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게시판

야옹이와 함께 배우면서 놀자!

글번호	803 번 글의 답장글	글쓴날	2001년 11월 25일 07시 36분
이름	잠은 마약과 같이
메일	없음
홈페이지	없음
제목	RE: 지나가다.
동감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요.. 페미니즘에 있어, 성과성의 갈등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것은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것..페미니즘이 성, 인간, 사랑등 우리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허위의 관념들을 벗어던지고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는 나침반이 될수 있을거라고 기대해봅니다. : --------------------------------------------------- : 우리는 사랑을 파괴해야 한다....사랑은 연약함, 소유욕, 고통에 쉽게 노출되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여성의 모든 에너지를 다른 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됨으로서 여성의 인간적인 잠재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 중에서.. : ----------------------------------------------------- : : 공감님 덕분에 누구나 게시판이 난데없는 학구열에 불타고 있습니다만, 이런 좋은 구절을 맥락없이 뜯어와서는 '피해망상증이다'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대책없습니다. 샤움님 말마따나 '교재는 좋으나, 학습 능력?이 없다'고 할 밖에요. : : 암튼, 뭔가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을 좀 더 차근차근 말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거 같아서요. : : '일본은 나쁜 놈이다'라고만 말하면 피해망상이 되겠지만, 경험을 공유한 한국에서 그 말은 그대로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위에 인용한 것은 그런 식이죠. 훨씬 더 긴 글이었겠지만, 인용된 부분으로부터 상상만 해요. 우선은 그런 말이 어떻게 나왔을런지 이해가 되니까요. : : 읽고 있는 책 얘기를 주제게시판에서도 했는데, 그건 아내폭력에 대한 논문을 또문에서 책으로 낸 것인데요. 얼마나 많은 부당함을 '사랑'으로 덮으려 하는지 정말 입이 떡 벌어지더라구요. 연애할 때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폭력을 행사하고, 결혼해서는 '사랑하기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들이 나오지요. 물론 자신이 행사한 걸 폭력이라고 자각하지도 못하구요. : 모두 정형화된 이미지로부터 '나는' 자유롭다고 하지만, 사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라서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상적인 연인을 상상하면 또 비슷한 그림이 되잖아요. 일 욕심을 내는 가정주부는 '이기적'인 게 되고, 친구를 만나려고 데이트를 미루는 여자는 '이상한' 게 되고 말이죠. 그런 정형화된 사랑의 이미지에 구속당한다고 여기는 여성이라면, 위에 인용한 구절이 '피해망상'처럼 받아들여지지는 않잖아요. :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가부장제 안에서 구성된' 사랑이라는 거죠. 맞으면서도 참는 게 당연한 아내의 '사랑', 남자가 사랑하면 그저 감사한-나처럼 못 난것을 사랑하다니 고마워라- 여자의 '사랑', 그런 사랑에 대해 '파괴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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