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사람이 어둡기만 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미치도록 좋은 찰라들이 없다면 무슨 이유로 살까.
짧은 점심시간 TV를 보다가 친구의 남편과 정을 통한 여자가 친구를 앞에 앉히고는 젊은 어떤 날 네가 내 남자를 빼앗았다고 네게 언젠가는 반드시 되갚으리라 결심했다고 말한다.

드라마틱하지, 해묵은 복수,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사무실로 향하는 나는 복수만으로 지탱하는 삶이 가능할까, 생각하고 있다. 억울한 마음, 자신에 대한 불만, 그게 없다면 거짓말이고, 더 많은 순간 아무도 칭찬 안 해준 글인데도 내 맘에는 너무 들고, 누구도 예쁘다고 안 하는 데도 내가 너무 예뻐 기분이 좋고, 살아 있어 행복한 날들이 내 삶을 지탱한다.

모두가 나와 같지 않은 걸 알고는 있다.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어느 순간, 난 어머니를 떠올린다.
언니를 낳을 때는 거진 죽는 줄 알았다고, 돈이 하나도 없는 순간이 참 많았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웃는 주름 가득한 눈맵시에서 저말이 다 참일까, 싶은 그런 사람이다. 세상 걱정 모두 짐진 듯한 깜깜한 마음의 아버지도 지금까지 많은 마음들을 어머니께 빚졌을 거다.
같이 지금까지 살아오셨으면서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참 다르다.
아버지는 여름에 바닷가에 가자하면 공부해야 하는 남동생이 걸리고, 간만에 맛난 걸 해먹자하면 또 혼자 계실 할머니가 걸리고, 기쁜 선물조차 웃으며 받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다. 어느 순간, 그나마 아버지가 북의 굶주린 동포를 생각하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싶다.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냐면, 남동생이 걸리겠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사람이고, 자신이 행복한 순간에 그걸로 충분한 사람이다.

성공한 사람이라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꿈꾸던 삶이라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이유없이 행복할 수 있는 거다. 마음의 행복이 현실과 달라서 - 이건 또 유물론자가 마땅히 배척해야 할 태도이지만-어느 순간 일없이 행복할 때 이건 마음의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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