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제 냅다씹기...






그소식 들으셨어요?
왜 서울대 정문에서 예능계 여고생 학부모들이 데모했다잖아 요... 대학신문에 사진도 실렸던걸요... 나.. 솔직히 이런 말하 긴 좀 그렇지만 쬐끔 감동했어요. 뭐가 그렇게 감동스럽냐구 요? 왜 그런 유명한 말 있잖아요.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이 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죄'를 두가지나 가진 '죄인'이란 말 인데... 어쨌든, 어떤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서 여학생이 문제제기를 했더니 남학생 부모가 와서 기껏 한다는 말이 '그런 사소한 일로 남자애의 앞길을 망치다 니...' 등등의 말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니 아들 가진 부 모의 위세가 대단하다는건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이죠. 그러니까 제가 감동받은건, 22년동안 유지되어온 서울 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 예능 쿼터제에 대해 여학생 학부모들 이 '딸가진 죄인'임을 당당히 밝히시며 데모를 했다는거에요... 뭐 저도 사실 '엄마들의 치맛바람'이라는 말 또는 상황이 의 미하는, 또 그것이 실제로 나타나게 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회모순들을 그냥 인정해버리거나 찬성하는건 아니니까 '감 동'이라는 단어에 딴지를 걸지는 말아주세요. 남학생들 부모 는 데모 안했냐구요? 그건 왜 물으세요?. 제 말은 '당연히' 했 다는 이야기죠.. 여성특위에 항의 방문도 여러번 했다는군요.

그럼 이쯤에서 대략의 설명을 해드려야겠네요.
일단은 지난 7월부터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었다는 사실을 아셔야겠죠. 그 정신에 따라 10월 25일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에서 '음대와 미대 남성 쿼터제' 가 남녀차별 금지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직권조사키로 방침 을 정했답니다. 그리고 해당대학교(음악계열에 서울대, 연세 대, 경희대, 상명대, 장로교신학대. 미술계열에 서울대, 홍익 대, 성균관대, 건국대)에 이 사실을 알리고 자체적으로 시정할 경우 직권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 다는군요. 서울대의 경우 1백 47명 정원의 음대와 80명 미대 정원의 반을 남학생에게 할당하는 현재의 할당제를 폐지하기 로 방침을 모았대요. 온갖 일간지에 기사들이 실렸지요. 학교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남녀차별 금지 법의 정신에 따라 성차별 여지가 있는 남녀구분 모집방식을 폐지키로 의견을 모았다."라는군요.

근데 지금까지 남학생 할당제를 유지해오던 근거가 뭔지 아 세요? 크게 두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그 두가지 이유 가 저의 신경을 건드렸다는거죠.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여학 생 지원자가 많은 학과 특성상 여성편향 교육을 방지하고 남 학생을 구제한다'라는 거래요. 내참 황당해서... 물론 저도 그 점은 인정하지요. 어떤 학문이든지, 어떤 분야든지 특정 성 (性)에만 지나치게 치우쳐서 발전하면 기형적으로 발전하거나 또는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못한다는걸요. 그럼 제가 딴지 를 걸어볼께요. 왜 공대에서는 여학생 쿼터제를 실시하지 않 나요? '남학생 지원자가 많은 학과 특성상 남성편향 교육을 방지하고 여학생 구제를 위해' 여학생 쿼터제가 필요하지 않 나요? 실제로 예능계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 중 남 학생은 10%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어떻게 보면 50% 할당제 는 지나치게 남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셈이죠. 여성에게 맞 는 학문이나 남성에게 맞는 학문은 구분될 수 없다고 봐요.

