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에게는 건강한 자위를 권장하는 구성애가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계기가 기존의 성은 쾌락의 영역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구성애는 이제 성은 생명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되묻고 싶다. 이전의 성이 정말 쾌락이라는 부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가?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의 쾌락이었던가? 한번도 여성에게는 즐거움이나 쾌락이라는 말이 허락된 적이 없다. 아니, 아줌마들에게는 제한적으로 허락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딸내미라고 불리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성은 즐거움으로 허락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우리들은 생명을, 잘못된 아기와 엄마의 만남에 대해서, 낙태 당하는 생명에 대해서만 보고 듣고 배우기를 강요 당했던 것이다.

 


신딸기

나는 구성애 아줌마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 학교에 강연회를 한다고 할 때에도 갔었지요. 거의 앉을 자리가 없더라구요.
말이 남녀 공학인 우리 학교는 사실 거의 남자 학교나 다름이 없는데, 그날은 굉장히 많은 여학우들을 보게 되었어요. 거의 반이 여학생이었요. 아, 얼마나 많은 나와 같은 여학생들이 아줌마의 강연을 바라고 있었던가요, 얼마나 올바른 성교육을 기대하고 있었던가요.

근데 좀 실망했어요. 실망했다는 말보다 안타깝다는 말에 더 가까울까?

구성애 아줌마가
나의 성교육은 남자애들의 성교육을 통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하는 성교육
이라고 말하고 시작한다면 모르겠어요. 그렇담 별로 기분 나쁘지 않을 지도 몰라요. 근데 그날은 학교 여학생부에서 주최하는 강연이었고, 음, 난 여학생들에게 구성애 아줌마가 해주는 말을 듣고 싶었다구요.

120분의 강연 시간 도중 여학생들에게 한 말은, 고작


나는 결혼하기 전에 첫경험을 했다.
( 구성애 아줌마는 남자애들에게 섹스는 남자건 여자건 간에 '하는' 거라고. '주다'나 '받다' 와 같은 동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하다' 라고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좋아요.)
그런데 그건 별로 좋지 않았다.
너희들도 웬만하면 결혼하고 섹스 해라.
섹스할 때는 꼭 생명을 생각해야 한다( 애 낳을 준비하고 섹스 해야 한다)
여자들도 오빠(연애의 대상이겠죠)만 믿지 말고 싫은 건 분명하게 이야기 해야 한다.
요즘 여학생들 집에 오이가 가끔 없어진다고 하는데, 오이는 농약이 많이 묻어있으니 그런 짓은 하지 마라.

그런 거 밖에 없었다구요.
심지어 아줌마는

사실, 나는 여자도 아니다.. 왜냐면 자궁적출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나는 여자가 아니다.
( 나는 그 이야기까지 듣고,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덜 여성 친화적인 강연을 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근데, 자궁이 있어야지만 여성인가요, 어디?)
라는 말까지 했답니다.

사실, 구성애 아줌마의 걸쭉한 입담은 좋아요. 게다가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구요.

그런데 나는 아줌마의 그 특별한 경험

--아줌마가 초등학교 때 옆집 오빠가 아줌마에게 나쁜 짓을 했다.
그래서 아줌마는 아이 낳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월경 불순에 심지어 한번 나오기 시작하면 피가 멈추지 않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운동을 하던 남편이 수배 당했을 때 겪었던 첫경험(의 불쾌함)도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고 한다( 그런데 아줌마는 이것을 결혼하지 않고 섹스를 해서 불쾌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나는 수배자의 스트레스 해소로서의 섹스가 아줌마를 불쾌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엄연히 다른 지점이라는 것을 아줌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듯 했다.) ---

그 특별한 경험들이 아줌마를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하고 아쉬웠어요. . 아줌마의 경험을 보면, 아줌마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해요. 함부로 손이 올라가고, 좆이 서는 그런 남자애들에게는 적절한 강연이 틀림없어요.
물론 우리들은 그런 경험들로부터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생명만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 하잖아요? 말로만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을 세워 놓고 실제로는 애만 낳아 잘 기르라는 것 같잖아요.


