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서 수다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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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금) 18:37 "여권을 찾으려면 먼저 여자를 사랑하라" ●여자와 여자: 친구인가 라이벌인가 셰어 하이트 지음. 롱셀러 페미니스트들에게 프로이트는 생물학적 결정론자이며 남근 중심주의자이다. 그 뒤를 잇는 많은 페미니즘 성 담론은 이 ‘불쾌한 프로이트’에 안다리걸기였다. 마돈나, 나오미 켐벨, 마릴린 먼로의 육감적인 육체는 여성들에게 폭발하는 자유의 환영과 여성 섹슈얼리티의 위험과 불안을 동시에 갖게 한다. 이 여성 육체의 ‘공적 노출’이 기존 체제에 대항하는 여성들의 창조적 행위의 산물이라고 이해한다면 이것은 너무 엉뚱한가. 셰어 하이트의 『여자와 여자 , 친구인가 라이벌인가』(롱셀러)는 페미니즘 논리학의 한 가운데 있으면서 ‘여성과 여성’ 간의 섹슈얼리티와 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이트를 전복시킨다. 난해한 이론형 저작이 아닌 사례형 보고서라는 형태로. ‘여성과 여성간’의 관계를 말하면 언뜻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레즈비언 성담론을 떠 올리지만 이 책은 궁극적으로 인간학적 시선 속에서 그 논의들을 익히고 궁글린다. 레즈비언의 성, 여성들 간의 섹스와 같은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며 여성과 여성 간의 인간적인 시선 혹은 그들의 내면적인 관계에 대해 저자는 시선을 모은다. 예컨대, 저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여자는 여자를 싫어한다’는 말이 ‘속설’과 ‘진실’의 어느 경계선에 걸쳐있는가를 말한다. 저자는 이 위악적 인식이 지배 사회의 문화와 제도를 통해 어떻게 전염되고 고정된 인식으로 자리잡았는가 말하기에 앞서 여성들에게 자신을 비추는 내면의 거울을 하나 마련해 준다. 우리가 마티스의 뚱뚱한 중년 나부들을 대하면서 그 물러터질 듯 부풀어 있는 ‘살’의 수치심을 느끼는가, 완만하고 둥근 인생과 소멸하는 우주의 매혹을 느끼는가는 순전히 여성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이중의 시선 때문이라는 투다. 그는 ‘남성적 가치’를 부정하고 대체하는 데 이 책의 전면을 할애하지 않고 대신 동성애, 자매애, 여성들의 수다, 섬세함, 정서적 긴밀함, 정신적 가치, 아름다움, 선망, 모성애 같은 것들을 여성과 여성의 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단단하고 의미있는 끈으로 놓는다. 이 비밀스럽고 사적인 교유의 끈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두 여성’의 연대가 세계를 창조하는 전략적 네트워크이며 새로운 도덕적 비전의 기초가 된다는 데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단, 그의 논의가 여전히 서구 페미니즘 이론의 계보학에 속해 있어 우리에게는 ‘비판적 읽기’를 요구한다는 점은 강조되어야 할 듯. 복제양 돌리의 탄생과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인간 종의 변화가 새로운 가족 개념을 만들어 갈 것은 자명하며, 여성과 여성간의 관계는 혁명적인 관계로 변모할 확률이 높다. 그의 책은 ‘여성의, 여성에 대한, 여성을 위한’ 계몽적인 입장을 보이는 기존 논의들을 덮어쓰고 있어 낯설지 않다. 여성과 여성의 관계를 진정한 인간적 관계를 의미하는 ‘멘토르’의 관계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온건한 휴머니즘에 가깝다. (조영복ㆍ문학평론가) -------------------------------------------------------------------------------- Copyright (c) 2000 Digital Chosunilbo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chosun.com for more information. Privacy Statement Contact privac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