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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ial :: 엄마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헤마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로 시작되는 간장광고 하나. 참 그 카피가 싫었다. 장맛을 포함한 어머니의 역할 물려받기. 한국의 모든 딸들이 난 엄마같이 살지 않을테다고 결심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가정과 사회는 우리에게 어머니를 강요한다. 나이가 들었으니 시집을 가고 또 때가 됐으니 애를 낳아 길러라. 하지만 뭐 그 강요라는 것이 항상 선을 보라는 부모와 절대로 안본다는 노처녀 딸 사이의 극렬한 싸움으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다. 엄마가 똑똑해야 애기가 똑똑하게 클 수 있다는 분유광고와 우리집 아침은 엄마의 부엌일로부터 시작된다는 청정원광고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육남매를 키우는 `육남매'의 어머니와 우정의 무대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을 담았다는 듯이 목메이게 부르는 `어머니이~!' 외침과 서점의 여성코너에 어김없이 진열되어 있는 육아책, 요리책과...

어머니가 되는 것이 필경 나를 억압할 것이라고 주장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 생각해보자는 거다. 어머니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단언하건데 많은 이들-나의 어머니는 강하다, 훌륭하시다, 존경한다고 말할거다. 하지만, 한 꺼풀만 더 솔직해 보시라. 도대체 당신은 어머니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혹시, 가장 밑바닥을 치는 감정은 '불쌍하다'가 아닌지. 어머니의 모성을 찬양하고 싶은가? 그 뒤에는 모든 것을 당신을 위해 바칠거라는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지.

딸들이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딸들은 어머니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얘기해 보고 싶었다. 결코 전적으로 따뜻하고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관계로도, 혹은 죽어라고 싸움만 하는 관계로도 규정지을 수 없는 무엇. 언어로 표현되지 못하는 그 사이사이의 감정들. 어머니와 딸. 그냥 한 인간과 한 인간이 만나 서로 소통하기에는 사회가 이미 그 둘을 어딘가에 위치시켜버렸고 그 자리들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평행선을 그려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세대가 다른 어머니 두 명을 인터뷰했다. 그 두 분에게 감사드린다. 둘은 완벽한 어머니가 아니다. 완벽한 어머니는 없다. 둘은 여성이기도 인간이기도 누군가의 딸이기도 그리고 자기자신의 주인이기도 했다. 차차는 지금까지의 삶에서 자신에게 어머니의 역할이 요구되었던 경험을, 설탕은 완벽한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를, 헤마는 외할머니-어머니-나로 이어지는 모계에 존재하는 모순과 불협화음을, 별족은 언제나 내 편인 어머니에 관한 얘기를, 난다는 서로를 태어나게 해주는 여성들의 관계를 쓴다.

우리는 관계의 답을 모른다. 다만, 아주 희미하게… 왕이되기 위해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남아들과는 다를 거라는 것. 우리는 어머니가 되기 위해 나 자신 말고는 누구도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생각할 때마다 가슴벅차오는 위대하고 불쌍한(!) 어머니가 아니라 딸과 함께 호흡하며 서로 영향을 미치고 변해가는 한 여성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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