글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