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은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김밥 집에서
  "뚜껑, 인터뷰 하지 않을래?" 하고 내가 제안했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으래~" 하고 대답했던 거다. 그러나 사실
  뚜껑은 인터뷰 당하는 것과 같은 일을 좋아한다. 그애는 너무 예뻐서
  수많은 학생 영화에 캐스팅 되었었고 대개는 그 일을 즐겼다.
  인터뷰 당하기와 영화에 찍히기 같이 많은 사람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일을
  그애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해낸다. 분명히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꺼다.
  나는 뚜껑이 재밌다. 19살에서 20살이 되어가는 지난 1년간
  뚜껑은 사랑에도 (몇번씩이나) 빠지고 곤경에도 빠지고 자기 작업에도
  푹 빠졌었다. 뚜껑은 투명한 물고기처럼 그 어느 것도 감추지 못하기 때문에
  나와 뚜껑의 다른 친구들은 뚜껑이 보여주는 성장 드라마를 지켜보았다.
  가끔 나는 조마조마했다. 언제라도 무언가 도와주어야 겠다는
  보호자같은 마음도 품고 있었다. 뚜껑이 이런 내 마음을 알았다면
  푸하하~ 웃어버렸을 꺼다; "나랑 몇 년 차이도 안 나는데,
  이 언니 왜 이러나..."

  뚜껑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다.

    


질문: 난다, 성은
대답: 뚜껑


- 몇 살?


79년생, 18살, 히히

- 뚜껑, 자기 이뻐?


뭐?
(뚜껑, 창피해하며 웃어버린다.)

- 대답해줘, 난 평소에 예쁜 애는 도대체 자기가 예쁜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궁금했어


대구에 살 때는 이쁜지 몰랐어. 오니까 다 이쁘다고 그래.
여기가 못생긴 사람 동넨가?

- 자기가 이쁘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데?


사람들이 하두 그러니까 나도 신기해서 거울을 보잖아?
그러면 너무 이상하게 생긴거야. 입도 튀어나오고
코도 울퉁불퉁하고 눈도 조개 같고... 텔레토비에 맥컬리 컬킨에...
닮았다는 건 왜 이리 많은지... 심지어 감우성 까지.
그리고 우희진. 앨리자베스 슈... 이건 다 아빠가 해준 말이야, 히히

- 이쁘다는 건 손해든 이익이든 어떻게든 작용을 하쟎아, 그런건 의식 안해?


이거 인터뷰가 왜 이래? 이거 공주병 환자 인터뷰 아냐, 응?
(잠깐 생각하다 작은 소리로) 사실은...그런 말을 맨날 듣다 보니까...
하루라도 이쁘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너무 속상해.
(다같이 책상을 치며 웃는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음... 생각한번도 안 해봤어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진짜 쪽팔리는 건데 남자친구가 신문에 탤런트 보고 이쁘다고 하면
겉으로는 나도 이쁘다고 하지만 슬퍼. 그래도 그건 탤런트니까, 참지
지나가는 여자를 보고 이쁘다고 하면 죽이고 싶어.

- 가족 관계가 어떻게 돼?


엄마 하나, 아빠 하나, 남동생 하나

- 가족 문제 가지고 고민하는 애들 많쟎아, 너는 없었어?


아빠가 나를 너무 좋아해서, 동생이랑 아빠 사이가 막 안 좋고 그랬어.
아빠는 할아버지가 보수적이라서 경멸한다고 하면서
동생한테는 똑같이 한다.

- 아빠가 '진보적'이셔?


자기는 그렇다고 하는데, 아니지. 겉 다르고 속 다르지 뭐.
이중인격자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사랑하는 거야? (뚜껑이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은 평소에도 느껴진다)




- 왜 사랑해?


글쎄.... 아빠니까 그런 것도 같구,
아빠가 아니었다면 별로 사랑하지 않았을꺼야.
존나 속물이다, 재수없다, 느끼하다 라고 생각했을껄...
내가 완전히 아빠 취향이다, 똑같애.
외모도 똑같고(푸하하, 그래...텔레토비야) 먹는 것도 똑같구.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게 김치찌개에 김을 싸갖고 먹는 거거든.
나도 그래. 엄마랑 내 동생은 싫어하는데.