결국 여성성이니, 남성성이니 하는것들을 갈라놓고 억압적으 로 성역할을 구분하는게 문제라는 거죠. 남학생들의 앞길을 망치지 않기 위해 - '남학생을 구제하기 위해' 라고 표현하더 군요 - 50%할당제라는 지나친 특혜를 주는 것도 문제지만 예능계에 여학생이 몰리는 현상도 문제라고 봐요. 그렇다고 이름있는 음악가와 미술가 중에 여성이 특별히 많은가요? 간 호학과에 있는 소수의 남학생들은 모든 교수들의 '교수만들 기' 대상이 되어 귀여움을 독차지한다고 하더군요. 이제 첫 번째 이유는 그만 씹고 진짜 저를 열받게 만든 두 번째 이유 을 이야기해볼께요. 어느 신문에 나왔는지 정확히 이름은 기 억이 나지 않지만 이렇게 말하더군요. '남학생들이 졸업 이후 지속적인 활동을 더욱 많이 하기 때문에' 할당제를 실시한다 구요. 내참, 기가 막혀서, 저의 인내심은 극에 달했답니다. 물 론 그럴 수도 있겠죠. 오늘도 아마 어딘가에선 여성들이 '여 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리해고, 퇴직권고를 당하고 있으니까 요. 정리해고 일순위가 맞벌이 여성. 기혼여성. 미혼여성 순이 라는데 졸업 이후 지속적인 활동을 계속 하기가 어디 쉽겠어 요? 애를 낳게 되면 키워줄 변변한 사회시설 하나 있나요? 그렇다고 가사노동을 같이 부담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있길 하나요? 여성들에게 암묵적으로 가해지는 성차별과 성폭력적 분위기는 어떤가요? 어디라도 취업을 하게되면 그나마 다행 이죠. 취업이 힘들어서 온갖 고민과 걱정으로 일그러진 얼굴 을 하고 다니는 선배 언니들이 제 주위에는 수두룩하답니다.

할당제 폐지를 두고 남학생들의 부모들은 '역차별'이라며 강 하게 반발했다는데, '차별'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애요. 사회 적으로 남성이 예능을 하기가 어려운 분위기이거나, 미술이나 음악을 하는 남학생들의 사회진출이 어려운가요? 그렇다고 음대, 미대 남학생들에게 '제3의 성'이라는 딱지를 붙여놓고 어려서부터 '남자가 음대나 미대를 가면 안되지.'하는 이데올 로기를 주입시키기라도 하나요? 음역이 나누어지는 성악과를 제외하고, 도대체 음미대에서 할당제를 실시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아요? 그럴싸한 이유 있으면 저한테 이야기 좀 해주 세요.

어쨌든 서울대는 일단 현재의 할당제가 성차별적라는 것을 '22년만에' 드디어 깨닫고-스스로 깨달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할당제를 폐지하기로 했답니다. 그래도 남녀차별금지법이 생 기니까 달라지는것도 있긴있군요. 단순히 제도, 특히 법제도 나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으로 여성해방을 쟁취하는 것에 대 해서 상당히 한계를 느끼고 있긴 했지만 호주제 같은 것도 남아있는 나라에서 바꿔야 할 제도가 어디 한두군데겠어요? 이참에 공대생인 정윤이는 '공대 여학생 쿼터제'나 주장해볼 까 하고 한동안 주위 친구들의 의견을 물어본적이 있답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거의 부정적인 반응이었죠. 남자애들의 반응은 예측하실수 있을거에요. 공대여학우들은 '그렇게 되면 공대여학우의 실력에 대해 현재보다 훨씬 가치절하될 것' 이 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더군요. 사실 지금도 수능 이 쉬워져서 들어올수 있었다는 등의 성차별적인 발언을 수 시로 듣고 여성을 배제하는 실험실 때문에 대학원진학이 제 한되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런 걱정도 이해할만하지요.

음미대 쿼터제를 씹고나니까 또 씹고 싶은게 한두가지가 아 니군요. 교대 남학생 할당제도 그렇고, 군가산점 문제도 그렇 고... 아! 이담에 기회가 있으면 우리 한자리에 모여서 같이 생산적인 '냅다씹기'를 한번 해보는건 어떨까요?

새로운 천년을 앞둔 11월 중순의 어느날...
정윤이가 썼어요...

ps. 11월 24일자 서울대 대학신문 보셨어요? 미대 '남녀정원 쿼터제 올해까지 시행'이라고 굵은 글씨로 1면에 실렸더군요. 11월 18일 학장회의에서 결정됐대요. '내년도 입시에는 실기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미대 지원 학생들의 입시에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라고 하는군요. 하긴 22년간 실시해오던 쿼 터제를 몇일만에 갑자기 바꿨으니, 남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앞으로 큰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남학생들의 앞길을 막는 처사'임에는 분명하지요. 이와 같은 결정으로 고3 남학생들은 (특혜가 자신들까지는 적용된다는 생각에) 안도하고 있지만 고 3 여학생측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답니다. 한 여고 생의 학부모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대요... 하긴 졸속으로 폐지하려니 부작용이 날밖에 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일단 좀더 두고봐야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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