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민우회 노동센터




     -한국 여성민우회 노동센터 최명숙 사무국장님과의 대화-


* 한국여성민우회의 노동센터에 일하는 여성의 집과 고용평등 추진본부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하는 일의 영역은 어떻게 다른가요?

- 일하는 여성의 집은 주로 '직업 훈련'에 대한 일, 이를테면 고용보험 실직자 재취업 교육이나 실직가장교육과 같은 일을 하고 있고, 고용평등추진본부는 주로 '정책' 관 련된 것인데 실업문제를 비롯해서 고용유지, 부당해고 상담대응, 노동조합과의 연대 등의 일들에 대하여 상황 모니터, 부당한 상황 고발과 대응, 정책제안의 일들을 하고 있어요.

* 2년전만 해도, 여성의 고용상황이나 남녀 고용정책 평등 상황에 대한 지수는 상당히 개선이 되고 있는 듯했고, 여성취업 그 자체만이 아니라 여성 노동력을 위한 여러 복 지 차원에 까지 요구 수준이 확장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IMF이후 많은 부분 후퇴하였 을 것 같아요.

- 후퇴하고 있어요. 여성노동권 자체가 아예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죠. 지금은 '실업' 이외에 다른 것, 예컨대 승진이나 승급에 관한 문제나, 사내 여성 복지와 같은 요구는 엄두도 못낼 실정이에요. 결혼임신퇴직이 부활한 것도 일반적인 현상이구요. 이전의 여성노동운동의 성과도 일제히 후퇴하고 있는 것이지요. 상담 들어오는 내용들을 보면 , 이전에는 승진이나 모성보호, 성희롱 등등에 대한 것이 많았는데, 요즘은 '해고'에 대한 상담이 절대 다수에요. 사실 이럴 때일수록 좀더 근본적인 문제제기들이 있어야 하는건데, 우리도 실업문제 이외에 다른 이야기들은 많이 풀어내지 못하고 있어요.

* 요즘 같아선 실업문제는 누구에게나 심각한데, 이것이 여성들에게 유독 차별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어떠한 방 식으로 기업에서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 상담이 들어오는 내용들을 보면 모두가 '여성'이라는 것이 분명히 매개된 불이익이 에요. 구조조정의 취지가 과잉경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기획 ,생산, 유통의 전 과정에서 여러가지를 손대고 바꿔나가야 하는 것인데, 일선에서 벌 어지는 일들을 보면 가시적 성과로 보이기 위해 사람을 잘라내어 인건비를 줄이는 데 에만 집중을 하고 있어요. 게다가 이것도 비생산적인 잉여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 라, 할당된 숫자를 어떻게든 채우고 보자는 식이에요. 그럴 때 주로 여성 노동자들이 우선퇴출의 대상이 되는데, 손쉬운 상대를 걸고 넘어지는 거죠. 예컨대 30%인원 감축 을 하라는 지침이 내려온다면 웬만하면 여성노동자들을 자르죠. 공기업 같은 경우 7급 여직원만 다 내보낸다든지 별정직 여직원만 다 내보낸다든지, 또 여성이 많은 부서를 없앤다거나 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더 교묘한 경우도 많아요. 기존에도 여성은 승진이나 승급에서 불이익을 많이 받고 있었는데, 퇴출의 기준으로 ' 최근 어느정도 기간동안 승진 적체'를 제시하는 거예요. 여성들만 걸러져서 내몰리게 되는 거죠. 가계 전체의 생계를 유지하게 하기 위해 가장의 고용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여성 우선 퇴출을 정당화 하기도 하지만, 노동권이란 누구나 가져야 하는 권 리인데다가, 실제로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가장들의 대부분도 퇴출당하고 있으니 그것은 현상황을 설명하는데에 전혀 설득력이 없죠. 심지어 노조에서조차도 성 인지적인 정책은 거의 제시하고 있지 않아요. 오히려 여성노동자들의 퇴출을 협상의 마지막 카드로 사용하는 일도 다반사죠.

