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성폭력 운동,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 서울대 反성폭력운동을 하는 두 사람을 만나다

이 난 다

 

"성폭력 가한 서울대 학생, 자퇴"
지난 8월, 티비의 9시 뉴스와 일간지에 일제히 보도되었던 사건이 있다.
술에 취한 채 후배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한 학생에게
교수위원회가 무기한 정학 혹은 자퇴 권고를 내렸던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성폭력에 관한 여론이 잠시 술렁였다.
잘됐다고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고, 가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이러한 해결은, 정작 관악의 학생사회 내에서는
긴 논의의 시작이 되었다. 교수 위원회의 사건 처리 공고가 학교에 붙은 후,
서울대 총학생회 성정치 위원회에서는
교수 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하는 입장 자보를 냈고 이를 둘러싸고 학내 성폭력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또한 학교 본부측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일찍
성폭력 관련 학칙 가안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해를 넘기고 있는
학칙 제정 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자치규약제정운동'과 '성폭력해방공간선언운동' 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 성폭력 남학생에 대한 결정 가운데
'여학생이 졸업하는 2002년까지 재입학을 허용하지 않는다' 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난다는,
그날 밤 그 동네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남, 애인아님)와 전화를 하다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라는 것이 주위 남자들의 의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게 니 의견이냐, 주위의 불한당같은 친구들의 의견이냐, 고 옥신각신했다.
난다는 통신에 올라오는 관악의 성폭력 관련 논의들을 빼먹지 않고
읽었다. 그런 다음 난다와 친구, 그 친구의 주위 남자들의 의견말고도
이에 대해 여러가지 입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성폭력, 처벌, 여성 사이의 연대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이런저런 의문과 의견을 품게 되었다.
이번 인터뷰는 그래서 하게 된 것이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관악여성모임연대, 성정치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두 분과의 인터뷰가 나온다.

  • 난다 :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 윤희 : 관악여성모임연대(이하 '관악여모') 소속이구요,
    성정치위원회(이하 '성정치위') 위원장인 윤희입니다.
  • 지음 : 관악여모 소속이구, 성정치위 위원인 지음입니다. / (이하 반말)
  • 난다 : 성정치위는 총학생회 소속이 아닌가?
  • 윤희 : 관악여모 소속이기도 하다.
  • 난다 : 그게 무슨 말인가?
  • 지음 : 관악여모에 있는 몇몇이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된다.
  • 난다 : (속으로) '웹에서 볼 수 있는 '하이퍼링크'와 같은 것이구나'

