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서 수다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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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 게시판에서 말씀드린 기명기사입니다. 제 2 세대 생활진보운동이 비단 여성운동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배동이 홀씨 막일꾼 더부네 밀알 길벗... 유독 부드럽고 고운 우리말이 많이 보이는 팜플렛이었다. 기자가 손에 든 팜플렛은 다름아닌 '예수살이 공동체'의 활동을 소개한 소책자. 그리고 또 있다. 예수살이 공동체 강학집이라는 이름으로 '좌선명상의 길잡이'라는 불교의 선수행을 연상케하는 참선 소개서가 있는가 하면 매 수요일마다 좌선 수련회를 갖는다. 이곳 지도신부님이신 박기호 신부(52, 다미아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는 서문에서 '합장'이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우리생활에 신앙운동이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이지요." 다소 어안이 벙벙해진 기자의 질문에 예수살이 공동체 사무국장 김영기씨(28)의 시원한 대답이었다. 올해로 3년째 접어들고 있는 공동체 활동에 처음부터 몸담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김영기씨는 약간 까무잡잡한 얼굴에 수줍은 듯한 미소년의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어휴 말도 마셔요. 사람들이 떠나가기도 하고. 활동가로서의 기본은 우선 자기성질 죽이기예요" 공동체 활동사의 산증인이라는 말에 겸손한 답이었다. "처음엔 대학시절 단과대 학생회장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고 또 애초 진보를 내세운 공동체인지라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예수살이 공동체는 97년 11월 발기인 미사 봉헌으로 당시 사당동 보좌신부였던 박기호 신부님에 의해 탄생된 청년공동체이다. 그러나 기존의 활동가 집단과는 달리 '생활속의 진보, 대안사회운동을 지향하는 신앙공동체'라는 표어를 걸고 있었고 이는 분명 대중 투쟁을 위해 분노를 끌어내거나 방조하는 혹은 개인수준의 신앙수련에 머무는 이전의 진보, 신앙운동과 다른 것이었다. "우리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권위주의가 해체되고 시민의 권리가 향상되었다는 시대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즉 그간 민주화 운동을 통해 국민개개인의 의식성장과 어느정도의 수평사회를 이룰 수 있었으나 이는 반대로 '다수결의 횡포'를 낳았어요" "이런 과정에서 소비주의와 편의주의, 개인주의와 성향이 높게 나타나고 교우들의 신앙활동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중산층 개인신앙활동'으로 변질되어 갔죠. 한편에서는 여전히 힘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소외된 이들이 존재하는 와중에서 정치적으로 보수화되고 역사문제에 무관심한 기존 사회집단과 별차이없는 신앙활동을 반성하게 된거죠." 분명 예수살이 공동체의 활동은 사회성이 짙었다. 수해복구자원봉사활동이나 천주교총선연대 활동, SOFA개정운동 참여등 그간의 사회활동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분명 관심사는 사회의 구조적 폭력보다는 여성, 환경, 인간적인 삶에 초점을 둔 '생활'안에 있었고 이와 더불어 계율과 절제라는 덕목을 마련해 나갔다. "처음 들어오신 분은 어리둥절해 하세요. 내가 이른바 운동권 집단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하고 불안해하죠. 그러나 이전 운동권 집단에서 보이는 '분노'나 '폭력성'을 신앙과 사랑으로 극복하고 오히려 작지만 설득력 있는 구호들-커피, 스포츠신문, 중성세제, 담배를 피우지 말자, 즉석식품을 피하고 외제사용을 억제하고 상급품보다는 하급품에 친숙해지자는 이런 생활속의 실천들을 접한 후 비로소 마음을 누그려뜨립니다. 그간의 사회운동이 정치적 변혁을 다루는 대중동원위주의 거시적, 구호적 활동이었음을 반성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95년 이후 사회운동은 여성, 환경, 소비자 권리찾기와 같이 실생활의 이야기를 담은 '생활속의 진보'를 표방하고 나선 단체가 많았다. 그렇다면 예수살이 공동체 활동이 일반사회 집단과 다름이 없을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활동은 또하나를 더해 '공동체'운동을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기존 사회활동이 단순히 '개인수준의 이해관계'에 머무는 점과 구별이 되죠. 우리 공동체는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라는 우리의식 속에서 나와 이웃 모두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살이 공동체의 활동 또한 우리사회의 성숙정도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동체 중심의 대안사회운동을 지향하고 있었다. "우선 매주 금요일 청년미사를 밀알의 집에서 갖습니다. 신앙상담과 성소상담도 더불어 하고 있고요, 수요일에는 좌선수련회를 화요일에는 영화포럼을 갖습니다." 예수살이 공동체는 매년 2회의 배동교육과 두레모임을 통해 '민들레'라는 정회원을 배출하고 있다. 이렇게 배출된 회원만 전국에 4백여명. 또한 이들을 돕고자 수도자와 사제회원으로 구성된 '길벗'모임과 후원회격인 '수산나회'가 있다. "제 계획으로는 앞으로 5년정도 예수살이 공동체에서 활동하고 그후 현장활동에 뛰어들어 농촌공동체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예수살이에서 난 홀씨로서 사회에서 진보생활의 싹을 틔우고자 생각합니다. 그것이 참된 진보와 생활운동 아닌가요?" 앞으로의 진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활달하고 의지로운 대답이었다. 시민단체와 386국회의원의 추문이 들리는 가운데 김영기씨의 건강한 대답은 진보운동은 굳건히 흔들림없이 뿌리내리고 있구나 하는 희망찬 느낌이 들었다. 안희민 <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 statusquo@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