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서 수다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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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떨기(여성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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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게시판
글번호
193
글쓴날
2000년 05월 04일 16시 47분
이름
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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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ar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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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제목
(re)190 번 글: 달딸에 보내는 긴글...
글이 처음에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지 캐치하기가 쉽지 않아서 반복해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와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한 부분에(저는 이것을 오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오해 역시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어떻게 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니까요) 저의 의견을 달았습니다.
물론 페미니즘 자체가 주체/객체. 미시/거시, 구조/행위 의 명확한 이분법상에서 인식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저는 어떤 페미니즘이 이런 인식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페미니즘은 그동안의 서양 근대적 이분법을 공격하고 들지 않았던가요? 여기서 여성학 강의를 할 생각은 없으니 궁금하시다면 '살아남기', '근대성과 페미니즘', '과학과 젠더','섹슈얼리티, 성의 정치' 등의 커리를 한 번 읽어보시지요. 만약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건 이미 사회 자체가 이렇게 이분화되어 있으며 페미니즘이 공격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 그 자체라는 것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더군다나 성행위의 주도권 소유여부가 행위자 간 주도/종속으로 귀결된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 글쎄요... 저도 모든 사람의 성행위를 분석해 본 것이 아니라서 이렇다 아니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행위자 간의 주도/종속 문제가 성행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아니겠어요? 저는 사회적, 정치적 맥락이 없는 성행위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뚝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자들이 이전에 경험했던, 그리고 앞으로 살아나갈 인생과 분명히 연관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도 권력관계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달딸이 잊고 있는 것은 '남성중심주의적 조직사회에 억눌린 여성성'에 골몰한 나머지 우리사회를 변화하기 어려운 구조적 성질을 지닌 객체로 바라 볼뿐더러 그러한 구조속에서 구조에 영향을 주려는 '여성 행위자 의 역동성'이라는 현상 마저도 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무시'하고 있다는점입니다.(저는 지금의 진단이 기우에 불과하기를 건방진 태도이기를 바랍니다.) 이는 구별과 이분법 자체가 가진 내적인 한계에 기인합니다. 달딸이 종래의 태도로 계속 진행하는 한 이러한 태생적 한계는 벗어나지 못합니다. ---> 이 글에는 두 가지의 논점이 들어있습니다. 한 가지는 달딸이 여성행위자의 역동성을 무시하고 있다. 또 한가지는 그렇다면 그것은 달딸의 이분법적 태도에 의거한다. 먼저 첫번째 논점에 대해 얘기하자면, 나는 믿고 있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군요. 어떠한 운동이 주체들의 자발성을 믿지 않고 시작할 수 있단 말입니까? 게시판에 글을 쓰는 수많은 자매들의 역동성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혹시 글 쓰신 분 자신이 달딸 편집진이나 게시판에 글 쓰는 자매들과 다른 (일반?) 여성들을 이미 나누고 계신 건 아닌지요. 다음으로는 구별과 이분법에 관하여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사용하고 계시는 '이분법'이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만 제 나름대로 이해하기로는 '여성을 억압받는 자로서 규정하는 것'에 관한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모든 여성을 억압받는 자로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관점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이 관점이 틀렸거나,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고 과연 '여성'이라는 것이 하나의 '류'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강한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코 모든 여성이 같은 종류의 같은 정도의 억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여성의 이익이 일치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를 초월하는 본질적인 여성성을 우리가 발견해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억압을 받는 구체적인 여성들은 '분명히' 존재 합니다. 어떤 형이상학적인 억압이 '여성'이라는 류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억압받는 '개별' 여성들의 집합은 '실재'한다는 것이죠. 만약 내가, 혹은 우리가 억압받는 '여성들'이라고 했을 때에는 자기 인생의 구체적인 경험으로서 억압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을 지칭하는 것이며(그리고 또한 그 여성들은 동시에 저항의 주체이기도 하겠지요) 이것이 그렇지 않은 남성들과 여성들을 (근대의) 선험적 이분법 속에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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