인문대 성폭력 사건

  • 난다 : 우선, 문제가 되었던 인문대 성폭력 사건(이하 '그 사건') 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건 자체보다 해결 과정을 바라보는
    성정치위-관악여모의 입장과 그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자.
    사건의 해결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 윤희 :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 만에, 인문대의 성폭력 학생회칙에 근거하여
    인문대 내에 중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인문대 학생회칙 조항으로는 사건의 해결에 무리가 있었으므로, 사건 해결에
    자신감을 보인 여학생부에 사건을 전적으로 위임했다.
    진상조사가 마무리되었지만여학생부는 징계권이 없었으므로
    사건은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 인문대 교수회의에 이르게되었다.
    여학생부에서의 상담과 진상 조사는 약 두달 동안 계속되었으며
    교수회의에서 징계결정은 약 3주가 소요되었다. 교수회의는 가해자에게
    피해학우의 졸업연도까지의 무기정학과 자퇴 권고 중 택일이라는 징계를
    통보했고 다음날 가해자는 자퇴를 선택했다.
  • 난다 : 이후 성정치위에서는 ' 처벌이 성폭력 사건의 완전한 해결일 수 없다' 는
    입장을 바탕으로 '대학 본부의 무지와 권위주의적 방식'을 비판하고
    '징계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공동의 책임, 가해자에 대한 재교육'을
    주장하는 자보를 내고 이것이 상당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나 자신도 자보를 읽고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받았는데,
    그것은 우선, 주장하는 바가 다 옳다고 해도, 이야기의 선택과 배열에
    있어 부적당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자보는 사건에 대해 극히 간단한 언급 뒤에
    나머지 전체가 본부와 교수에 대한 비판으로만 채워져 있다.
  • 윤희 : 그 자보는 성정치위의 명의로 나간 것으로 관악여모 등과
    나누어 쓰기로 한 자보의 일부였다. 그래서
    한정된 주제에 대해 다루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몇가지 표현의
    미숙함은 인정한다.
  • 난다 : 그렇다 해도 자보의 독자가 남성으로 설정되어 있고
    학생 사회 대 본부의 구도로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은
    치명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피해 학우에 대해 공감하고
    같이 상처받았을 여학생 대중을 다독여줄만한 자보는 나오지 않았다.
    관악여모의 자보도 읽어보았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었다.
  • 윤희 :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성정치위가 사건에 대해알게 된 것은 이미 여학생부로
    넘어간 이후이다. 인문대 학생회에서
    경위에 대한 자보가 나와야 했다고 생각한다.
  • 난다 : 아하, 사실 그 부분도 물어보고 싶었다.
    학생회에서 교수 위원회로 넘어가면 전권을 자발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보여지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은 자보보다
    더 한정되리라고 생각했었다.
  • 윤희 : 인문대에서 사건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었던 이유는
    학생회칙에 따라 해결을 자면 실명 공개 사과 정도가 될텐데,
    가해자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결책을 찾다가
    상당히 우연히 여학생부로 넘어가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 난다 : 그럼 이것이 성폭력에 대한 학생사회의 방어책일 자치규약의
    맹점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가해자가
    자치 규약, 즉 실명공개사과와 재교육을 거부한다면 방법이 없는 것?
  • 윤희 :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때는 학칙으로 넘어가야 한다.
  • 난다 : 다음으로는 자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보가 가져온
    효과에 대해서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 자보가 가해자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더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가해자가 안됐다, 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나는 그것이 경위에 대한
    정보를 불충분하게 주었던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보에는 남학우가 여학우에게 성폭력을 가했는데,
    이것이 성폭력인 이유는 그 여학우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라고만 나와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사건이 거의
    강간 수준이라고 들었고 그것은 교수 위원회의 처벌의 강도를 봐도
    추측할 수 있다. 사적인 통로로 그 피해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성이 강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거의 누구나 그렇듯이 마음이 아팠지만 자보 내용은 남학우들이
    가해자에 대해 비슷하게 마음이 아프다고 느낄 정도로
    가해자에 대해서만 자세하게 나와 있다.
    선정성을 무릅쓰고라도 더 자세하게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 윤희 : 우리는 최대한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했다. 현재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폭력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어떠했는가, 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과연 성폭력의 정도가
    어떠했는가, 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이야말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성폭력이 된다. 성폭력임을 규정하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시한번 대중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 지음 : 사적인 통로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지만, 이번 사건같은 경우에는
    특히 이를 둘러싼 뒷얘기들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도 사건 정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한다.
    일반적으로 성폭력은 '객관적'으로 성폭력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 것인지,
    성기가 삽입되었는지 아닌지, 어느 정도 삽입되었는지에 따라서 구분된다.
    그러나 이 때의 이것은 객관을 위장한 남성의 주관에 불과하다.
    강간, 준강간, 성추행, 성희롱, 성적 괴롭힘 등등의
    성폭력의 정도를 구분하는 용어는 성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성폭력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상대방의 성적자율권을 침해한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그 자보에서 무엇보다도 '성폭력에 대한 성폭력적 담론' 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자 했다.
  • 난다 : 일단 학칙 등의 법 같은 것들을 도입하게 되면 당연히
    처벌의 강도가 문제되니까, 현실적으로 당연히 성폭력에 대해
    등급을 나눌 수 밖에 없어지지 않을까?
    또, 만약 대중들 사이에 가해자가 불쌍하다, 는 의견이 상당한
    정도로 생겨난다는 것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성폭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 지음 : 어떤 선택을 할 경우에도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원칙을 최대한
    생각한다면, 거기서 여러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칙과 자치규약 제정은 이러한 선택의 어려움들을 해소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처벌의 문제

