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갔다온 동이의 이야기

직장에서 1~2년 여자 선배들은 나와 그리 많은 나이차가 나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대신 나와 보통 3~4살 차이가 나는 내 남자 동기들과는 나이로 하면 남자 동기들이 당연히 오빠벌이다. 즉 남자들은 평균 2~3살 많게는 4~5살 적은 여자를 선배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남자로서는 정말 속이 터질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 선배들을 선배로 여기지 않는다. 이것은 대학에서 '건방진' 남자애들이 여자선배를 선배로 여기지 않고 여자선배를 믿고 의지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는 것과는 또 다르다.

어쨌든 그들의 그 심정 또한 이해가 갈 만한데 그렇다고 해서 여자선배가 남자 후배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아야하는 것도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라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에게 선배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오히려 편치 않을 것 같다.

직장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취해갈 무렵, 한 여자 선배와 한 남자 동기가 옥신각신한다. 그 동기는 '같이 잔을 부딛쳤으면 같은 량을 먹어야지 왜 자기만 먹이느냐'고 하고 거기에 여자 선배는 '선배가 먹으라면 먹는거지 무슨 말이 많냐'면서 서로 빨리 마시라고 우기고 있다. 선배라는 권위를 내세워 한 쪽을 누르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 둘은 남자 동기가 3살 많은 경우였는데 내가 보기에 남자동기는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여자 선배를 술로 골탕을 먹이려 하고 있었고 여자 선배는 선배의 '권위'를 마구 남발하고 있었다. 그 여자 선배를 보면서 내가 드는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나 같으면 후배라고 해도 나보다 나이가 3살 정도 많은 이에게 '야, 너...' 라는 식의 반말은 못할 것 같다는 것. 비록 그녀가 후배보다 나이가 적은 것이 그가 나이가 많은 것이 그의 탓이 아닌 것 처럼 그녀의 탓이 아니라 해도...

그러면서도 '어쩌면 그녀는 이런 현실에 적응해 가기 위해 아예 극단적으로 선배라는 권위에 기대는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한쪽으로는 내 머릿속을 맴돈다. 남자 후배들이 여자 선배를 선배로 여기지 않기에 오히려 여자선배는 '선배'라는 권위를 고집한다는 것이 그들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하는 그녀들의 적응 방식인지도 모른다는 것.

난 직장에서 후배를 맞게 되는 것이 동기를 대하는 것보다 더 두려워졌다. 그 여자 선배처럼 마구 선배의 권위를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 매커니즘 안에서 마냥 선배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선배라고 하지만 결코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동기 사이에서는 같지 않은 왠지 아랫사람처럼 느끼게 되고 선후배사이에서는 자신의 애매한 위치 때문에 호칭 하나에도 조심스러워야 하는 여자선배라는 위치를 만드는 것은 바로 '군대'라는 제도이다.

이번엔 '군대'라는 소재로 얘기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직장에 들어오면서 술자리에서 많이 듣게 된 이야기는 단연코 '군대' 이야기이다. 그것을 어제 다시 실감했는데, 그건 어제 회식을 했기 때문이다. 회식자리의 단골메뉴 '군대' 이야기가 역시 빠지지 않았는데, 주로 '현역이나 방위냐, 내가 배치 되었던 보직은 정말 힘든 자리였는데 넌 겨우 동사무소 방위냐' 류의 전형적인 '군대'이야기 였다. 그러다 거기에서 우스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어째서 그 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겟지만 정작 거기에 있는 이들은 모두다 방위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 상황이라 그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 우리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여기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기제는 상대방 비하와 자신의 비하 두가지인데, 한마디로 현역은 방위출신을 보고 '방위 주제에 큰소리치긴..' 라는 식으로 방위는 방위대로 '나는 그래도 동사무소 방위는 아니다.' 라는 식이다.

모두가 현역인데 그 중 한 사람이 방위라면 그 사람이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며 어제의 경우처럼 모두가 방위라면 동사무소 방위였던 이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다반사인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 같이 웃고 있는 나는 군대를 갔다오지 않은 사람으로서 어쩌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는 듯이 앉아 있었다. 사실 거기에서 나와 같은 여자는 취급대상이 아니다. 이야기 된다손 치더라도 저번 글에서 말했듯 '군대도 갔다오지 않고 가지도 않을 니가 우리의 고통에 대해 뭘 아냐?' 라는 식일 뿐.

그러다 상대방을 비하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그 분위기 속에서 내가 함께 웃어도 될까라는 생각이 스쳐가지만 나에겐 같이 웃지 않으면 그냥 그 주제 속에서 '소외'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깨닫는다. 나 스스로에게 '어쩌려고?' 라고 속으로 묻고 있는데 앞에 앉은 이가 한마디를 한다. "이무리 방위라도 군대는 군대고 힘든거예요. 딴사람은 몰라도 여자가 방위가 어쩌니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한마디로 여자는 웃을 자격이 없다는 것인데, 그는 동사무소 방위을 갔다왔다고 여럿에게 꾸사리를 먹고 있는 중인 이다.

그 애기가 왜 안나오나 했다. 언젠가 나오리라 생각하며 한편으론 그럴 땐 나는 무슨말을 할까? 고민해 왔던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나의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서 이기도 했고, '그에게 나의 장황한 생각들을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나의 생각은 논술형인데 해야하는 대답은 단답형인 것 같아서이다.

상대방, 아니면 자신의 비하로서 얻어지는 이 자리의 웃음에서 남자들은 어쨌든 자신의 얘기로 울고 웃기 때문에(현역 출신인 이는 자신은 상대방보다 힘든 군 생활을 했다는 '우월감' 으로 그렇지 못한 이는 자신 자체가 웃음거리로서 제공되고 있기에 기분이 어떻건 간에 우선은) 스스로 거리낌이 없다고 그들은 느낄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자신의 얘기가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웃음의 원천이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비하'에 있기에 아님 '우월'에 있기에 함께 웃기에는 거리낌이 생기는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다.

그런 거리낌으로 마냥 그리고 매번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함께 안 웃자니 분위기를 깨는 것만 같고 웃자니 그 거리낌이 계속해서 걸리는 나는 '여자들은 그래서 이런 자리에서 웃을 자격이 없다'라든가 오히려 '방위'를 비하하며 웃는 '현역출신보다 같이 웃는 여자들이 더 얄밉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는 그 분위기 속의 불편함을 오히려 자신은 방위일지라도 군대는 갔다왔으나 그 '군대'도 안 갔다온, 그 자리에서 비껴나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엔 '군대를 얼마나 힘들게 갔다왔나'라는 순위에서 제일 밑에 있을 수 밖에 없는 대상인 여자에게 표현한다.

나는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그런 현장에서 웃는 것 자체가 불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맘놓고 웃지도 못하고 '소외' 될 것인가 아니면 나에게는 유머 이상이 아닌 듯 웃으며 '뻔뻔'해 질 것인가의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한다.
과연 그와나 사이의 간격은 좁혀질까?

그 분위기 속에서 방위를 갔다온 남자는 비하의 대상이요, 여성은 소외의 대상이다. - 그 여성이 그 분위기 속에서 그것을 적당히 즐기던 아니던 마찬가지이다. 결국 그녀는 주변만을 맴돌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