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서 수다떨기

달나라에서 수다떨기 (이전게시판)

글번호	720	글쓴날	2000년 08월 03일 14시 47분
이름	하늘
메일	kiparang@netsgo.com
홈페이지	없음
제목	우리 잡지사 경리사원 이야기
우리 잡지사 관리부에는 올해로 31살이 되는 경리사원 한명이 있습니다. 정확한 명칭이 뭔지는 모르나 아침에 컵닦고 다닥다닥 붙은 윗분들 방 정리하고 커피시중들는 일을 경리일과 곁다리 삼아 합니다. 그 일이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아님 당연히 관리부에서 해야만 하는 일인지 정확히는 모르나 편집부에 들어온 6살 짜리 후배한테 '일의 분담'을 은근히 요구하더군요. 예컨데 아침에 컵이 안닦여 있는 걸 보면 하루종일 눈치주고 짜증난 얼굴하는 등 이런 식입니다. 하긴 같은 편집부 기자인 저또한 가끔은 관리부 일을 도와 줍니다. 잡지가 박스로 포장되어 나갈때 옮겨다준다거나하는 남성의근육이 필요한 일들이 있을때 자발적으로 도와주죠. 물론 관리부 사원이 눈치줘서 그런것은 아닙니다. 저보다 3살 많은 관리부 남자사원은 겉보기도 마르고 매우 인간적이어서 그런일은 없죠. 되려 저는 운동삼아 땀도 흘릴 겸 또 그 일이 내가 많든 잡지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출판일 전반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컵닦는 일'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건 분명 편집부 일과 거리가 먼 일이며 아무리 상근직 사원끼리 오손도손 모여 생활한다고 해도 안한다고 눈치받는 일이어서도 않되며 잡지발간 업무가 워낙 바쁜지라 거기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는걸 알고 있기때문이죠. 분명 동료 기자는 성가셔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여사원끼리의 문제였고 그런 사실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표면화되지 않았으나 어느날 기어코 내 앞에서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내일부터 OO씨가 컵닦아!" OO씨한테 하는 소리였지만 분명 내 등뒤에서 날라온 소리라 과히 기분은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소 둔감한 저로서는 개의치 않고 인터뷰건 논의를 계속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 취재기자가 컵도 닦아요?" 다짜고짜(경리사원 표현대로) 화를 버럭내고 컵이 담긴 바스킷을 들고 화장실로 나갔습니다. .............................................. 알고 보니 그간 경리사원은 자기 일이 많고 힘들며 더이상 후배가 충원될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리고 그런 일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하며 언니인 자기가 부서는 달라도 막 들어온 후배한테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아래 저보다 먼저 들어온 동료기자한테 눈치로 업무분담(?)을 요구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남자'(경리사원 왈)이고 '신입'(동료 기자 왈)이기 때문에 응당 요구할 생각을 안했다는 것입니다. 푸하하 저는 화장실로 뒤따라 나온 우리 경리사원한테 단단히 못박았습니다. 내가 컵을 닦지 않겠다는 이유는 남자이고 신입이기때문이아니라 취재기자기 때문이다. 편집부는 편집부 고유 업무가 있고 그 일은 우리가 요구받을 일은 아니다라는 내용이어습니다. 반응은 황당해 하더군요. 물론 다소 '그럼 나는 왜해?'하는 식의 불만도 보이더군요. "XX씨가 하기 어려우면 각자 자기 컵닦도록 해라"하고 응수했습니다. ..................................................... 물론 그 후의 충분한 대화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해를 했습니다. XX씨도 되려 이렇게 말하니 시원하고 더이상 컵닦는 문제는 괘념치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원과 전무있는데서 소리버럭질러 울렸으니 점심사고 그렇게 풀었습니다. 하지만 대화과정 중에서 몇가지 XX씨의 편견을 알게 되었습니다. 1. 선배-지시, 후배-순종 이라는 상명하달식 사고방식에 얽매여있으며 2. 남자는 컵닦는 일은 안해도 되며 이건 전적으로 여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전 이 성적 역할분담 개념이 어디서 나온지 모르겠더군요) 3. 그리고 회사내 약자라는 묘한 열등의식(그것이 여자라는 성에서 기인한건지 다소 거칠은 경리라는 업무 때문에 그런건지) 저는 일단 XX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여 당신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저의 생각을 차근차근히 설명했습니다. 1. XX씨의 선후배 관계 개념과 OO씨의 그것은 다르며 언니-동생관계는 상하관계이기보다는 유대감이 강조되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2. 업무분담에 있어 서로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대신 업무의 질과 양에 대해 차별의식을 가지지 않는다. 요컨데 XX씨의 일과 OO씨의 일은 '다를' 뿐이지 어느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3. 남성의 일과 여성의 일을 구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우리 편집장을 상사로 어떻게 모시냐?(우리편집자는 여성임) 다행히 XX씨는 제 말을 받아들여 주었고 서로간 생각의 차이를 염두해 두기 시작했습니다. 막들어온 신입이 동료와 상사앞에서 소리를 버럭질러 울리기 까지 했는데 그렇게 받아들이니 저로서는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뭏든 그날 하루의 일은 그렇게 풀렸습니다. ...................................................... 저는 일전에 통계청에서 발간한 직무관련 노동통계를 보았습니다. 97경제난(IMF 환란) 이후 98,99 년도 두해에 가장 고용안정성이 낮은 계층이 바로 20대 전후의 고졸 여성이었습니다. 경제난 당시 고용율 변화곡선이 가장 급강하한 계층이었습니다. 그러다 정보통신혁명과 더불어 벤쳐 열풍이 불면서 역으로 고용률상 가장많이 고용된 계층이기도 했습니다. 비단 직업 안정성 뿐만 아닙니다. 회사에서 '경리' '관리부 사원'이라는 이유로 타부서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업무와 처우는 고용안정성 이상 그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의 요소입니다. 우리 달나라 딸세포가 다소 대졸 여성 위주로 여성문제를 고민한다는 평을 받죠? 어쩜 달딸 편집진 대부분이 대부분 대졸 이상 성이어서 그런지 모릅니다. 어쩜 그 이상을 고민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고졸 여성의 노동또한 존재하고 공동체의 중요한 일부를 이룬다는 관점에서 그리고 같은 여성으로서의 유대감과 같은 직장동료로서 동료의식 아래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여성문제는 기지촌에 가야 적나라하게 볼수 있고 생리휴가나 출산휴가 등과 같은 제도 면에서 소재가 찾아지는 것은 아니라 봅니다. 청소년 문제나 사내 성폭력등 거창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이미지가 약할 수가 있지만 다음호 기획으로(굳이 다음호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리언니(혹은 총무언니) 이야기"가 어떨까요? 회사내 또다른 약자로서 그분들의 고민을 진솔히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시혜적인 입장이 아닌 회사 동료로서 동등한 입장에서 조망했으면 좋겠네요. 거기다가 바라보는 우리가 빠지는 쉬운 편견도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짚어보았으면 하구요. 사설이 길었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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