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갔다온 영주의 이야기

군대
참으로 까다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순간 갑자기 군대 가 바꾸어 놓은 사람의 면면 때문에 '내 남자친구는 군대에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밉살스럽게 간절해지다가도, 사람이 변하는 가능성은 이미 그 안에 있었던 거라고 말해버리고 말 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안 갈 수도 있는 데가 아니라는 데 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군대에 가 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군가산점'이란 말이 논쟁의 복판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면 그런 이유로 나는 늘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군대에 안 간 정치인 의 아들이 그리 문제가 되는 건 순전히 '군대에 안 가고 싶다', '군대에 안 보내고 싶다'는 바램이 너무 큰 탓이다. 그렇지만, 군대라는 3년의 보상은 가산점과는 다른 형식일 거라고 생각 한다.

취직해서 처음 월급을 탔을 때에야 나는 입사동기들보다 호봉 이 낮다는 걸 깨달았다. 교육과정이라 딱히 하는 일도 없는 데 다가, 회사가 약삭빠르거나 똘똘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일한 만 큼 준 건 아니고 그 차이는 군대의 차이였다. 아직도 간부진급 에 시험을 치르는 이 회사는 또 그 만큼을 자격햇수에서 빼 준다. 나같은 대졸자가 간부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은 입사6년 후에 생기지만, 병역 필한 대졸자의 경우는 3년후면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이러한 기간의 차이를 문제삼지 않고, 입사했을 때 누구나 여 자에게 차별이 없다고 그래서 '잘 들어왔다'고 말할 때 어이없 었다. 그렇지만, 너무 굼뜬 '공사'가 아니라면 '능력에 따른' 봉 급에 '능력에 따른' 승급을 하려 들 거란 생각이 드니까 또 갈 피가 안 선다. '능력에 따른'이란 말은 무섭다. 어떤 게 좋은 것일까? 그렇지만 하나 더, 만약 간부진급시험에 가산점을 준 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군대의 3년이 시간의 문제라면 우리 회사같은 경우에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을까? 이건 또 군대에 안 간 여자라서 할 수 있는 말일 뿐인가?

난 내가 간부진급시험을 6년 후에 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당황했다. 남자나이 삼십과 여자나이 삼십은 다른 느낌이니까, 혹은 그 때는 정말 바쁠 듯해서...그 6년 사이 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휴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고 민하다 치워버린 난제는 여자들만의 일터에는 어떤 시간표로 승급이 이루어질까 하는 거다. 여성의 취업이 결혼 후 애가 어 느 정도 자라는 삼십 후반까지 푹 꺼졌다가 다시 상승하는 M 자형이라는 게 마음에 걸려서이기도 하고, 우리 회사의 시간표 는 여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 은 젊은 나이의 취업이나 나이 든 후의 취업이나 늘 초짜 신 입이 하게 될 그런 일을 하게 되는 거다. '나인 투 파이브'라는 영화에서는 여자가 꾸리는 직장의 모습으로 영화를 닫았다. 엄 마들을 위한 시설과 엄마들을 위한 근무형태를 도입한... 이미 오래된 그 영화 속 회사는 꿈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