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9 번 글의 답장글: RE: 그래, 비뚜루 볼려고 애쓰며 살 필요가 있을까? |
| 글쓴이: 어리버리 |
글쓴날: 2000년 08월 05일 23시 40분 |
읽은수: 420 |
우리는 사유재산, 이익, 힘에 의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취득하고, 소유하고 이익을 올리는 것이 산업사회에 사는 개인의 '신성불가침'한 권리이며, 재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은 찬양을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세울 만한 재산이 없는데 어떻게 재산 소유자와 같은 기분을 맛볼 수 있을까? 대답은 이런 것이다. 재산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보잘것없는 소유물을 자본의 소유자가 그들의 재산을 소중히 하듯이 소중히 다룬다.
아마 가장 큰 즐거움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도 살아있는 존재를 소유하는데 있을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가장 미천한 계급의 가장 비참한 남자들일지라도 재산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 그가 절대적인 지배자로서의 기분을 맛볼 수 있는 아내, 자녀들, 동물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부장제 사회의 남자에게 있어서는 자녀를 갖는 것이 소유권을 획득하기 위해 일할 필요도 없이, 또 자본의 투자없이도 인간을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이를 낳는 모든 고통이 여자의 것임을 고려할 때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이를 만든다는 것은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착취라는 것을 거의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편 어머니는 어머니대로의 독자적인 형태의 소유권, 즉 어린 시기의 자식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이 공전은 끝없는 악순환을 이룬다. 남편은 아내를 착취하고, 아내는 어린 자식을 착취하고, 청년기의 남자는 이윽고 연상의 남자들에 끼어 여자를 착취하는 등등으로.
가부장제의 비밀은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뒤틀린 소유욕과 지배욕이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 악마같은 제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결국 결혼제도의 폐지와 시험관 아기에 의한 출산, 양육의 공동소유화, 즉 사회화가 아닐까?
★ 이 글이 지닌 문제점은 뭘까?
첫번째로는 가부장제가 생겨난 역사적 사실 배경에 대한 생각
대신에 다소 엉뚱한 추리가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집단과 조직이던지 지배적인 힘을 구사하는 세력이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그렇고 인간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부장제가 생겼을 당시에는 "막노동"이 생존의 수단이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분야에서 보다 우월한 능력을 지닌,
무식하고 힘쎈 남자 쪽이 당연히 지배 세력이 되었을 것이다.
뭐 인간의 뒤틀린 본능이 어쩌고 하는 소유욕 때문이 아니라,
동물의 세계에서도 볼 수 있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 당시
환경에 맞는 가부장제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두번째로는, 글 속에 나오는 다소 변태적이라고도 할수 있는
소유욕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말하며, 결혼을 통해
남자가 여자를 소유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이를 통해 부자가
가질 수 없는 것 대신에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을 얻어 대리 만족한다는 발상은 역겹기가 우주를
찌르고도 남는다. 그야말로 산업시대 물질만능주의 찌든
발상 아닌가? 여자도 남자도 물건이 아니고, 남자가 여자랑
결혼하는 것도, 여자가 남자랑 결혼하는 것도 사랑에서 나오는
소유욕때문이지, 뭐 회괴망측한 변태심리에서 나오는 소유욕
때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나에게 엽기적인 발상으로 다가온 부분이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 악마같은 제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결국 결혼제도의 폐지와 시험관
아기에 의한 출산, 양육의 공동소유화, 즉 사회화가
아닐까"
아마도, 이 부분을 발췌해 게시판 상에 올린다면, 정말
악마같은 발상이 무엇인지 열띤 토론이 오가리라 본다...
시험관 아기는 그야말로 좋은 유전인자만 갖춘 획일화된
아이들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나갈게 뻔하다...영구 자식을
원하는 부모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똑똑한 사람이 있으면, 다소 덜 똑똑한 사람도 있고, 힘이 쎈
사람이 있으면, 약한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어울려서 돌아갈
거라고 보는게 내 생각이다...전부 다 똑같이 똘똘하고, 힘쎄면
과연 세상이 평화로와 질까? (아마도 부자만 좋은 유전인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군)
인간성 말살의 지름길로 인도하는 말처럼 들린다...
p.s
결혼해서 자식낳고, 가족 구성원들끼리 서로 양보해서, 자기
하고 싶은 일 하고 화목하게 사는 가정이 우리 주변에 그리
없나?
: 여성전용 게시판에 있는 글이라 어쩔 수 없이 리플을 달지 못하고 여기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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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이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것이 '가족원에 대한 지배'라는 현상을 부인하도록 만드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식의 사고는 또한 매우 위험하고 보수적인 경향을 가지게 만드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즉, 불평등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남자들도 얼마나 힘들고 고생하는지 알기나 하나 등등의 논리로 나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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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그런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불평등의 기원이 무엇이었건 그것이 (현재) 단일의 원인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남성들 내부에서도 많은 편차와 간극을 갖게 됩니다. 또한 님의 주장처럼 남성의 여성에 대한 불평등(가정 내 지배)이라는 구조가 남성에게 일정한 부담을 부과하는 것 역시 당연히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남성 중심적 사회를 형성하고 이것이 미시적인 영역에서 관철되는 권력적 현상임을 부정할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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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에 기사들은 전쟁이 나면 싸움에 나가야 했지만, 농노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물론 전쟁물자는 날라야 했지만요) 이것은 '위험한 농노'들에게 무기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가부장적이고 온정적인 보호-우리가 너희를 지켜준다-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경제외적 강제가 가능하게 됩니다) 즉, 그들은 때때로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농노들에 대한 기사들의 중세적 지배를 부인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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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도 역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는 특수한 방식으로 관철됩니다. 그것은 사회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권력적 현상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잭 런던이 쓴 '마틴 에덴'이라는 책을 보면 소자산가의 아내에 대한 소유적 태도가 잘 묘사됩니다. 외부에서의 불안한 지위와 보잘 것 없지만 자신의 소유인 재산에 대한 집착은 아내에 대한 '소유'의 의식과 그 불안한 지위에서 오는 불만의 전가로 나타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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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남자는 여자들보다 더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그리고 끊임없이 형성되는) 불평등의 구조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도 견고하게 관철되고 있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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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그것이 팍팍한 삶을 살며, 때로는 세상을 등져야 하는 가장들의 고통을 도매급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님을, 그것은 또다른 논의의 공간을 필요로 함을 얘기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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