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서 글쓰기 - 나는 세계의 속살을 만진다(1)

 

노란 양말

-1-

밤낮이 바뀐 채로 일 하는 것은 여러모로 색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고 있을 시간에 깨어있다는 사실이 주는 대비감과 그런 중에서도 깨어있는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다는데서 오는 묘한 동류의식을 느낄 수 있기 떄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밤이 주는 이 음산한 분위기가 좋다. 밤이 되면 나는 세계의 속살을 만진다. 처녀의 젖가슴 같은 은밀함. 나는 이 은밀함을 밤마다 즐긴다.

삼 사일 전이었던가. 나는 세시가 조금 넘어서 찾아온 한 여자를 떠올리며 편의점으로 향한다. 유난히 밤손님이 없는 날이었던 것 같다. 같이 일하는 남자아이는 잠시 쉬겠다며 창고로 들어가고 나 혼자서 카운터를 보고 있을 때였다. 여자는 뒤뚱거리는 몸짓으로 편의점의 유리문을 어깨로 밀어내고 들어왔다. 좀 심하게 비만이다 싶은 그 여자는 어느덧 먹을거리가 놓여있는 진열대 앞으로 가서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음식들을 집요하게 골라냈다. 그렇게 한아름 집어낸 것들을 들고 카운터로 가져와 계산을 할 때 나와 여자가 잠깐 눈을 마주쳤던 것 같다. 나는 예의상 살짝 미소를 지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고 나자 그 여자는 마치 나와 친구라도 되는 듯한 온화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여자는 계산을 마치더니 값을 치르고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와 카운터 앞에 섰다.

"밤에 일하려면 힘들지 않아요?"

갑작스러운 질문. 하지만, 의외로 여자의 목소리는 아주 곱다.

"그냥 그냥, 할만해요."

신기하게 나도 별로 어색해 하지 않고 대답한다.

"뭐 좀 먹었어요?"
"……."
"이거 같이 먹을래요? 나도 저녁을 안 먹어서 사 가는 건데"

당황스럽다. 벌써 꺼내 놓고 먹을 기세다.

"아, 저 아니…."
"에이, 그러지 말고 먹어요."

대답할 새도 없이 빠르게 맞받아 치는 그 여자, 벌써 먹을 것들이 카운터로 올라와 있었다. 나는 뿌리치려 했지만 어째 때를 놓쳐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 여자는 잘 되었다는 듯이 먹을거리들의 포장을 익숙하게 풀어냈다. 나는 어색한 듯 마지못해 하며 여자가 산 음식들을 함께 먹었다. 여자는 주절주절 무슨 이야기인가를 늘어놓았던 것 같다. 원래 자기는 굉장히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무슨 병엔가 걸리면서 갑자기 살이 쪘으며 그 이후로 매일 이 정도 먹지 않으면 쓰러진다고, 잘 믿어지지는 않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던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므로 이것저것 신경쓰이는게 많아 여자의 중얼거림이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자가 음식들을 다 먹어치운 후 들어올 때만큼 힘겹게 문을 열고 나서며 '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며칠 후에 또 꼭 올께요' 라고 한 마지막 말은 며칠동안이나 나를 불안하게 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그 여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위태로움을 느껴서 였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 여자는 위태로웠다. 뒤뚱거리는 몸 만큼이나 위태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위태로움은 어떤 외로움을 근거로 하고 있는 듯도 했다. 지독한 외로움. 나는 그것에 전염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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