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數 ::(∑)기계                                                                          달나라딸세포9


(∑)기계

별족

* 난 '숫자'하니까 '기계'가 생각나더라구요. 그리고 많이들 '여성이 기계를 두려워한다'고 말해서 쓰기로 했답니다.

(1)컴퓨터

컴퓨터를 켜셨어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으니 당연하지 않냐구요? 어떻게 시작할까 생각했어요. 처음 컴퓨터를 켜셨을때 당신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조그만 꼬마였나요? 난 스무살이 되어서 처음 컴퓨터를 켰습니다. 컴퓨터가 '네 손을 탄다'는 타박을 듣다가, 스물 세살이 되어서 처음 컴퓨터를 가졌습니다. 그래도 익힌 습관은 어디 가지 않아서 곧잘 골골대는 이 놈이 골치여서, '좋아봤자 소용없어'하고 맙니다. 디스켓을 뒤집어 넣고 얼굴이 빨개졌던 날, 난 어떤 초보가 물어도 친절하겠다 다짐했었답니다. 그래서, 잘 한 건지 모르겠는데-컴 따위 무시하라고- '응, 그거 암것도 아냐. 껏다 켜', PC의 여러 가닥 전선에 대해서는 '응, 그거 들어갈 수 있는 데가 하나 뿐이야'하고 대답했었습니다. 원래 지금의 얄궂은 운영체제는 워낙 베일이 많아서, 좀 한다는 사람도 그렇게 대답하니 난 그런 대답을 한 사람을 우습게 보면서 기계 자체도 우습게 보는 겁니다.

(2)자동차

혹시 운전면허 갖고 계세요? 나는 작년에 겨우 땄는데요, 사실 연습하러 다니면서도 '이게 내게 왜 필요해'라고 하루에도 열 두번씩 되물으면서, 겁내지 않는 척 그냥 필요없는 척 하려고 했답니다. 면허를 따고 나서도 여태 본격적인 운전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으니, 뭐 컴처럼 '무시해버려!!!'라고는 못하겠는걸요. 그렇지만, 또 태도는 비슷해요. 우리 언니가 그랬거든요. 남의 차 3년 모는 것보다 자기 차 3개월 모는 게 훨 빨리 는다고...'차만 생기면 못할 게 모야'하고 속으로만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사실 나처럼 면허만 있고 차는 없는 동기들도 나만큼 못 몰거나, 혹은 못 모는 취급을 당하지는 않는데 왜 그럴까 생각하죠. 그런데, 사람들이 하도 걱정을 하니까 나도 나를 못 믿어서 빌려달라고도 못하고, 가끔은 빌려준대도 필요없다고 말하고 말아요... 주위에서 믿어주질 않는다면 어떻게 용기가 나겠어요.

컴을 대하던 그 거만한 태도가 어디 갔나 싶게 소심해졌죠? 미안한데요. 좀 힘내고 기계를 무시해버리라고 하려던 차였는데 제게도 겁나는 게 없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내 자신이 부끄럽진 않아요. 주변에서 날 믿지 않는데 나라도 날 믿어야죠.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거울 보고 다짐하고 연습한다니까요.

어떤 기계가 당신의 속을 썩인다면, 자신을 무시하는 대신 기계를 무시하고 마세요. 당신이 무지해서 고장을 낸 거라면서 기계의 주인이 등장하면 미안한 표정대신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치사하게 그럴래. 기계가 사람 가리냐, 고쳐주면 될 거 아냐' 해버리세요. 무시당하고 의기소침하느니 그 편이 나아요. 결정적으로 기계는 사람을 가리는 법이 없답니다.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받은 대접일 뿐이예요...기계는 시킨 대로, 그대로 할 뿐이라구요. 걱정 마세요. 고치면 되니까... 기계는 사람을 가리는 법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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