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갑숙과 구성애



신딸기


솔직히 갑숙이 언니한테 실망했다. 재미가 없었으니까. 거의 구성애 아줌마 강연이나 그 아줌마가 쓴 책 같았다. 가만 보면 책 뿐만 아니라 둘 다 정말 비슷하다. 작년 이맘 때 구성애 아줌마가 떠서 강연하고, TV에 미친 듯이 출연하고…올해 이맘 때엔 갑숙이 언니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고. 둘 다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성(性)에 대해 성(聖)스럽게 생각하고, 환상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엄청 건전하고… (불쌍한 현경이 언니 이야기는 못 하겠다... 흑)

그래도 굳이 이야기하자면 최근엔 갑숙이 언니가 좋아졌다. 언니는 언니의 몸을 사랑하고 가꾸니까. 언니 나이의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가꾸고 사랑하는 모습을 본 적은 별로 없다. 언니의 몸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언니의 모습이 좋아보였으니까. 물론 언니는 내가 모르는 향수를 쓰고 있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는 것 같고, 내 생활과는 좀 동떨어진 것 같긴 했지만…

구성애 아줌마에겐 화가 났다. 지난 해 이맘 때, 남자애들만 생각하는 구성애 아줌마가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그 남자애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교육을 하는 그 아줌마가 그리 밉지는 않았었는데, 이젠 정말 짜증이다. 갑숙이 언니에게 실망한 이유는, 책이 재미없었기 때문이고, 구성애 아줌마에게 화가 난 이유는 오버했기 때문이다.

나는 탤런트 서갑숙씨를 이제는 갑숙이 언니라 부르고 싶다. 그녀는 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언니 같다는 생각을 들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남성들의 시각 같은 건 정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대학 동창인 재수 없는 남자애와의 섹스였다. 언니의 그 자신만만함은 너무도 자랑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여성은 성에 대해 항상 소극적이었고, 소극적이어야 한다고 배워 왔다. 잘 나가는 구성애 아줌마도, 아줌마 아니라 여자애일 때는 소극적이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주장해왔으니까. 그런데, 갑숙이 언니가 아무 생각없이 그런 부분들이 깨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대단한 남자를 만나서 그렇게 변하게 되었다고 자랑하는 갑숙 언니의 말투가 약간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닌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갑숙이 언니가 좋다.

특히 좋은 것은 언니의 흉터와 나이와, 주름살과 약간 탄력을 잃었지만 사랑스런 몸매다. 우리 엄마가 갑숙이 언니 나이일 때 나는 중학교를 다녔다. 내가 막, 여성스런 몸으로 변하고 있을 때 우리 엄마는 더욱더 여성스런 몸매가 되어 가고 있었다. 처진 배와 탄력을 잃은 피부, 아줌마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엄마는 엄마의 몸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미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몸, 이제는 자식들을 위해 바쳐야 할 몸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운동도 하지 않았고, 집안일만 했다. 그러다 결국 집안일을 하는데 알맞은 몸매가 된 것이 분명하다. 푸근하고 편안해 보이는 소파 같은 몸 말이다. 엄마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나는 것은 엄마의 그 엄청난 모성애와 희생정신 때문이 아니라 엄마의 몸을 그렇게 만들도록한 나와 식구들에 대한 모멸감과 미래의 내가 그렇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갑숙이 언니의 몸은 살림에 어울리는 몸도 아니고 아이를 낳기 위한 몸도 아니었다. 언니 자신을 위한 몸. 그런 언니 몸에 대한 사랑, 자부심. 콤플렉스였던 수술 자국에 대한 애정…. 언니의 몸을 사랑하는 갑숙이 언니가 좋다. 자궁이 없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가 아니"라고 하는 구성애 아줌마와는 다르다.

같은 연예인인데다 갑숙이 언니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도 불구하고, 구성애 아줌마를 아줌마라고 여전히 부르는 이유는 감히 '아저씨'라고 부르긴 여전히 미안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자애들 성교육은 잘 시키니까. 그래서 그런지 아줌마는 굉장히 남성팬들의 눈을 의식한다. 안 할 수야 없겠지만, 그게 역겹다. 아마도 점잖은 척하려고 그런 것 같은데, 진짜 웃긴다. 구성애 아줌마는 "감동이 없으면 포르노"라는 주장을 많이 했다. 갑숙이 언니 책에 대해서도 적당히 그렇게 이야기 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그 논리는 이젠 좀 안 했음 좋겠다. 구성애 아줌마도 거기에선 결코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구성애 아줌마의 적나라한 성묘사를 통한 성교육은, '포르노' 다. 뭐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갑숙이 언니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한건 없다. 게다가 아줌마의 이야기는 (나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줌마의 논리에 따라, 감동을 주지 못하는 포르노다. 실은 갑숙이 언니의 표현에 대해서는 나도 불만이 많다. 좀 밋밋하고 재미없으니까. 그래도 갑숙이 언니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사실, 내가 문학평론가가 되어 평을 쓰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성교육 전문가인 구성애 아줌마는 그런 소리 해서는 안 되는 거다. 아줌마는 남자애들이 자위나 잘 하게 해 주고, 함부로 여자애들 가지고 장난치지 못하게 해주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러다 혹시 시간 나면 갑숙이 언니의 어렸을 적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애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해 보면 된다.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이 제일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구성애 아줌마에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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