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달딸 4호를 내며...

이가은

 

몇 년 전에 한 쪽 귀에 구멍을 두 개 뚫었다가 부모님과 전쟁을 치렀다. 요는 부모가 주신 몸에 함부로 구멍을 두 개 씩 이나 뚫을 수 있느냐 하는 거였다. 구멍 하나를 막으면 돈을 주겠다는 회유와 갖은 압력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어도 그 구멍을 막기가 싫었다. 내 귀는 내 몸의 일부이고 내가 내 몸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행하는 것은 나의 자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내 몸은 항상 내 몸이 아니었고, 그것은 어머니의 것이고 아버지의 것이고 남자친구의 것이고……. 내가 내 몸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나는 언제나 누군가와 싸워야 한다.

우리의 몸은 얼굴과 가슴과 엉덩이와 목과 다리로 분해되어버렸고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도 그 중의 한 곳이며, 우리는 그것을 적당히 내놓거나 감추어야만 한다. 노출과 은폐는 계산된 것이고 내 몸을 가장 아름답게 보이기 위함이고 그것을 잘못 계산하거나 아예 계산하지 않았을 경우 나는 곧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저지당하거나 욕을 먹게 된다. 내가 가진 내 몸은 나의 쾌락과 자유를 위한 것이 아닌, 보는 사람들의 쾌락과 즐거움을 위한 것이고 내가 가진 내 몸은 스스로 욕망을 가져서도 안되고 다만 타인의 욕망에 적절히 반응해야만 할 뿐……

가슴이 나오기 시작할 때, 월경을 처음 하게 됐을 때, 음모가 자라기 시작할 때 나는 이런 모든 일들을 불순하고 퇴폐적인 것으로 받아들였고, 감추어야 했고,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나쁜 일을 공모하는 기분으로 소근거려야 했다. 우리의 보지는 '거기'이고 월경은 '그것'이다. 그것들은 소리 높여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내가 내 몸을 거울에 비춰보는 것은 구석구석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함이어서는 안되고 그것은 그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한 번 검토해 보기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내가 담배를 피울 때 사람들은 나의 건강을 염려하기 보다는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애기의 건강을 염려한다. 내가 가진 엉덩이와 가슴과 질은 성적이지 않으면 모성적인 것일 뿐이다. 내가 가진 내 몸은 내 것이 아니고, 어머니의 것이고 아버지의 것이고 남편의 것이고 미래에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애기의 것이고…… 나는 미래의 애기 주머니가 되기 위해 건강해야 한다.

이번 호의 주제는 '몸' 이다. 어머니의 것도 아버지의 것도 남자친구의 것도 남편의 것도 미래의 애기의 것도 아닌 바로 나의 것인 몸. 내 몸을 통해 나는 세상을 경험하고 온갖 즐거움과 고통과 쾌락과 공포를 느낀다. 내가 거울을 비춰보는 것은 타인의 눈으로 나를 검토해 보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세상과 만나는 유일한 도구인 나의 몸을 더욱더 사랑하기 위함이다. 나는 내 몸이 타인의 쾌락의 도구로서만, 미래의 태어날 애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애기주머니로서만 훈련 받아 온 것을 너무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나는 내 몸이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에 갇혀 경멸하고 뛰어넘어야 하는 것 쯤으로 위치지워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생각할 때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바로 수치심이 아니었던가. 글 '내 엉덩이' 에서는 몇 십년 동안이나 내 피를 타고 흘러 이제는 내 일부가 되어버린 이 수치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순적이게도 우리사회의 어떤 곳에 존재하는 여성들은 생존해 나가기 위해 수치심을 느껴서는 안된다. 그곳은 바로 '집창'이라는 공간이다. 여성의 몸이 타인에 의해 소유되는 구조가 가장 극렬하게 드러나는 지역. 도시 한 복판에 위치하고 있지만 누구도 도시의 일부로서 인정하기 꺼리는 곳. 이것은 현실이기도 하고 여성의 몸이 여성 그 자신에게 속하지 못한 시대의 가슴 아픈 상징이기도 하다. 글 '집창'(가제목) 에서는 바로 이 공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이 야만적인 사회는 여성을 수치심을 가져야만 되는 자와 버려야만 하는 자로 이분했다. 하지만 여기에 자신의 몸을 용감히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통신 공간에서 활동하는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고 얘기하는 것을 즐거워 한다. 글 '몸 이야기'(가제목) 에는 이러한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실었다.

마지막으로 실은 글은 여성의 몸에 관한 생물학적 논의들을 소재로 한 것인데 여성의 '배란은폐'에 관한 글이다. 우리는 우리의 배란일을 모른다. 낡은 생물학자들은 그것이 여성이 남성에게 좀더 잘 의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이야기해 왔는데, 글쎄. 이 글을 읽어보면 그 연구가 어떠한 편견 위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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