* 여성 실업문제를 이슈로 운동을 할 때에, 이것이 자칫 남녀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오 인되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노동시장에서의 고용정책 전반이랄까, 노동시장 의 구조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것인데, 마치 이것이 남성 노동자들과 여성노동자 들간의 자리싸움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 말이지요. 여성실업운동의 활동이 남성노동자 들의 노동권을 빼앗기 위한 것은 아닌데 말이에요.

- 우선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요구만으로도 싸움이 되는 상황이에요. 즉,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잘라라'라는 요구만으로도 싸울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지요. 일단 밥그릇 싸움수준에서라도 너무 불합리하도록 여성에게 불리하거든요. 지금으로서는 어찌되었든 부당해고에 대한 쪽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 우리의 요구가 단지 현 구조하에서 여성을 좀더 많이 진출시키는 것만은 아닐 것 같 아요. 물론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겠지만요. 경기가 좋을 때 여성진출이 실제 로 이루어 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개별적으로 진출한 여성들 의 숫자의 합이 많은 것이지, 여성이 집단적으로 경제영역에서 세력화 되었다거나, 긍 정적인 노동권이 모두에게 보장되는 새로운 경제문화를 이루어 낸다거나 하는 것은 아 니잖아요. 이러한 것들을 위하여 어떠한 활동들이 가능할까요?

- 물론 우리의 목적이 남성들을 적대화하고 그들의 것을 빼앗는 것은 아니에요. 아까 상황이 많이 후퇴했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공동의 적인 구조에 문제제기 하는 것, 전선을 단지 남녀 노동자들의 이익싸움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고용영역을 전반적 으로 확대시켜내고 경제력을 키우는 것과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이슈화하고 요구할 상 황이나 역량은 현재로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기존의 노동시장안에서의 싸움을 하는데 있어서는 문제제기를 주어진 조건과 틀안에서 할 수밖에 없게 되니까 현상황에서 우 리의 구체적인 활동은 부당해고 등 실업문제로 초점이 맞추어 지는 것이죠. 이러한 여 성운동들이 쳇바퀴돌듯이 경기 좋아지면 좀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언제라도 썰물처 럼 후퇴하게 되고 그런식으로만 되지 않으려면 좀더 광범위한 다른 방식의 활동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분명히 맞아요. 이런 면에서 여성들을 '의미있는 경제력'으로 실현 시켜내려는 활동들, 기존 노동시장 경계의 안팎을 넘나들며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하는 활동들이 젊은 그룹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죠.우리도 새로운 정책제안을 하거나 상담 요청해오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여러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 그렇다면 현재 여성 노동시장의 구조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나요?

- 여성인력은 대체로 남성인력에 비하여 2차 노동시장으로 편성이 되죠. 여성 노동자 만을 구인구직하는 시장이 물리적으로 따로 있다는 것이 아니라, 고용부터 퇴직에 이 르기까지 남성과 여성간에는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다른 기준들과 조건들이 적용 이 되는데 이러한 것들은 주로 여성 노동력을 주변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에 요. 여성이 많이 배치되는 직종과 남성이 많이 배치되는 직종도 어느 정도 뚜렷이 구 분되고 있구요. 여성 노동력을 주변화하게 되면 요즘 같이 대규모 감원이 필요할 때, 주변 노동력이 밀려나는 것은 당연하죠. 여성 실직자와 여성 신규 미취업자를 대거 발 생하게 하는 것은 남성 실직자와 남성 신규 미취업자를 대거 발생하게 하는 것과 다른 효과를 지니지요. 여성 실업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향될 가능성이 많이 때문이지 요.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중에서 취업상태가 아닌 사람으로 계산하죠. 경제활동인구 에 어린이라든가 학생, 노인, 취업할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 등은 들어가지 않아요. 실업자로 계산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인구중 실직한 사람중에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만일 상황이 절망적이라 구직활동을 하기를 포기했다면 (이를 실망 실업자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실업률에 포함이 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통념상 여 성 실업자나 신규 미취업자들은 남성에 비하여 이러한 실망 실업자가 되기 쉽다는 거 죠. 결혼이나 가사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니까요. 즉 여성이 사회적 노동을 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당연시 하게 되는 것이죠.

