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딸 기    

어제 아침 출근 길이었다.

나의 직장은 테헤란로에 있어서 항상 그 복잡한 2호선을 타고 출근을 해야 하는데 항상 복잡했지만 어제 아침은 좀 더 불쾌했는데..
교대역 인가에서 뭔가 뜨뜻하고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내 엉덩이에 올려졌는데,...

그거 였다. 뒤에 있는 아저씨의 그것이었던 것이다.

되게 점잖게 생긴데다 손으로 만지고 있지도 않아서, 이 사람이 치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내 숄더백으로 아저씨를 뒤로 꾹꾹 밀어넣어서 그것이 내 엉덩이에 닿지 못 하게 했다. 아저씨는 괴로웠을 것이다. 뒤에서도 누군가가 계속 밀고 있었을 지도 모르고, 아저씨는 힘을 쓰면서 나에게 붙으려고 했으나, 나의 가방의 크기 반만큼,아저씨와의 간격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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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없었다. 나는 몇 년 동안 거의 쌕만들고 다녔고, 대학을 다닐 때는 학교 옆에서 자취를 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세일할 때, 예쁜 가방을 새로 사기 전까지는 학교에 들고 다니던, 크고 칙칙한 쌕을 메고 회사에 다녔었다. 나는 그 쌕이 터져라 물건들을 집어 넣고 다녀서 쌕은 항상 축 늘어져서 내 엉덩이를 가리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사적인 거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었었다.

좀 더 회사원처럼 되어보자고 예쁜 숄더백을 샀으나 (핸드백이라고 하기엔 넘 커서) 며칠 지나지 않아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어제 그 일을 겪고 집에 가서 전신 거울 앞에 섰다. 나의 옆 모습을 찬찬히 살펴 보면서, 남들에 비해 엉덩이가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닌 가 걱정도 해 보고 어떻게 하면 엉덩이를 가릴 수 있을까 고민도 해 보았다. 엉덩이가 꽉 끼는 타이트한 바지를 입고, 배꼽티를 입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나였는데... 오늘 아침 출근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 짧은 가디건 보다는 엉덩이께까지 덮는 외투를 선택하게 되고( 전철 안에서 더워 죽는 줄 알았다) 내 엉덩이에 관해 고민을 하고, 아침에 또 이런 아저씨 만날까 두려워, 여자들 앞에만 서고...

이런 내가 참 한심하게도 느껴지지만,
나의 사적 공간을 지켜 줄 수 있을 만큼
크고 단단한 숄더백을, 혹은 쌕을
다음 세일 때는 하나 장만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가진 무기를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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