  • 난다 : 학칙과 자치규약과 관련해서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
    처벌에 대한 입장을 간단하게 정리해달라.
  • 지음 : 물론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폭력 범죄자 개인에 대한 처벌이 직접적으로
    성폭력의 척결로 이어진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남성들의 이중기준과 여성들의 무력함 속에서는 처벌에 대해서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학생 사회의 자치규약에 국한하여 말한다면,
    공개사과와 재교육의 원칙을 견지하고 싶다.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가해자가 공개사과를 거부한 경우이다.
    이럴 때는 학칙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개사과의 형식에 대해서는 더 준비가 되어야 한다.
    가해자를 매장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처벌과 재교육이 명시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성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공개사과가 미약한 처벌의 형식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혹하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고 해도
    어떻게 보면 자퇴는 미약했을 수도 있다.
  • 난다 : 맞아..
  • 지음 :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대한 논의 뿐만이 아니라, 자치규약과 학칙을
    바라보는데 있어, 피해자의 관점으로 성폭력을 재정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성폭력에서 벗어나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자치규약과 학칙에 명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反성폭력 운동'의 전략

  • 난다 : 인문대 성폭력 사건의 마무리나 학칙제정을 위한 일련의 움직임,
    성폭력해방공간선언운동 등을 바라보면서,
    이 운동이 '성폭력 당하는 여성의 육체' 라는
    여성의 정체성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운동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오히려 성정치위는 어떤 종류의 '탈성화된' (이 말이 적합하다면)
    주체를 설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 윤희 :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여성에 대한 직접적인 호소나,
    여성의 의식화, 조직화 문제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요사이는 이런 식의 고민이 다가오는 것 같다.
    (이 말을 남기고 윤희는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갔다)
  • 지음 : 나는 '정체성에 기반한 운동' 이라는 말은 조심해서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여성이 여성운동을 하는 것 역시
    남성이 여성운동을 하는 것보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의식과 분리된 어떠한
    곳에 고정시키려는 시도는 언제나 불순하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어느새 우리가 그토록 부정하고자 애썼던 여성과 남성의
    본질적 차이에 대한 관념을 도입하게 되는 것 아닌가.
  • 난다 : 그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성폭력이란 사안은
    실제로 현실에서 여성의 육체가 당하는 폭력일 수가 많다.
    그러므로 반성폭력 운동은, 직접적으로 여성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고 나는 거기서 여성에게 호소하고 그들의 힘을
    모아내는 것이 가장 커다란 성공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반성폭력 운동에 동참하고자 할 때는, 내가 가진 다른 여러가지
    정체성 가운데, '성폭력당하는 육체' 라는 내 정체성의 하나로서이다.
    그것은 본질론적인 시각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아닌가.
  • 지음 : 그럴 수도 있다. 여학생의 조직화는 더 고민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관악여모는 아크로에 기껏해야 몇십명 이상의
    여학생을 동원해내지 못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학생의 조직화는 여성 모임의 활성화 이상으로는 고민되지 못했다.
  • 난다 : 진행하고 있는 학칙제정운동과 성폭력해방공간선언운동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 지음 : 현재 학칙제정운동과 성폭력해방공간선언운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학칙제정운동은 물론 중요하다. 학칙이 제정된다면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학칙이 교수와 학생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제정된 이후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이다. 자구들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좋은
    선례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학칙의 가장 핵심적인 의미는 여성 개인이 자신의 행동이나
    발언의 근거로서 활용하는 것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관악여모가 그것을 우선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나는 학칙제정운동이 대중운동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학칙제정은
    대중운동의 형식을 통해 관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본부의 결정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물론 진행방식을 공개화하고
    대중들에게 알려내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중심적 활동으로 가져갈
    이유가 없다. 다른 여러가지 활동을 자기 자리에서 벌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악 여성 운동의 짧은 전망

