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인터뷰] 1
   - 뜨거운 것이 좋아



OK. 언니를 처음 만난 것도 채팅에서였다. 채팅으로도 마음이 오가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가르쳐 준 것이 $$ 언니였기 때문에, 인터뷰도 채팅으로 하기로 했다. 인터뷰는 $$ 언니가 술 퍼먹고 잠깐 일어난 일요일 아침에 했다. $$ 언니는 대부분의 성원이 여성인 어떤 다큐멘터리 창작 집단에서 주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다큐를 찍는다.

  
>>> $$님이 2번째로 들어왔습니다. (2번 자리)

$$       :안녕?
난다     :언니 안녕?
$$       :잘 잤어? 난 자다 말았어
          어젯밤에 지방에서 *****해고자들이 올라와거든. 아 속이 졸라 쓰리다.
난다     :몇 시까지 마셨는데?
$$       :잠을 여섯시 반에 잤어. 노래방 안간다는데 억지로 끌려가서
          초반에 열내서 부르다 막판에 쓰러졌음. 장렬히 전사.
난다     :하하
  
>>> $$님의 대화명이 [열녀]로 바뀌었습니다.
 
난다     :아이 참...열녀로 나가게 하란 말야? 열녀 인터뷰로 하라고?
열녀     :나 사실 뜨거운 여자야
난다     :뜨겁다는 의미에서 열녀야?
열녀     :응. 또 열도 잘 내지. 어제도 초반에 열냈다니까.
 
>>> 헤마님이 3번째로 들어왔습니다. (3번 자리)
 
