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서 수다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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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이 주제로 계속 글을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님의 글을 읽으며, 예전에 여자후배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 후배는 성적억압이라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이런 얘기들 저도 형처럼 조금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라구요. 아마 제가 그 친구에게는 평론가적 태도로 얘기하고 있는듯이 보였나봅니다. 그 친구가 달딸식구들을 만나면 아주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저는 님께서 얘기하는 '자리가 있을 때'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남성적 사고일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소통이 가능하다면 제 입장은 얘기해볼 수 있겠지요. 1. 저는 부계혈통이 가부장제와 맞닿아있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다만 혈통의 문제는 가부장제 이상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이며, 권력의 장을 제공하는 장소이며, 또한 가진 자들의 유의미한 정체성확보의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이전 글에서 얘기했던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저는 상층여성운동의 혐의를 두고자 했던 것입니다. 2. 제가 '아버지건 어머니건 혈통의 어떤 장점들을 모두 거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이렇게 썼습니까? 다시한번 말씀드리면 제 주장은 혈통의 장점 등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없으며, 오로지 혈통에 의한 정체성 자체에 대한 거부가 운동의 방식에서 관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 역시 위의 글에서 밝혔다고 생각합니다.(근데 사실은 윗글 이부분 무슨 말인지 잘 못알아 들었어요) 이제 가장 힘든 부분이 남았습니다. 힘든 것은 사실상 토론으로 그 문제가 해결되기는 힘든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다만 소통하고 싶습니다. 소통이 가능하기를 바라며... 자리가 있다는 것과 자리가 없었다는 것의 차이를 솔직히 저는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의 차이가 - 차이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 운동의 방식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를요. 오히려 저의 이런 인식이 이해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듭니다. 그래서 처음에 남성적 사고운운을... 이 부분은 제가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의 문제제기라 조금은 거칠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파시즘이 나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파시즘이 도래한 이후 이것을 거부해야 합니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에게 그것을 거부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거부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그 파시즘을 제거해야 하는가의 방법론의 문제일 뿐입니다. 물론 어떻게 어머니의 성을 쓰는 것과 이것을 비교하는가 하고 분개하실런지 모르지만, 저의 주요 관심은 혈통의 문제이지 어느쪽의 성을 쓰는가라는 부분이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姓의 정체성이 거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게는 이런 예가 그릇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앞의 글에서도 이미 밝혔지만, 저는 가부장제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호주제 폐지서명을 했고, 일방부계성의 사용이 매우 부당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합니다. 다만 운동으로서 함께쓰기 운동이 적절하지 않으며 한다면 姓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운동은 명명하는 것, 그것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상징적 투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정체성을 잘못된 명명(아버지의 성을 사용하는 지금의 계보적 정체성-그것은 한쪽의 성만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가족적 계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방식의 의도에서도 그렇습니다)에 대한 동등한 잘못(!)을 통해 찾고자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오히려 여성모임 등에서 하는 별명 부르기 등의 명칭을 통한 정체성의 확보가 보다 나은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전형적인 남성인지도 모릅니다. 이 문제를 이렇게 주장한다는 것 말입니다. 정말. 하지만 그래도 소통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며 이런 얘기를 하고 싶네요. 자신의 정체성에 남성보다 의심을 품고 그래서 姓이라는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성들이, 한번도 자리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완전한 이탈을 생각해보는 것은 생각과 감정의 일치라는 측면에서 남성인 저보다 훨씬 쉬울 것 같은데요. 다시 마지막으로, 제 앞의 글에서 사실 중심적으로 얘기했던 부분은 다른 운동과의 연대의 측면이고(제 비판도 대부분 이쪽에 집중되는 것입니다.), 특히 가진 것 없는 자들과의 연대의 측면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어 아쉽습니다. 메아리 없이 이런 글, 계속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부디 얘기되는 사이트가 있으면 알려주시기를... 아직도 못찾았거든요. : '자리가 있을 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부당할 자리가 지금의 가부장제, 호주제, 부계혈통제 속에 여성의 자리가 어머니의 자리가 있기는 한가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성이건 어머니의 성이건 버려버리자고 말하려다가, 한번 자리잡고 있었던 아버지의 성을 버리는 건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한번도 존재한 적 없던 어머니의 성을 버리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하구요. : : 운동의 시작은 이름을 부치는 데서 출발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리를 주는 거, 명명하는 거, 존재하게 하는 거... : : 님께서 부계혈통이건 양계혈통이건 '혈통'이란 부분에서는 결국 가부장제와 맞닿아 있다고 하는 부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건 어머니건 혈통의 어떤 장점들을 모두 거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에도 동의하게 되지 않습니다. : : 아버지를 죽이는 신화들의 아버지의 자리와 지금 어머니의 자리, 특성을 물려주지 못하는 밭일 뿐인 어머니의 자리, 이혼하고 아이를 양육하고 있어도 동거인의 지위일 뿐인 어머니의 자리, 과연 지금 아버지의 성이건 어머니의 성이건 모든 성을 거부하자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 : 존재하는 것과 애초에 존재한 적 없는 것... : 존재하게 한 다음에야 부인할 수도 있지요. : : 성을 버려버리자는 대신, 나 지금껏 쓴 아버지의 성 대신 같은 햇수만큼 어머니의 성을 쓰고는 그 다음, 내가 원하는 성으로 나머지를 살겠어요,라고 한다면 공정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