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서 수다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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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너무 보고싶을 때가 있다. 그럴때가 언제인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살면서 그런 적이 거의 없었는데, 어제밤 문득 그 인간이 너무 보고 싶어졌다. 이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앞에서 코후벼도 하나 겸연쩍을 일이 없는 인간이다. 그래서 그인간을 찾아가기로 했는데, 시간은 야심할데로 야심해져있고 수중에 돈은 없었다. 해서 소년에게 차비들고 나와서 대기하라고 했다. 물론 그인간은 무지 황당해 하면서 지금 약 3800원 가량이 있으니 니가 알아서 오든지 알아서 하라며 어디어디로 나오라 했다. 나는 전화기에다 소리소리 지르면서 차비없어서 봉변당하면 니가 내인생 책임지라고 말하고 늘 하던데로 내말만 하고 뚝 끊었다. 어찌어찌해서 당도한 곳이 석촌호수였다. 엽기적인 택시비를 물고 두리번거리자 그가 스윽 나타났다. 그때부터 택시비를 누가 무느냐에 대한 말도 안되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억지인거 뻔히 알면서 부득부득 택시비를 바다챙기는 내가 참 대견하다. 주면서도 영문을 몰라하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논리라며 끝까지 찝찝해하는 그도 참 고생이 많다. 당도한 시각이 약 한시 가량. 우리는 석촌호수를 한바퀴 빙 돌았는데 원래 거기가 터가 안좋은 데인지 벤치마다 커플들이 딱한 포즈를 연출하고 있었다. 눈 마주치면 한대 맞을 거 같아서 조용히 앞만 보고 가는데 수절생활2년에 접어드는 내마음도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다. 누가 편의점을 갔다 오느냐에 대한 실랑이가 한차레 벌어지고 가위바위보로 하기로 했다. 나는 내가 당연히 이길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흔쾌히 응했고 물론 그는 졌다. 원래 관계맺음이라는게 어떤 방향으로 정해지면 대부분의 결론을 만드는 이는 한 사람이다.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느냐. 이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왜 이자리에 나와서 물리적, 정신적,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지 파악 못하고 있는 소년, 이번에는 뜬금없는 개소리를 하다가 씹히기 시작한다. -나 수능 다시 보고 내년에 한의학과 갈까... -너, 뇌하수체 다쳤니..? -....근데, 너 키가 155라 그랬냐 156이라 그랬냐..? -158! 몇번이나 말했지. 158!이라고. 반올림하면 160이라고. 당신 죽을래? -아... 그렇지 .. 155하고 158하고 헷갈리면 큰일나지... 그렇지....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뒤질거 같애. 나한테 정말 필요한 건 뭘까. -너한테 정말 필요한건 너를 알아주는 사람! 너의 그 깊은 마인드를 이해하는 남자가 필요하지, 한마디로 너는 나없으면 안돼. -....나한테 정말 필요한건 명상을 통한 혜안! 그로인한 비물질 세계로의 해탈이야.... 근데 너무 졸려서 그러는데 니네 집에서 딱 한시간만 자자. -너 그러면 우리 엄마하고 손잡고 새벽기도 가야돼. 우리엄마 너 보는 순간 갑자기 좌불안석... 뭐 그런 분위기 알지? -응. -그리고 너 지금 상황 꽤 괜찮으니까 상심말고... 알지? ... 개쉑.... 모르는게 없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