* 그렇다면 이것은 통계 수치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겠군요.

- 그렇지요. 신문 지상에 발표되는 실업률은 체감 실업률보다 낮은데, 이것은 실망 실 업자 효과때문이라고 봐요. 현재 여성 중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는 비율은 '여성의 사 회진출이 활발해지는 추세다'라고 떠들썩 했던 시기 이전으로 되돌아 갔어요.경기가 좋아졌을 때 개선되었던 여성 고용상황 만큼은 확실히 후퇴한거죠.

* 부당한 해고에 대하여는 어떠한 대응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또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정부 관련 부처의 대응은 미온하기 짝이 없는듯한데, 어떠한 점들을 대정부 촉구의 내용으로 갖고 있나요?

- 노동위원회나 노동부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수 있고요, 해고 종용을 받은 경우 에는 진정서를 낼수 있어요.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노조를 통한 대응도 방법이 될 수 있죠. 그러나 이것 중 실질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통로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해요. 개 별적으로 거대 기업을 상대로 이러한 싸움들을 해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과 같거든요. 민우회는 이러한 일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며 함께 싸우고 있는데, 성과도 있 었어요.민우회와 함께 진정하고 고발하고 해서 복직해서 다니시는 분들도 있구요, 노 사 협의회에서 공식 사과를 받아내고, 다시는 이러한 부당해고가 없겠다는 서약을 받 아낸 사례도 있구요.노동 관련 행정기구나 권위있는 민간기구에 준사법적 권한을 부여 해서 부당한 고용정책의 사례에 대하여 실질적인 규제력을 갖게 해야 한다는 논의도 학계나 여러곳에서 대두되고 있어요. 조순경 선생님을 중심으로 강력히 제기되는 것이 미국의 EEOC 같은 것이지요. 이것은 일종의 소송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기구인데 , 성차별이나 연령, 인종에 대한 고용차별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해주고 승소하면 이것 을 대대적으로 광고해서 유사한 사례가 있으면 연락을 받아 고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죠.정부에 촉구하고 있는 내용은 성차별적 해고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력을 키우라는 것이라든가, 실업자구제나 재취업 훈련 혹은 고소 고발의 여러 창구에 대하여 실질적 인 접근도를 높이라는 것, 또한 여성들에게 있어서 힘든 점중의 하나가 여성들은 정보 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므로, 각종 정보나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알려내고 홍보하라는 것등이 있구요. 노조에 대해서도 성인지적인 정책들을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 실직자 문제 만큼이나 신규미취업자의 문제가 심각한 것 같은데요.

- 얼마전에 TV를 보니까 대학 4학년할 때 4에다가 死를 썼더군요. 이들의 문제는 2,3 년 후에 경기가 풀린다 하더라도 2,3년간의 단절후에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전혀 아니 라는 것이죠. 지금 취업을 하지 못한다면 평생 사회로 진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가 되는 것이죠. 2,3년간 어떠한 커리어도 쌓지 못하게 되었고, 사회적인 노동력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버린 것이니까요.이들이 이 기간동안 단절되지 않고, 내몰리듯이 결 혼이라는 제도로 바로 편입되지 않고, 사회적인 끈을 계속 가지고 갈수 있어야 하는데 , 그러기 위한 활동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민우회에서도 대졸 미취업 여성들 의 조직을 꾸릴 계획을 갖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 답답하고 힘빠지는 때일수록 더욱 자신감을 갖고 버텨야 할 것 같아요. 조금씩 다른 부분들, 못하는 부분들을 서로서로 채워주는 여러 활동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힘이 되 는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