-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그 사건 이후로 엄마가 더 좋아졌다. 막 친해진 거 같애.

- 그 사건이 뭔데?


알면서 왜 물어봐? 언니가 알아서 써...

내가 뚜껑을 인터뷰하려고 마음먹었던 이유 중의 하나인
'그 사건'이란 이런 것이다. 얼마 전, 뚜껑의 이사를 위해
대구에 계시던 어머니가 올라오셨다. 딸이 학교에 간 사이
어머니는 뚜껑이 숙제로 작성했던 '저널(작업일지)'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뚜껑이 대학에 들어와 경험했던 性的인 모든 일이 적혀있었다.
며칠 간 모르는 척 하시며 고민을 거듭하시던 어머니는
내려가기 전날 밤, 뚜껑에게 물으셨다.
"얘, 뚜껑아...너에게 정조 관념이란 게 있는 거니?"
뚜껑은 깜짝 놀랐지만 침착하려고 노력하며 순진하게 눈을 깜빡였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니 숙제 다 봤다....(중간 생략)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너 정말 한 거니?"
뚜껑은 아니라고 잡아뗄까, '엄마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께' 하고
빌까 망설이다가 결국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래, 했어!
나도 성이란 게 신비하고 소중한 거라는 거 알아. 그런데 왜
내가 경험하면 더러운 게 되는 거야?"
"뭐?누구랑?"
"XX랑"
"뭐라고? 그런데 어떻게 XX랑 헤어질 수가 있어? (뚜껑은 얼마전 XX랑 헤어졌다)"

"엄마는 평생 한 남자하고만 했어?"
"그래, 엄만 평생 아빠하고만 했다"
"그럼 아빤 평생 엄마하고만 한 줄 알아?"
뚜껑은 방학에 집에 내려갔을 때 아버지랑 같이 비디오가게에 가다가
(뚜껑의 성교육을 위해)아버지로부터 '동정을 잃었을 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건 엄마가 아니었다...
"뭐라고? 처음에 내가 아니었다고? 그게 누군데?"
"그건 말할 수 없어, 아빠와 나 사이의 비밀이니까..."
어쨌든 그날 밤 뚜껑은 어머니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몹시 슬퍼하셨다. 그러나 뚜껑과의 긴 이야기 끝에
어머니는 나름대로 상황을 받아들이셨다.
"그래, 니가 우리나라 성개방에 일조하면 좋겠지,
그렇지만 엄마는 니가 한 사람하고만 했으면 좋겠단다..."

- 그 때, 무서웠지, 응? 나는 그런 상황 생각만 해도 살 떨리는데..


응, 무서웠어. 그치만 한번 "그래 했다"하니까 이야기가
막 터지더라.

- 엄마가 피임은 걱정 안 하셔?


응, 그래서 내가 "우리도 다 생각이 있어" 하고 말씀드렸어.

- 아빠가 알았을까?


몰라, 엄마가 다 아빠한테 다 이야기한 거 같애. 집에 전화해서
내가 없으면 나한테 삐삐쳐서 한번만 더 밤새면
집으로 데리고 오겠대.

- 그 이후에 엄마랑은 전화했어?


응, 요새 내가 (하숙하다가) 자취하쟎아. 얼마전에
요리책보고 뭐 하다가 룸메이트 언니의 하나 밖에 없는
냄비를 태워먹었거든...그런 이야기도 하고 그랬더니
갑자기 내가 시집간 딸 같고 엄마가 친정 엄마 같은 거야.

너무 좋았어.

- 참, 얼마 전에 너 새 남자친구랑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응, 같이 그거 '하자'라고 마음 먹은 적은 많았는데, 되게 안 됐어.
순전히 그 놈 탓이었지. 근데 어느 순간 되었어.

- 자랑스러웠어?


뿌듯했다.
동아리 사람들 불러서 파티하자고 했다, 하하.
나는 처음이 아니었거든. 근데 그 오빠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멋진 세계를 알려준다, 마치
애 키워서 떠나 보내는 엄마같은 기분이었어.
얘가 못 할 때는 고X 아냐? 그랬는데 하고 나니까 또
조X 아냐? 하고 농담했어. 남자친구가 너무 빨리 해서 쪽팔려하쟎아.
할 때마다 안됐어. 처음이니까 그렇다고 안심시켜주려고 노력해.