난다     :안녕? 자 빨리 앉아. 시작하게.
헤마     :시작 하자 그럼
열녀     :아 좋아좋아.. 빨랑빨랑하자. 어서하고 자야지. 아 떨려.
헤마     :언니 요즘 고민이 뭐야?
열녀     :흐헉.                    
난다     :억
열녀     :질문이 그게 뭐야?
난다     :마저.
열녀     :잠 들깼지?
헤마     :그럼....
난다     :파쇼같이 묻고 있어.
열녀     :나 사실 좆나 쪼그라 드러버렸어. 엉엉
헤마     :어.. 미안해요. 야, 난다 니가 해
열녀     :(자 다시 어깨펴고..다 덤벼)
난다     :언니 몇 살이야?
열녀     :나 27살
헤마     :사람들은 언니를 몇 살로 봐?
열녀     :사람들은 날 거의 제 나이로 봐. -_-;;
난다     :언제 서울 왔어?
열녀     :95년도 겨울에. 94년돈가.
헤마     :어떻게 오게 된 건데요?
열녀     :무작정 상경했어
난다     :집에다 뭐라고 하고?        
열녀     :돈번다고 하고. 그전에 단체에 상근했었기 때문에 울엄니는 나를 서울로 
          보내면 되는줄 알았던 사람이야.
         =울엄마는 내가 정치하는 년이랑 비슷하게 봐서 지역구를 벗어나면 암짓도
          못할거라고 생각했지.
헤마     :잠은 어디서 잤는데?
열녀     :잠은 친척집을 전전했음. 그 때의 그 설움,,,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왜냐, 오빠랑 나랑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에 친척집을 번갈아 다니면서 지냈
          는데 언젠가 같은 친척집에서 마주친적이 있었어. 그 멋적음...
헤마     :흑흑
열녀     :그래서 내가 용돈 받으면 둘이 나누고 오빠가 받으면 둘이 나누고 그러고 살
          았어. 이제 난 훌륭해 졌는데 울오빠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도 없어.
         =오빠가 일년간 벌어서 내 뒷바라지를 해줬지.
         =그리고 4년간 내 등을 쳐먹고 살았어
난다     :언니 뭐하고 훌륭해졌어?             
열녀     :여기서 훌륭함이란, 나는 어쨌튼 차비는 버는데 
          울오빠는 차비도 못번다는 거지.
헤마     :사이 좋은 형제이시네요.
열녀     :그전엔 웬수지간이였는데, 없이 살다보니까 나눌게 정밖에 없드라고
난다     :서울 와서 한 일이 머야?
열녀     :닥치는대로 했어 (꼭 아침방송에 나오는 멘트같네). 잡지사에 쬐끔 있다가
          케이블 방송국을 전전긍긍하며 밤새 원고지를 채워서 다음날 먹을 쌀하고 바꿨지
헤마     :언니 카메라는 언제부터 잡게 된거야?
열녀     :96년도부터일꺼야. 원래부터 비영리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었는데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었거든. 그래서 큐채널엘 배우러 들어간거야
         =배우고 난 뒤에 그곳을 나오려고.
         =그곳을 나오고 난뒤에 또 한참있다가 kbs에 들어가려고 했어
         =이때는 먹고 살려고.
헤마     :근데?
열녀     :근데 마침 쉬는 중에 ##에서 작품을 하나 하는데
         =대본을 쓸 사람이 없다는거야. 그래서 내가 도와준다고했지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렇게 길어져버렸지.     
난다     :##은 어떤 곳이야?
열녀     :##은 다큐멘터리 창작집단인데, 주로 집회다니면서 촬영하고
          인터뷰하고 그런 데였어.
         =그러다가 점차 투쟁기뿐만이 아니라 다른것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산업재해 관련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지.
         =이 작품을 하면서 나도 많이 변했고...노동운동의 메카니즘을 벗어난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헤마     :왜 변했어?
열녀     :산업재해 관련 작품을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
헤마     :어떤 사람들 말야?
열녀     :사건에만 있지, 사람들은 잊고 있었던 원진 레이온 사람들,
          LG전자에서 일하다 생식기가 망가져서 20대 나이에 50대 아줌마가 되버린
          여성노동자들,
          전자업종인데 단순 반복 작업으로 온몸이 마비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내가 왜 이일을 하는지가 흐려졌다가 
          뚜렷해지고 하고 뚜렷해졌다가 흐려지기도 했지
          투쟁기 중심, 민주노총의 앵무새 노릇을 집어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헤마     :그거 하면서 여성 노동자들하고 많이 만난다고 했쟎아.                  
          그 얘기 좀 해줘
열녀     :음..지금 우리가 여성노동자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왜 준비를 하게 됐냐면
          지금까지 사람들을 만나면서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직업병에 걸린 사람들을
          만나면서 노동자는 노동잔데 다 같은 노동자가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
헤마     :어떤 의미에서 그런거야?
열녀     :조건이 다르다는거야. 그 조건은 그저 물질적 조건이 다른것이 아니라...
         =뭐랄까, 적절한 말이 안 떠올라.
         =이땅에서 노동자 하면 대기업의 남성노동자란 말이지.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노동자로 태어나 또 직업병에 걸려
         =삼중의 고통이지. 그런데 이런 고통의 사슬들은 어느 한 곳을 쳐서
          승리할 수 있는것이 아니야.
헤마     :대기업의 남성노동자들도 만났을 거쟎아
열녀     :이런 말 있자나, 똑같은 노동자야 부부가. 그리고 똑같이 각자 회사에서 
          조합원이고. 그리고 파업때 똑같이 파업을 한다고 쳐.
         =그런데 집에 와서도 과연 똑같은 파업을 한 노동자일까?
난다     :웅                                                 
열녀     :아니라는거지, 이건 일차적인 예일뿐이야
난다     :집에서 한 사람은 또 열심히 일해야 겠구나.
열녀     :그렇지. 그래서 나는 직업병이 꼭 공장에 가서 걸린다고는 생각 안 해.
          이건 자본가들이 하는 말인데. 여자들이 직업병에 걸리면, 꼭 공장에서
          걸렸다고 할 수 없다는 거야. 집에서 워낙 일을 많이 하니까.
          근데 나는 그 말에 동감하는 부분이 있어.
난다     :이짜나 언니, 나는 언니 사무실에 놀러가면 기분이 조커든. 
          언니들이 마니있고,
          다 재밌고 좋고...
열녀     :딴 언니들은 안 이쁘자나.히히
난다     :근데, 언니들이 그렇게 많으면 힘든거 없어?
열녀     :응 언니들이 많아서 힘든건 없는데 오빠가 하나 있어서 힘든건 있어
헤마     :엉
난다     :하하 그거 말고. 다 젊은 언니들이자나. 촬영나가고 일할 때 힘든거 없냐고.
          언니들 일할 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저씨들이자나...
열녀     :아...근데 우린 그걸 되게 잘 깬거 같애
헤마     :어떻게?                              
열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남성적인 분위기 등등이 위협적을 때, 
	  (혹은 장난스러웠을때라도) 즉각적으로 대든다. 
		--> 이 말의 남성적 표현을 보라.
난다     :호호
헤마     :히히
열녀     :그렇게 해왔어. 사실 첨에는 힘들었지
         =비위도 맞춰야지...그래서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
         =우릴 만나고 나서 첨엔 "저런 여자애들도 있구나...
          어디 무슨 소리하나 들어보자"
         =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는 결혼하기 전까진 여자애니까 말야...
         =그리고 지금은? "조심하자"
          일단 이쁘게 안보이고 나니까 세상이 다 편해졌어
난다     :조쿠나
열녀     :우리보고 사람들이 미모로 바리케이트를 치라고 하거든
         =우리가 맨날 안티미모를 외치니까
헤마     :그래서 지금은 불편한 거 없어?
열녀     :왜 없겠수.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지.
헤마     :엉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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