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 사람을 좋아한다


            

아주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란 게 확실한.
사랑에(설마) 빠지게 되어도 일주일만에 넌더리를 내면서 헤어질 것이 분명한.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고
월드컵 끝난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을 외치기를 주저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고
대학 내내 연애만 하느라고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았고 데모 한 번 나가지 않았고
내가 재수없어 하는 인간과 친하고
내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을 사람.

그런데도 별 내용도 없는 그의 말소리에 귀가 돌아가고
그 어깨의 흔들림에서 눈이 떼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어설프고 우스운 이유로 사람을 좋아하게 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본다.
고,백,점프 류의 게임에는 꽝이에요, 라는 말에 '나도'라고 하고,
밀가루음식을 먹으면 속이 뒤집혀요, 라는 말에 '나도'라고 하고,
냉하고 배겨서 맨바닥에 못 앉아요, 라는 말에 '나도'라고 했는데, 그것이 전부였다.

다행히도, 열정적인 연애를 시작해도 일주일만에 깨질 것 같은 정도니까
짝사랑을 해봤자 길게 잡아 그 열 배인 십 주일 안에 끝날 것이다.
(쪽팔릴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서 내가 생각하게 된 건, 예전의 내 언행.
나의 호언장담
거만한 독설
짜증내는/짜증나는 태도.

생각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어.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한 공간에 있기도 싫어.
내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서까지 '다름'을 감수해야 하지?


........


그런데 지금 난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고
그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데에 조금쯤 감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썼던 글들을 읽어보는 행동은 나와는 다른 그를 이해하고 감수하려는 시도겠지.

단정적으로 말했던 모든 것이 다시 나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난 절대 그렇지 않아, 넌 절대 그래, 라고 도장을 찍어 놓았지만,
사실 도장이란 게 존재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나 건방지고 오만불손하고 소심한 인간이었는데,
그런 나는 행방불명되고, 어설프고 꼴사나운 나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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