- 뚜껑, 언젠가 어른이 될 것 같아?


나는 이미 어른인 거 같은데...히히
어제는 어른 같았는데(그 오빠 보다도 어른이고) 오늘 언니들
만나서 이런 질문 들으니까 아닌 것도 같고...
근데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어디지?

- (뚜껑은 영화를 만든다) 어떤 영화 만들고 싶어?


히히히히히 뭔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모르겠다...
나는 어떤 영화 만들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어.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야. 그것 뿐이야,
그냥 영화 가지고 놀아.

- 그런 정신 상태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감동줄 수 있겠어?


몰라!

-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글쎄....그냥 솔직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원하는 거
다 얘기해서 받아지든 안 받아지든..
그리고 음악은 굉장히 하고 싶다. 연주를 하면 정말 좋겠지만,

- 첼로는 언제 시작했어?


중 1.

- 첼로 하는 거 좋아?


옛날에는 너무 좋았다. 근데 지금은 싫어. 너무 갇힌 것 같애.
클래식 악기는 잡는 순간 거만해진다. 잘 하든 못 하든.
악보라는 걸 읽게 되면 안 좋아. 악보대로 해야 한다는 게.
음악가는 재해석 한다고 하지만 듣는 사람은 알게 뭐야?
(뚜껑은 학교 밴드에서 활동한다)

- 집에 혼자 있을 때 뭐해?


음....(골똘히 생각) 밥 해. 설거지하고 집안 일 해
갑자기 자취를 하니까 그런 일들을 하게 되었어.
밥 하는 거 좋아해. 할 때마다 밥이 틀려. 죽됐다가 돌됐다가.
요리책 보고 연구도 하고.

- 책 많이 본 거 같애, 그렇지 않아?


많이 안 봤어. 대충 봐, 대충. 아빠가 '책 페이지만 읽지?' 그래.

- 영화는 많이 봤쟎아


다 아빠 때문이야

- 어떤 책이 좋아?


언니가 얼마 전에 '다다를 수 없는 나라' 좋댔쟎아.
그거 봤다. 너무 좋았어.
누구나 그렇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
특히 남자 친구... 저번 남자친구는 '문학소년' 이었다.
특히 시 같은 거 읽는데... 그래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나도 읽었어..
지금 남자 친구는 소설 같은 거 안 읽는다.
푸코나 에리히 프롬 같은 거를 읽는데..
읽는지 안 읽는지 모르겠지만 읽는 거 같았어.

- 뚜껑, 넌 뭐하고 살고 싶어?


빨리 결혼하고 싶어...결혼하는 건 둘째치고...빨리 임신했으면 좋겠어

- 애기가 좋아?


애기가 좋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너무 기쁠 것 같애

- 출산이 좋은 거야, 임신이 좋은 거야?


임신만 하면 안될까?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의 애를 가졌으면 좋겠어.

- 그냥 배부른 걸 좋아하는 건 아니고?


뭐야, 내가 그런 변태란 말이야?

- 평소에 고민하는 거 있어?


투...고...(두번의 학사 경고)

- 진지하게 고민해?


사람들이 항상 이야기해서 고민해.
뚜껑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겠네...

- 진지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나, 진지한데...

- 아무도 동의 안 하는데 어떻게 증명할래?


진지한 사람들 있쟎아. 최근에 만난 제일 진지한 사람은
지금 그 오빤데 평소에는 막 사는 척 하다가 ...갑자기 진지해지는데...
갑자기 너무너무 진지하게 굴면 처음에는 난처한데
같이 진지해져버리면 편해... 내가 이런 말 하면 남자친구는 막 이래,
너 정말 세상을 편하게 사는구나?

- 그러면 넌 뭐라고 해?


일부러 어렵게 살아야 하나?
아이...이런 질문도 너무 어려워
. 사실 이렇게 대답할 수도 저렇게 대답할 수도 있쟎아

- 달딸의 애독자라고 알고 있다. 달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진정한 도움이 되어 준
호호 아줌마에게 스페샬 땡스를 보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


더 물을 거 없어요?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언니들?
나중에라도 생기면 불러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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