    • 난다 : 시간이 없어서 마지막으로 내 나름대로 정리발언을 하고
      질문을 간단하게 하나 하겠다.
      학내의 여성운동은 학생운동의 부침에 따라 민감한
      영향을 받고 있다. 학생회 동원라인 이외의 다른 라인이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어서 학생회, 기존 학생운동에 상당히 의존적이다.
      학내 여성운동이 빨리 독자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또한 여성운동은 그러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예컨대 '학내 성폭력' 과 같은 사안만 해도 기존의
      학생회 논의 공간에서는 다루기 힘든 주제였지 않았을까.
      성폭력이란 문제는 학생사회를 동일자로 사고하고
      외부에 전선을 긋는 기존의 문제틀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정치위는
      학생 사회 내부에 전선을 긋는 것과 같은
      급진적인 행동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만약 여성운동이
      여성들을 위한 고유의 문제틀과 자체의 논의공간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학생운동에 있어서도 커다란 의미가 될 것 같다.
      관악의 여성운동을 디자인하고자 하는 위치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학내 여성운동의 짧은 전망이랄까, 계획을 이야기해달라.
    • 지음 : 예컨대 학생회칙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여성운동진영이 학생회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도 단대마다 사정이 다른데,
      자연대같은 경우는 여성위원회라는 학생회 산하가 아닌 특별기구에서
      각과의 여성주체를 세워 자봉단을 중심으로 선전을 했었다.
      학생회 라인과는 다른 경우이다. 그러나 사업에 따라
      학생회와 전혀 상관없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성폭력해방공간선언운동과 같은 것이 그렇다.
      관악여모에서 성폭력을 주된 테마로 잡은 것은, 성폭력이라는 문제가
      가장 기본적인 여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성모임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했음에도 이것은 가장
      뭉치기 좋은 주제이고 또 여성들 사이의 구심이 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것은 학칙제정운동 자체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성폭력이라는
      사안은 계속 잡고 나갈 것이지만 학칙 제정은 이번 학기에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할 것이다.
      학칙을 마무리하고 나면, 모임마다 주제가 다양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의 테마로 새로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부상과
      관련하여 '여성 실업 문제'를 중심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과 마찬가지로 '여학생' 이라는 개념도 무의미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해방구라는 인식은
      실제적인 삶의 문제에 대해 은폐하고 대학을 벗어났을 때의 삶에 대해
      무력하게 하고 있다. '여대생' 이라는 환상을 깨나가는 과정을 진행하고
      여성 실업 문제를 전면으로 부각시키려고 한다.
    • 난다 : 예,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하는 동안 내내 난다는, 인터뷰하기 전에 통신 상에서 진행과정을
    보면서 떠올렸던 질문들이 무력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들은 현실에서
    이러저러한 장애들에 부딪히며 무언가를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었고,
    난다의 가장 어려운 의문도 그들의 가장 사소한 장애보다 쉬울 것 같았다.

    또 한편, 처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재구성'하면서 느낀 것은
    나름대로 녹음기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인터뷰에 임했으나
    어쩔 수 없이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보여지는 윤희와 지음의 의견에는 그들 뿐만 아니라
    난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이 인터뷰와 관련하여
    - 인문대 성폭력 사건 자보 논쟁 자료 모음
    - 공간이음에서 발간하는 크리틱에 실렸던
    '성폭력학칙제정운동, 그 깃발을 올려라' 라는 글
    이 여해그림 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라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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