그 강연을 듣는 청중의 반 이상인 여학생에겐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이에요?.
"참 , 저 아줌마, '남성 성교육 운동'을 잘 하고 있군. 훌륭해."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외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아줌마는 여성을 소극적인 주체로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보편적인 여성은 섹스를 싫어하지만, 아줌마들은 좋아하니까 남학생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하여요.

정말이지, 나는 구성애 아줌마의 강연을 듣다가 좀 짜증이 났어요.
이거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오던 그 순결교육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학생들에겐 어쩌면 조금 더 '진보된 순결 교육' 이상은 아닐 것이에요. 고등학교 비디오로 보던 그 순결 교육, 남자애랑 사귄 어떤 철없는 년이 빈 집에서 남자애랑 자더니 울고 나온다. 그년은 엄마한테 임신 사실을 숨기다가(용하기도 하지 한 번만 자도 임신하는 걸 보면) 몰래 나와서 낙태를 하려고 하지만 생명을 죽일 수는 없다. 그년은 고민고민하다 가출을 하고 돈이 없어 불쌍한 생활을 하다가 어찌어찌해서 아이를 낳아서 고아원에 버리면서 운다.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는 밤마다 엄마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든다. 그런 거 있잖아요. 애가 불쌍해 지는 게 문제라면 안전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피임법을 가르쳐 주든지 하지, 나이 열 여섯에 별 짓을 다하면서 섹스를 하는 춘향전과 고려 가요를 배우는 우리 고교생에게 무조건 '순결'하라는 것은 우스운 일 아니었던가요?
그 우스운 순결교육과 비교해서, 구성애 아줌마의 강연이 뭐가 그리 다르던가요? (물론 남성에겐 충분히 유효하죠! ) 아 가슴…아프다…

나는 구성애 아줌마에게 질문을 하고 싶어졌어요.
이런 질문들 말이에요.

남학생들에겐 건강한 자위를, 비싼 크리넥스 티슈를 권유하는 진보적인 아줌마 구성애가 왜 여학생들에겐 농약 먹은 오이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 외엔 하지 않는 거냐구요. 오이를 쓰지 않는 다면 어떤 것을 써야 할 지, 넣는 것이 아줌마 말대로 몸에 좋지 않다면 어떤 것을 써야할 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지는 지, 왜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느냐구요?


 

왜 여성의 외부 생식기는 어디 가고 생물책과 가정책에서 수도 없이 나오는 자궁 그림만 그려다 대는 건가요?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외음부를 본 적이 없는지 아세요? 왜 아기방만이 여성의 생식기가 되는 거냐구요? 우리들의 클리토리스는 어디로 갔나요?

아기의 생명과 아기방만이 여성에겐 최고의 선인가요?

아기를 낳기 싫어하는 여성들은 여성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은가요?

왜 키스는 되고 섹스는 안 되는 거예요?

아기를 생각하지 않는 섹스는 왜 나쁜 건가요?

아기를 나을 준비가 되었을 때만 섹스를 할 수 있는 건가요?

즐기기 위해서 섹스를 해서는 안 되나요?

왜 피임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나요? 당연히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인가요?

그런데, 그런 질문을 할 수는 없었어요. 무대 위에서 강연을 들은 저에겐 아줌마를 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형편인데다, 아줌마의 스폰서의 한국 쉐링에서 나눠준 경구 피임약 선전물을 보고 심란해 하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대다수의 남자애들은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혹시 누들 누드의 작가 양영순을 그 이름 때문에 훌륭한 '여류 만화가'라고 생각한 남자애들의 심리와 좀 비슷하지는 않을까요?

그래도 나는 남자애들 앞에선 그 한국형 페미니스트라는 구성애 아줌마가 옳다는 이야기 밖엔 할 수 없었어요.

당연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