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직장을 구합니다

      딸기가 직장을 구합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임을 밝혀둡다.
      절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야기니까 티슈를 준비하시길…

딸기의 이력서

이름| 신딸기

성별 | 여

나이 | 어디가서 어른 대접은 못 받아도 취직하기엔 많은 나이

가족사항

줄이나 빽은 절대 없음, 흑흑

특기 및 경력 사항

93년 00여고 졸업

같은 해 00 학원 입학

94년 XX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입학

99년 XX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졸업 예정

한 웹디자인 함( 사실 허풍이었다)

한 웹마스터 함( 하긴 했잖아…)

이하 공백

참, MS 워드, 엑셀, 파워 포인트 가능




인기 없는 자연과학대학을 졸업 (여자가 교수가 된다는 것은 졸라 힘든 일입니다요. 남자가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을 하게 된 딸기는 직장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생물학과 졸업은 취업에 좋은 조건은 아니니까요. 특히 요즘엔 다들 한두 명 씩 밖에는 뽑지 않아요. 게다가 대부분은 남자를 원하죠. 가끔 여성도 지원할 수 있는데 거의가 전산 전공이거나 사무. 비서직이랍니다.

대기업 공채가 없으니까 더 그런 것 같았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눈을 낮춰보라고 합니다. 뭐, 딸기는 더 낮출 눈도 없었습니다. 딸기는 지원 가능한 회사에는 다 지원해 볼 셈이었으니까요. 신문과 방송에서는 중소기업에는 일손이 모자란다고 합니다. 딸기는 원래 대기업을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중소기업이라면 가기 쉽겠지, 딸기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엔 딸기가 갈 만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이미 나이는 23세를 훨씬 넘었으니까요. 게다가 키 163cm도 넘을 수 없는 벽이었죠. 중소기업에서 뽑는다는 직원 중 여성은 사무 비서와 디자이너 정도 였습니다. 일단 가장 만만해 보이는 전공 불문의 사무 비서 직은 주로 고졸 이상, 워드 가능하고 나이는 23세 이하, 키는 163cm 이상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일단 키와 나이에서 걸리는 딸기는 눈물을 삼키며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도가 없었던 딸기는 거기라도 내 봅니다만, 연락은 없습니다.

디자인 전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한 웹디자인 했고, 웹 에디터 없이 HTML 코딩을 할 수 있는 딸기는 웹디자인이나 웹마스터로 승부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디자이너야 말로 … 엥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디자인 전공이 아니거나 학원을 다니지 않은 웹디자이너는 뽑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밀고 나가리라 생각했지만, 또 걸리네요, 나이와 키가. 도대체 웹 디자이너를 뽑는데 나이와 키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웹 디자이너는 왜 용모 단정한 여자만 뽑는 지도 모르겠네요.

거참, 뭘 해야 하나?

이제 딸기는 어디를 가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벽에 붙은 사원 모집 공고를 찾다가 생긴 버릇이죠.

어, 근데 뭔가 좋은 것을 팔고 있었어요.

민우회에서 나온 취업 가이드 같은 것.

꿈을 찾아가는 JOB소리 - 여성 취업 가이드 북

나에게 힘이 되는 정보들이 많았다. 자신감 키우기나 면접 때 성차별적 질문에 대응하는 방법, 근로기준법 소개 등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바로

직업에 대한 진실 혹은 대담

이라는 부분이었다.
선배들의 생생한 직업에 대한 정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나는 그걸 보고 또 한 번 절망감에 빠진다. 거기에 소개된 직업이라는 것은 우리 나라 여성들이 가지고 있거나, 여성을 뽑는 직업인데… 그 숫자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이 들어오길 권장하는 직업도 있었는데…정말 한 숨이 나온다.

가이드 북에 소개된 여성이 실제로 할 수 있는( 허락 받은 ) 직업이다.

 

도시철도 공사 기관사

돈도 많이 주고 복지 혜택도 좋다. 근무 환경 열악.

지하철 공사 역무원

그저 그렇다. 9급 공무원 정도의 일에 그 만큼의 보수.

연구원

학력이 있어야 한다( 박사 정도, 석사 이상) 대학원에서 썩는 것도 장난 아님

사업가

돈 없으면 못 한다.

신문 기자

들어가기 정말 어려운 거 다들 안다.

단체 활동가

정말 매력적인 직업. 안타깝게도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학원 강사

시간대가 남들과 안 맞다. 복지 혜택이 없고 고용 불안정

공무원

안정적이지만,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공무원이다.

캐드 매니저

전공이 아니면 학원을 다녀야 한다.

구성 작가

고용하지만 거의 프리랜서. 안정적이지 않다.

은행원

여성은 사무직…그게 바로 창구 업무. 정신적 스트레스. 진짜로 돈독이 오르기도…(얼굴이 마구 붓는다고 한다, 돈을 많이 만지니까)

머천다이저

전문 지식이 필요. 육체적인 힘이 많이 든다.

외국인 회사 일반 사무

에이전시를 통해야 한다. 영어 회화. 연봉 계약직

비서직

어떤 일 하는 지는 잘 아실 거다.

웹 디자이너 .

전공 아니면 학원, 불규칙한 생활

스튜어디스

말 안 해도 아실 걸 엄청나게 힘들다 .

번역사

전문직. 계약직이 많음.

 

앞의 표를 보자.

이중에서 힘 안 드는 일이 어디에 있는가?
(물론 세상에 힘 안 드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여기서 힘이란, 육체적인 것이다. 그리고 단순 노동의 반복과 육체적인 피로를 가져 오는 것을 말한다) 새로 생겨나 여성들을 배치하고 있는 직업은 주로, 웹 디자이너(웹 마스터), 머천다이져, 캐드 메니져, 기관사 같은 것이다. 이것들은 처음에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과 함께 선망의 대상이었던 적도 있다. 취직이 잘 되고 능력도 인정 받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것들은 거의 대부분 얼마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육체적인 단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되었다. 처음에는 남성들이나 할 수 있던 이런 일들이 (그 때는 대우도 좋았다) 이제는 새로운 3D업종으로 분리되어 여성(과 병역특례자) 의 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전적으로 여성의 직종이었던 것, 번역, 구성 작가, 은행 창구 업무, 학원 강사, 비서, 스튜어디스 등의 직종은 거의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이들 직종은 거의 대부분이 고용이 불안정하고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IMF의 출현과 함께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바깥일은 남자의, 아버지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대기업의 여성 이사 하나가 있다고 해서 그토록 추앙 받는 우리 사회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주변을 맴돌아야 할 지……
결혼이라도 해서 신세를 바꿔야 하는 것인지……
싸워야 하는 건지…그렇담 그 싸움터는 어디가 되는 건지…

"그건 당신이 결정할 문제다."
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뱀다리…
딸기는 우여곡절 끝에 취직을 했습니다. 다음 기회에 보고 하겠습니다.(이것은 바로 회사에서 쓰는 말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