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서 수다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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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던 여름날 9시경. 우리동네 길..어둡지 않다. 그날비는 부슬비였다. 언 놈이 흰 고무신을 신고 흰 반바지를 입고 흰 수건을 목에 두르고 소리없이 나를 앞서 뛰어갔다. 지나갈때 움찔했다. 별 희안한 사람도 다 있네 했다. 그냥 가니 신경 껐다. 좀 있다가 뒤에서 어떤 남자가 '여보세요~ 여기좀 봐요!' 라고 버드나무 아래에서 나를 불렀다. 망할놈..내가 아는 사람 아니란 생각에 고개 돌렸다 다시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런데 이상한 잔상이 있었다. 아까 그 흰 고무신이었다. 그 놈의 흰 수건은 그놈의 몸의 중앙에 있었다. 두 손으로 수건과 함께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나 순간 잘못봤겠지 했다. 그 순간 소리없이 그 미친놈이 내 바로 뒤에서 목에 숨결이 느껴지도록 말했다. '보고싶은데 참는거지?' 미친놈...비맞으면서 우산들고 뛰었다. 물론 비명소리도 났다. 동네 수퍼에서 아주머니가 나왔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뒤돌아보니 그 흰 고무신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뒤로 밤에 뒤에서 나는 발걸음소리..특히나 남자 발걸음 소리를 두려어하지 않으 수 없었다. 이래도 짜증나냐? 댁도 이런일 한 번 당해보시지. 여자한테 당하면 즐거울까? 여자가 걸음걸이가 느린거 당연해. 우선 여자가 남자보다 작아. 그리고 당신 하이힐 신어본 적 있어? 보폭 더 작아져. 당신이 아니라면 그냥 아무렇지 않은듯 지나쳐가버려. 댁이 신경쓰는 만큼 앞의 여자도 신경쓸테니, 그 신경의 끈을 끊어버려. 그냥 지나가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